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미라이
Mirai, 2018
누구에게나 "처음"은 존재한다. 만남, 이별 혹은 해보지 못한 어떤 일에 대해서도 말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늑대아이 등으로 유명한 "호소다 마모루"감독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는 바로 이런 "처음"에 대한 영화다.
새로 생긴 동생에 대한 오빠 "쿤"의 질투가 중요하긴 하지만 가족들 모두가 처음 겪는 일에 대해서 시행착오를 겪고 그것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하나하나 극복해 가는 과정을 감독 특유의 감성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타임리프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적절히 버무려 무리 없이 보여주고 있다. 둘째 아이 출산을 위해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엄마와 아빠. 4살배기 "쿤"은 그런 부모를 오늘도 목 빼고 기다리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 아빠를 반가이 마중 나가고, 품속에 안겨있는 여동생을 신기하게 바라보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 신기함은 질투로 바뀐다. 엄마 아빠 둘 다 온통 여동생에게만 신경이 집중되어 자신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듯 한 모습에 일부러 동생을 괴롭혀 보기도 하지만 돌아온 것은 야단과 꾸중뿐. 우울한 마음에 정원을 거닐다가 예전부터 정원에 심겨진 나무를 매개로 하여 사람모습을 한 애완견 "유코"도 만나고 여동생 "미라이"의 미래와 만나기도 한다.
(혼자만의 생각이긴 하지만)사이가 좋지 않은 여동생과 함께 몰래 집안에 잠입해 아빠에게 들키지 않고 부부인형을 치우는 모험도 함께 하며 왠지 모를 동생과의 유대감을 처음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자전거를 갖고 싶어 심통을 부리고 역시나 엄마한테 야단을 맞고 또다시 미래의 미라이를 만나 이번에는 과거로 가서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엄마를 만난다.
어린 시절의 엄마와 함께 온 집안을 어지럽히는 장난을 치고 이야기를 나누며, 외할머니에게 야단맞는 엄마를 보니 왠지 자신과 다르지 않고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자전거를 갖게 된 쿤은 공원에서 아빠와 함께 연습을 하기로 하지만, 당연히 아빠의 신경은 온통 동생 미라이 한 테만 쏠려 있어 자전거 연습을 도와주지도 못한다. 매번 넘어지기만 하는 것도 서러운데 아빠마저 동생에게 빼앗긴 거 같아 속상하기만 하다. 그런 마음을 헤아렸는지 이번에는 더 먼 과거로 타임리프해 증조할아버지를 만난다.
창고에서 오토바이를 고치는 남자다움에 반하고 때마침 자전거타기에 실패한 자신의 마음을 아는지, 함께 말을 타고 달리기도 하며 증조할아버지는 쿤에게 살아가는데 있어 큰 조언을 해준다. 누구나 처음 겪는 일에 있어 두려워 말라는 증조 할아버지의 그 말을 가슴에 담고 결국 쿤은 두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다. 조금씩 가족관계에 있어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운 것만 같다.
어느 날인 가족 여행을 가지만 괜시리 옷 색깔을 가지고 심술을 부리고, 그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엄마아빠에 대한 속상함이 터질 무렵 이번에는 냉소적인 남학생을 만난다. 누굴까. 혼자서 모르는 기차를 타고 낯선 곳에 도착하지만 분실물센터의 기괴한 직원의 물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또다시 낯선 곳으로 옮겨지려는 순간 눈을 돌려보니 여동생이자 현재의 미라이가 보인다. 아슬아슬하게 미라이를 구하고 그 순간 자신은 미라이의 오빠임을 깨닫고 다시금 미래의 미라이를 만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과거 증조할아버지의 결혼이야기. 고양이를 싫어하게 된 엄마의 이야기. 몸이 약한 아빠의 자전거 도전 기. 그리고 애완견 유코의 모습을 보며 과거로 부 터 이어져 오는 현재의 존재이유를 깨닫고 미래의 미라이와는 이별을 한다. 이제는 지금 이순간 존재하는 미라이를 진심으로 동생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동생이 있는 오빠의 모습이라면 한번쯤은 있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들과, 쿤과 미라이 뿐만이 아닌 처음 하는 육아에 허둥대는 아빠의 모습. 그리고 워킹걸로 살아가며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의 모습.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현재를 살아가는 이웃들이다.
미국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단골주제인 가족의 사랑을 본 영화에서는 디즈니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쿠르지" 영감의 소년 버전 느낌이다. 굳이 한 가지 단점을 지적하자면 증조할아버지가 다리를 다치게 된 과정. 그의 일터 등이 국내 관객에게 쉽게 넘어가줄만한 부분은 아닌 듯하다.
많은 비중은 아니라 하더라도 분명 일본 자국의 좁은 시각으로, 은연중에 그려낸 부분만 제외한다면 언제 라도 잔잔하게 감상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다.
<리뷰어의 총평>
가족이 존재하는 이유. 쉽지만 어려운 그 해답
 |
|
 |
 호소다 마모루 감독 팬이라면 무조건 추천
디즈니 만화와는 또 다른 감성 |
|
| 글: 청포도에이드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를 만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인 <미래의 미라이>(2018)는 전작에서 그려낸 타임 루프, SF판타지, 모성애, 부성애가 모두 담겨진 영화로 그의 서정적인 분위기가 묻어있다. 다만, 이번 영화는 극적인 판타지를 보여주기보다 4살 아이의 시선에서 본 가정집의 일상을 병렬식으로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4살 남자아이 ‘쿤’은 갓 태어난 여동생 ‘미라이’에게 질투를 느낀다. 자신을 봐주지 않는 부모님에게 서운함이 폭발하자, 그 서운함이 동생에 대한 미움으로 변한다. 이 작은 고난은 젊은 부부의 육아의 현장이자, 4살 아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형식만 판타지이고, 내용은 다소 잔잔한 영화이지만, <미래의 미라이>에는 신선한 전환이 있다. 동생이 나보다 크다면? 엄마는 일하고, 아빠가 육아를 한다면? 나를 혼내던 엄마, 아빠가 나와 같은 아이라면? 감독은 이를 위해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를 이용한다. 타임 루프를 하며 만나는 가족들의 색다른 모습은 잔잔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다만, 4살 아이인 ‘쿤’의 판타지적 상상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탓인지 어른에게는 특별한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깊은 여운을 주고,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일상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보고 나면 가족이 떠오르고 보고 싶어질 영화다.
2019년 1월 7일 월요일 | 글_윤수연 기자 ( y.sooyeon@movist.com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0명
글쎄요 : 0명
호소다 마모루 감독 팬이라면 무조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