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Ode to the Goose, 2018
영화 <군산 : 거위를 노래하다>는 장률 감독의 작품이다. 주연배우는 배우 박해일과 문소리다. 필자는 딱 여기까지만 알고 이 영화를 골랐다. 사실 장률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조금 망설였지만, 필자는 배우 박해일과 문소리의 어마어마한 팬이기에 이 영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영화라는 콘텐츠 자체가 감독의 제작의도와 스타일에 워낙 많은 영향을 받는지라 작품 자체에 대한 점수를 높게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전혀 후회하지 않았으며 배우 박해일과 문소리의 연기는 영화를 본지 5일이 넘은 지금도 뜨겁게 남아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모든 포털 사이트에서 꽤나 높은 평점을 받았으며, 특히 평론가들에게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의 디렉팅을 맡은 장률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이기 때문이다. 장률 감독은 잘 알려진 대로 중국 연변에서 나고 자란 재중동포 2세 출신이다. 그는 한국인이면서 중국인인 특유의 정체성을 ‘경계’ 혹은 ‘경계인’을 테마로 작가주의 영화를 만들어온 시네아스트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이후 장률 감독의 2년만의 신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가 올해에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배우 박해일, 문소리의 주연 캐스팅부터 화제가 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아시아 대표 시네아스트 장률의 11번째 작품이다. 장률은 특정 지역, 공간의 질감과 시간의 공기를 담은 영상의 운율을 통해 자신만의 독보적 시선과 서사 방식을 구축해왔다. 특히 영화와 시, 중국과 한국, 정주민과 이주민, 꿈과 현실 등 경계의 모호함과 긴장감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색하는 작품으로 국내외 수많은 시네필을 매료시키고 있는 거장이다. 또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월드 프리미어 상영은 1000여 석이 넘는 총 2회 상영분 전석을 매진시키며, 올가을 시네필들의 독보적인 기대작임을 입증했다.
화려한 이력에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장률 감독이 디렉팅을 맡은 영화라 이 작품을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 이유는 취향의 문제였다. 장률 감독의 영화는 상기한 것처럼,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영화의 이곳저곳 메타포를 숨겨놓는, 소위 ‘어려운 영화’이다. 그의 영화는 자주 시에 비유되곤 한다. ‘시’라는 장르가 ‘소설’이라는 장르에 비해 더 대중적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유는 시는 소설에 비해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마디로 시는 소설보다 더 ‘어려운’것이다.
장률 감독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많은 일반 관객들에게 ‘평론가를 위한 영화’라고 평가 받는다. 평론가를 위한 영화라 함은, 단순히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업영화가 아닌, 어떤 사회적 메시지나 감독의 사유와 생각을 담은 심오하고 무언가 풀이와 해석이 필요한 영화를 말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영화 역시 그렇다. 가볍게 볼 영화, 킬링타임으로 볼 영화는 아니다. 무심코 보다가는 ‘내가 뭘 본 거지?’라는 의문을 품을만한 영화다.
필자에게 영화란 오락이고 유희이며 적절한 사유를 제공하는 세상을 통한 창구 정도이기에, 감독과 감독의 사상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영화는 취향에 두지 않는 편이다. 해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가 조심스럽다. 필자의 ‘취향’은 아니기에 이 영화의 좋고 나쁨을 논하기가 애매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자 적어보자면, 우선 이 영화의 객관적이면서도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이 영화에는 화려한 연기도 소름 돋는 감정연기도 길이 남을만한 명대사도 없다. 하지만 이 영화의 모든 배우들은 훌륭한 연기를 펼친다. 박해일과 문소리뿐만 아니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이 배우가 카메오로 나온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나온다. 게다가 그 카메오의 정체는 ‘이미숙’, ‘윤제문’, ‘한예리’이다. 상상이 되는가? 이 영화는 일단 배우들 라인업으로 이미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필자조차도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에,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대한 해석은 여러분의 관람 후 평가로 맡겨두기로 하고, 단순히 이 영화에 대한 감상만을 말하고자 한다. 이 영화는 어렵다. 그리고 심오하다. 하지만 가볍게 보자면, 또 한없이 가벼워지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이미 결혼도 하고 나이도 찰만큼 찬 어른들의 뻔하지 않은 연애담에 감독이 담아내고픈 조선족과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윤동주라는 대시인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영화다. 영화를 통해 차고 넘치는 충분한 사색과 감독과의 수수께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단연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며, 상업영화만을 즐기는 관객에게는 조금 아쉬운 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영 취향이 아닌 필자에게도 이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를 밝혀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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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심오하고 진지한 영화가 궁금한 사람
박해일과 문소리의 휴머니즘이 궁금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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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bta_vistavie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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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주>(2014)에서 고즈넉한 유적지 ‘경주’로 여행했던 장률 감독과 배우 박해일이 다시 만나 일본 강점기의 문화 잔재가 많이 남아 있는 도시 ‘군산’으로 향했다. 선배의 아내(문소리)를 좋아했던 남자(박해일)가 그녀가 이혼했다는 소식에 은근 기뻐하며 즉흥적으로 함께 떠난 여행지, 군산에 도착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문소리와 박해일 두 배우는 특유의 담백한 매력을 뽐내며 기대 이상의 케미를 선보인다. 이후 그들이 군산에서 거쳐 가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모호한 질문과 더 알 수 없는 답변이 오간다. 수시로 등장하는 조선족 인물이 특히 그렇다. 때문에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사에 현미경 들이대듯 하나하나 의미 부여하려 한다면 어느 순간 피로감에 휩싸일 수 있다. 머릿속에 떠도는 물음표를 적당히 안은 채 그들의 동선을 따라가는 것 자체로 꽤 흥미로울 수 있다. 영화는 두 남녀가 서울로 복귀한 후 본격적으로 변화를 꾀한다. 시간을 이리저리 재배치하는데 언뜻 수미쌍관처럼 처음과 끝이 맞물리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두 남녀가 보낸 여정 한복판에 서 있게 한다. 명료하진 않아도 뜯어보고 해체하며 곱씹는 묘미가 있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장률 감독이 느끼는 세상의 불규칙한 리듬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하나의 영화적 체험이 될 것 같다. 문소리, 박해일 외에 정진영, 박소담, 동방우, 문숙, 이미숙, 김희정, 윤제문, 정은채 등 많은 배우가 특별히 참여했다.
2018년 11월 9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