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너무 빨리 어른이 돼 버렸다. 그 역시 사랑이 고픈 아이였건만, 어린 동생을 돌보기 위해 그렇게 가슴속에 슬픔과 아픔을 차곡차곡 쌓아 놓고 꺼내 볼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영주>의 주인공 19세 영주 이야기다. 힘든 시기를 나름 잘 버티어 와, 스물살 성인이 얼마 안 남은 현재 영주는 동생 영인에게 농담처럼 묻는다. “엄마, 아빠 둘 중 한 명만 살아 돌아온다면 누구라면 좋겠어?” 이 같은 서글픈 남매의 대화로 문을 여는 <영주>는 이후 동생이 친 사고를 계기로 ‘영주’를 가혹한 상황 안에 몰아넣는다. 그 결과 세상에서 가장 미워해야 할 대상이지만 그들이 내미는 따뜻한 온기에 무장해제당하고 만 아이, 비로소 ‘영주’는 자기 안을 들여다보고 희망과 절망을 담금질하며 여물고 단단해져 간다. 영화는 가해자는 악 피해자는 선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지양하며, 그들이 지닌 죄책감 연민 희망 절망 등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세세히 묘사한다. 신예 차성덕 감독의 차분한 연출과 김향기, 유재명, 김호정 배우의 요란하지 않은 절제된 연기가 만나 전반적으로 은은한 결을 유지한다.
2018년 11월 2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