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 2000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는 마치 홈 비디오로 찍은 다큐멘터리처럼 엉성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편집만큼은 확실해서 클로즈업으로 잡은 얼굴들을 보면 인간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또한 카메라는 늘 관객들이 있어야 할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
어둠 속의 댄서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큼 매우 훌륭한 영화로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혹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영화다. 그래서 꼭 한번은 보기를 추천하지만 결코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내가 만일 시력을 상실해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내가 가진 그 어떤 것을 잃는 것보다도 슬픈 일일 것이다. 보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볼 수 없음을 의미하며 나의 남겨진 생은 온통 새카맣게 칠해진 암흑과 같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와도 같은 것이겠지만, 그 어두운 미래는 결코 경험해보고 싶지 않다.
영화 속 주인공 셀마(비요크)는 시력을 상실한 뒤 침묵을 두려워한다. 그녀는 침묵이 죽음과도 같다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의 침묵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동안 모아둔 전 재산을 빌(데이빗 모스)에게 빼앗겼던 그 순간, 그때 역시도 침묵이 존재했다. 물론 그녀가 침묵을 싫어하는 진짜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차라리 소음이 낫다고 말하는 것은 불규칙적인 소음에도 운율이 존재하고 그녀의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소리는 시각을 잃은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기쁨과도 같다.
그녀가 시력을 잃게 된 원인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에 있다. 그리고 그 유전자는 그녀의 아들 진(블라디카 코스틱)에게까지 이어진다. 이 빌어먹을 비극의 유산은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본인의 눈을 빼앗아간 그 유전자가 이제는 자식의 시력마저 앗아가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결코 어두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힘든 여건 속에서도 즐거운 것들만 상상한다. 어두운 것은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일 뿐, 그녀는 결코 어둡지 않다.
하지만 셀마가 상상하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물론 현실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일들은 아니지만 그녀에겐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녀는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현실을 상상 속 뮤지컬로 풀어낸다. 마치 인도영화의 그것처럼, 음악과 춤이 그녀를 행복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것은 현실의 아픔을 잊게 만드는 달콤한 시간이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짜증이 나고 순간 울컥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착한 셀마의 어리숙한 행동에 화도 나고, 사치스런 아내 린다(카라 세이무어)가 떠날까봐 돈을 전부 쓰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셀마의 돈까지 훔친 주제에 그녀에게 살인누명까지 씌운 빌의 행동을 보며 분노도 일겠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순간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선택을 하는 셀마의 행동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는 국가, 주변인들을 보며 더욱 답답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만큼 그녀의 선택은 (비상식적으로 보일 만큼) 극단적이었으며 현실을 초월한 비이성적 판단이었다. 분명 그녀도 살고 아들의 눈도 낫게 만들 다른 방법은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할 텐데.. 적어도 이 영화는, 영화 속 셀마는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오직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만이 아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말하고, 그것은 결국 마지막에 실현된다.
셀마의 초월적 선택은 어쩌면 아이를 낳은 이유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아이를 낳았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은 이유는 그 아이를 품에 안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이의 생을 선택했고 아이의 미래를 끝까지 책임지고자 했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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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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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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