에브리데이
Every Day, 2018
여기 하나의 영혼(A)이 있다. 영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는 명확하다. 단 A에게 육체는 없다. 그래서 하루에 한번 씩 다른 사람의 육체를 빌린다. 그 사람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영혼의 나이와 동일한 몸에, 성별과는 무관하게!
(같은 파란색이 있어도 50개의 다른 눈은 50가지의 다른 파란색을 본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다. 그 다름을 이 영혼은 매일 매일 그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체험한다. 물론 영혼의 생각, 사상,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알고 있을 뿐이다. 그가 빌린 몸의 주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 경험은 영화의 결말을 위한 복선이 되기도 한다.
리아넌의 남자친구 저스틴은 그녀에게 너무 소홀하다. 그녀가 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외형의 만족이었다면, 그와 멀어지게 된 계기는 내면의 문제다. 정신과 육체의 만족에 대한 갈등! 여기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시작된다. 네이든의 몸을 빌린 A는 저스틴의 몸을 빌린 그날의 기억을 잊지 못한 채 리아넌을 다시 찾아온다. 그의 목적이 그녀에 대한 관심이건 혹은 그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건.. 그녀가 그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그녀)는 꾸준한 역사를 쌓지 못한다. A에게 존재하는 하루의 시간은 단지 그 몸의 주인에게 없어진 하루의 시간이 될 뿐이다. 인간사회에서는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지 외로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가족, 친구와 같은 여러 관계의 이름들은 나를 이 세상의 존재로 인식시켜주는 매우 귀중한 연결고리이자 내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나를 기억해주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들. 결국 내일이 되면 타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A는 정체성을 잃은 채 방황하는 어린양일 뿐이다.
정신은 온전히 모든 것을 기억한다 할지라도 진짜 나를 기억해주는 이들은 없다. 특별한 하루를 경험하며 잠시나마 달라진 그 사람을 기억해줄지는 몰라도.. 그렇기에 리아넌이 A에게 말한 흔적을 남기라는 말은, 결국 A가 리아넌의 곁에 머문 이유가 되기도 한다. A는 그녀와 스토리(story)를 만들어가며 그만의 히스토리를 써내려간다.
매일 모습이 변한다 할지라도 A의 본질을 그대로 봐주는 그녀로 인해, 그는 내일을 준비할 수 있다. 리아넌은 그가 이 세상에 살아있음을 인식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존재다. 그럼에도 A는 마지막을 준비한다. 자신으로 인해 불안정한 삶을 살게 될 리아넌을 걱정하며 그녀에게 어울릴만한 좋은 짝을 찾아준다.
리아넌의 곁에 있었음에도 그녀 눈에 띄지 않던, 매우 훌륭한 성품을 지닌 그녀의 친구 알렉산더를.. 영혼 A의 마지막 선택으로 인해 영화는 이상하게 끝나버리고 만다. 아직 끝나야 할 타이밍이 아님에도 급하게 뚝 끊겨버린 것처럼 어쩌면 그것이 더 복잡해질 이야기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였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이 영화를 본 이들은 혼란을 겪고 만다.
물론 (착하고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영혼 A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신체를 가지지 못한 영혼 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하기 위해선 타인의 몸을 강탈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자신이 강탈한 사람으로 살아갈 뿐이다. 본인의 존재는 부정당한 채, 자신이 빼앗은 타인의 인생을 살아갈 수밖엔 없다. 그가 알렉산더에게 몸을 돌려준 행위는 리아넌의 미래를 위함이자 본인을 위한 선택이다.
그리고 알렉산더를 위함이기도 하다. 설령 그들의 사랑이 계속 이어진다 할지라도, 과연 그것이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졌을까? 그들 사이에 다툼, 이별과 같은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혹은 그녀)는 리아넌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한 채 그녀 곁을 떠나갔다.
그것은 그가 한 최선의 선택이자 마땅한 행위였다. 다만 영화적으론 최악의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영혼 A가 빠져나간 알렉산더가 빈껍데기처럼 보였던 것은, 단지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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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시간 때우고 싶은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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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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