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쉘
Bombshell: The Hedy Lamarr Story, 2017
사람들은 나의 아름다움만 탐했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을 뽑으라면 많은 것들이 떠오를 것 같은데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라면 네비게이션, 와이파이와 같은 무선통신기술일 것 같습니다. 지도 서비스를 이용할 때 키는 GPS나 와이파이, 네비게이션, 블루투스 등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기술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것들 외에도 정보통신 등에도 사용되는 기술이 바로 주파수 도약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하는 다양한 기술들의 근간이 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이러한 무선 기술을 처음 개발한 사람이 1900년대 초반 활동한 배우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헤디 라머.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당대 최고의 여배우인 비비안 리 등이 그녀의 스타일을 따라했었고, 월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의 모델이 된 배우이기도 한 그녀는 배우이자 뛰어난 발명가였다고 합니다.
영화 밤쉘은 그런 헤디 라머의 일생에 대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나고 자란 그녀는 배우를 꿈꾸던 중 1933년 영화 엑스터시 출연을 통해 이름을 알렸지만 당시 파격적이었던 전라 출연 등으로 섹시한 이미지의 배우라는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19세로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이름은 알려졌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녀의 배우로서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하네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피해 떠난 미국에서 거대 영화사인 MGM에 입성하게 되는데요, 이때 그녀는 외국인으로써 영어를 잘 하지 못했지만 순전히 그녀의 빼어난 미모 하나만으로 성사된 계약이라 하니 그녀의 미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갑니다. 이렇듯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그녀는 국내에서 삼손과 데릴라의 데릴라 역으로 유명한 배우지지만 다른 고전 영화의 배우들같이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닙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 원인 중 하나로 그녀의 너무나도 빼어난 미모,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알린 작품 엑스터시를 원인으로 뽑습니다.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많은 사람들에게 눈도장이 찍혔지만 오히려 그러한 이유로 작품성 있는 영화보다는 그녀의 미모를 싸구려로 소비하려고 하는 작품에 주로 출연하게 된 것에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그녀에게 이러한 작품들에 대한 출연 제의가 주로 있었다고 합니다.
그나마 붐 타운이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잡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영화 또한 헤디 라머가 출연을 고집해서 성사된 작품이라 하니 여러 가지로 안타까운 마음도 드네요.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가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바로 발명이라고 합니다. 평소 그녀는 자신에 대해 예쁘고 섹시한 여성이 아닌 발명을 좋아하고 머리가 좋은 그런 여성으로 보여지길 바랬다고 합니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주파수 도약 시스템 또한 그녀의 발명품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녀의 발명 실력이나 지적인 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빼어난 미모 때문에 발명에 대한 공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군의 승리를 기원하며 해군에 해당 기술을 제공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가절하했고 후에 이 이 기술이 상용화 됐을 때는 그녀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특허권 또한 인정받지 못했죠. 나라에 도움을 주고 싶으면 그 얼굴을 이용해 전쟁채권이나 팔아오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죠. 실제로 전쟁채권을 판매하는데 이용당하기도 합니다.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인 그녀는 스스로 영화 제작에 참여, 배우 및 제작자로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사업 수완은 없었는지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남성 위주의 제작자와 배우들이 이끌어가던 영화판을 생각할 때 그녀의 이런 시도는 실로 고무적이라고 하네요.
이렇듯 주도적이고 독립적이 삶을 살고자 했던 그녀의 일생은 그리 행복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혼 생활은 늘 불행하게 끝났고 그녀의 발명이나 업적은 모두 그녀의 미모에 가려져 평가절하 되었고 사람들은 여전히 그녀의 미모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니 말이죠. 누군가의 말대로 그녀가 지금 태어났다면 뛰어난 과학자가 되었을텐데 시대를 잘못타고 난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는 받지 못하게 된 것 같네요.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다가 2000년 86세의 나이로 사망하게 되는데요, 후에 그녀의 생전 인터뷰가 발견되면서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그녀의 생전인터뷰와 함께 그녀와 함께 일했던 배우들, 자녀와 손녀 등의 입을 통해 해더 라마라는 배우에 대해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다큐멘터리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번쯤은 봐도 좋을 작품입니다. 헤디라머라는 배우가 삼손과 데릴라의 데릴라였던 배우가 아닌 그 이상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밤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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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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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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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배우 ‘헤디 라머’가 낯설다면, 고전 영화 <삼손과 데릴라>(1949)의 ‘데릴라’를 떠올리면 될 것 같다. 그래도 누군지 감이 안 잡힌다면, 할리우드 고전 미인을 언급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 - 가운데 가르마, 진한 밤색의 단발머리, 백옥같은 피부에 깍아 놓은 듯한 이목구비 - 의 주인공이 그녀, ‘헤디 라머’일 가능성이 크다. <밤쉘>은 ‘헤디 라머’의 유년 시절부터 배우 데뷔,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할리우드 진출, 결혼과 이혼, 발명 등 그녀의 다채로웠던 인생을 순차적으로 따라가는 다큐멘터리다. 공장처럼 영화를 찍어내며 배우를 혹사하던 할리우드의 관행에 이의를 제기하고, 거듭된 결혼과 이혼을 거쳐 자녀를 혼자 양육하고, 연기뿐만 아니라 직접 영화를 제작했던 ‘헤디 라머’의 삶을 여러 각도로 조명한다. 또, 그녀가 어린 나이에 유럽에서 찍었던 초기작 <엑스터시>(1932) - 노출과 대담한 성행위 묘사로 화제가 됐었다- 이 사실은 사전 합의 없이 강압적인 환경에서 촬영됐고, 자극적으로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편집됐음을 짚고 넘어간다. <밤쉘>은 특히, 아름다운 미모 탓에 가려진 뛰어난 발명가였던 창의적인 그녀를 주목한다. ‘주파수 도약’으로 대표되는 아이디어 넘쳤던 발명가였으나 여자, 이민자, 스캔들 배우라는 여러 이유로 폄하되고, 특허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그녀의 사정을 전한다. 영화는 그녀가 출연했던 고전 영화의 장면을 따오고, 당시의 영상과 사진 자료를 삽입하고, 때때로 ‘헤디 라머’의 육성 녹음과 자녀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활용하여 흥미를 높인다. ‘주파수 도약’ ‘큐브 콜라’ 등 발명품의 소개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여 이해도를 높이고 현대적 감각을 더 했다. 배우 수잔 서랜든이 제작, 알렉산드라 딘이 연출했다.
2018년 6월 5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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