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Hereditary, 2017
가족은 선택할 수 없다
올 한해는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공포영화가 관객들을 찾아온 것 같습니다. 상반기 곤지암을 시작으로 트루스 오어 데어, 더 넌, 인시디어스, 속닥속닥 등의 작품이 관객을 찾아 왔는데요 이중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많은 영화 중 가장 큰 화제를 불러온 작품을 뽑자면 아무래도 유전 같습니다.
데드풀, 서치의 번역가로 유명한 황석희씨가 너무 무서워서 번역하기 힘들다는 sns를 남기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었죠. 오컬트 무비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는 영화로 큰 호평을 받았던 영화 유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화에 있어서 오프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하죠.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기도 하고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몰입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영화 유전의 시작은 장례식에 초대하는 자막으로 시작됩니다. 이어 인형의 집을 클로즈업, 실제 인물들과 동일시되는 모습으로 화면이 바뀌면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요, 특유의 기괴함과 어두운 분위기는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애니가 작업하는 모형입니다. 엄마가 돌아기시기 전부터 만들었던 모형은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는 그녀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한편 감독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애니의 심리 변화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애니가 거부했던 의식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하게 되는 과정이 모형을 통해 그려지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그녀의 의식의 흐름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장르는 공포영화 , 그 중에서도 오컬트 무비라 할 수 있습니다. 오컬트 무비란 말 그대로 신비주의, 초자연주의에 대한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로 보통 악마와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등장시킵니다. 엑소시트스트나 컨저링 시리즈, 그리고 오멘 등이 대표적인 오컬트 무비라 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영화는 절대악의 존재, 그리고 절대악을 처단하는 신부나 퇴마사 같은 존재와의 대결구도 등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빙의에 걸린 사람을 구출하거나 하는 식의 결말로 끝이 나는데요, 영화 유전의 경우 이러한 오컬트 무비의 공식과는 다른 전개 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원치 않는 분들은 보지마세요!!)
다른 영화가 악마, 또는 악령에 깃든 사람을 구원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면 영화 유전은 악마를 소환하는 과정 자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중세시대의 악마인 파이몬을 소환하기 위해 모든 일생을 바친 애니의 엄마, 그리고 이러한 엄마의 뜻을 이어받아 결국 자신의 아들에게 파이몬을 깃들게 하고 마는 애니의 모습은 결국 파이몬의 소환이 성공했음을 알리며 끝을 냅니다. 이러한 영화의 결말은 기존에 우리가 봤던 오컬트 무비의 공식을 비틈과 동시에 알 수 없는 찝찝함을 함께 선사합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유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무관할 것 같네요. 겟아웃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유전 또한 곳곳에 다양한 단서를 숨겨두고 있습니다. 겟아웃의 경우 노예를 의미하던 단어인 사슴(deer)의 죽음, 주인공의 집에 갈 때 도너츠를 사가는 것은 골라먹는 재미를 의미한다는 등의 다소 간접적인 단서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면 유전은 보다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단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장례식 이후 할머니는 아들을 원했다는 찰리와의 대화, 여자지만 남자이름으로 지은 찰리, 똑같은 디자인의 목걸이, 우리의 희생은 큰 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내용의 엽서 등등은 모든 과정에 결국 악마 파이몬을 소환하기 위한 과정을 그려내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른 의미로 보자면 가장 안전해야 할 가족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표현해낸 작품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해석이던 영화를 보고난 뒤에 찜찜함은 쉽게 떨쳐낼 수 없을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봤지만 장르의 특성상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영화의 등급이 15세인것과 달리 몇몇 장면의 수위는 상당히 높습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의 머리가 절단된 모습이 나온다거나 새의 머리를 자르는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표현되는데요, 영화에서 이러한 장면들은 악마 파이몬을 상징하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되지만 적나라한 장면은 거북함을 느끼게 할 것 같네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거부감이 큰 분들은 감안하고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유전의 감독인 아리 에스터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네요. 지금까지 유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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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오컬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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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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