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
Green Book, 2018
1960년대 미국 사회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의식이 팽배했다. 개인의 능력이나 행동거지가 어떻든, 겉모습만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차등을 두는 비합리적인 문화를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수용했다. 그런 시대에 천재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친 돈 셜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클래식 음악계에서 소외당했다.
돈 셜리는 당대의 음악가 중 누구와 겨뤄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1960년대 미국은 흑인이 음악을, 특히 정통성 있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때문에 돈 셜리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이후 심리학자로 근무하다 자신의 길이 음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돈 셜리를 지지했던 프로듀서 또한 사람들이 흑인 피아니스트는 좋아하지 않으니, 팝이나 재즈 장르를 개척하라고 조언했을 정도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당시 미국 사회의 유색인종차별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돈 셜리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음악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미국 남부를 돌아다니는 콘서트 투어를 기획한다.
미국 남부는 전통적으로 흑인을 차별해 온 지역이었다. 장소나 시간적 제약은 물론, 흑인을 상대로 한 백인들의 폭력 행위도 심각했다. 때문에 돈 셜리는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경호원이자 운전기사를 고용한다.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입담이나 배포에 한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토니가 바로 그의 눈에 들어온다.
돈 셜리에 비하면 한없이 거친 인생을 살아온 토니. 비록 말투나 행동은 가볍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분노하는 점에서는 그 어떤 백인보다도 바른 가치관의 소유자다. 가벼운 마음으로 투어를 시작했던 토니는 자신의 의뢰인이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차별을 목격한다. 백인으로 태어나 백인으로 살아온 그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린 북>은 실제로 존재했던 책자의 이름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흑인이 갈 수 있는 장소와 아닌 장소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유색인종들은 이 책자를 가지고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호텔을 찾아야 했다. 작중 토니에게는 이 그린 북을 살펴보며 돈 셜리가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작중 토니가 돈 셜리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 장면이 인상깊다. 토니는 돈 셜리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본 뒤,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에 그는 천재라고 적는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색인종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토니의 생각이 변화한 지점이 아닌가 싶다.
상류층 흑인과 하류층 백인이 만나 여행하며 서로의 삶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지금까지도 사회 문제로 남아있는 유구한 인종차별 문제를 심도 깊이 찌르고 있다. 1960년대 미국의 생활상을 비롯하여 당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코미디와 풍자, 감동과 교훈을 완벽하게 사로잡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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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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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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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북>은 과거 흑인도 제약 없이 머물 수 있는 미국의 호텔 정보를 담은 책자를 뜻하는 단어 ‘Green Book’에서 따온 제목이다. 예상처럼, 영화는 인종 차별이 공기처럼 일상적이던 1960년대 미국을 다룬다. 그러나 <그린 북>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인종 차별의 기억을 재현한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운전사 ‘토니 발레롱가’와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가 우정을 쌓아나가는 코믹하고 따듯한 과정에 무게를 둔 기분 좋은 드라마에 가깝다. 백인이지만 이탈리아계 노동자로 사회적 계급이 낮은 ‘토니 발레롱가’,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 실력을 자랑하는 명사임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수모를 겪는 ‘돈 셜리’, 관객의 고정관념을 슬며시 지워내는 두 인물은 남부 순회공연 과정을 거쳐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친구가 된다. <문라이트>(2016)의 마허샬라 알리와 <캡틴 판타스틱>(2016)의 비고 몬텐슨이 체형, 말투, 연기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해 각자 맡은 인물의 매력을 탁월하게 끌어올린다. 두 배우의 수준급 연기에 연출력, 웃음까지 훌륭한 수작이다. 놀랍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2019년 1월 9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