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가족
THE ODD FAMILY : ZOMBIE ON SALE, 2018
한국 공포영화의 시초는 아마도 하얀 소복을 입고 나오는 처녀귀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설의 고향과 같은 고전 드라마에서도 할매, 처녀 할 것 없이 여자귀신들이 유독 많이 나오곤 했는데 구미호와 같은 공포물 역시도 여우탈만 썼을 뿐 처녀귀신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이후 홍콩영화의 영향으로 강시영화가 잠시 유행을 탔었고 헐리우드의 영향으로 좀비물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종교와 결합한 엑소시즘이 유행을 타는 듯하다. 검은 사제들과 곡성, 사바하뿐만 아니라 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 이어 프리스트 까지.. 귀신들린 인간의 이야기가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부산행을 기점으로 창궐, 그리고 창궐보다 더욱 거대해진 넷플릭스의 킹덤은 좀비영화의 발전적인 방향. 혹은 한국형 좀비스타일의 기대작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그것이 성공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아직까진 모르겠다. 다만 킹덤은 시즌이 흘러가면서 그 매력을 더욱 더 발휘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좀비영화는 드라큘라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외적인 변수 없이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이며 인간의 피를 원하는 흡혈귀다. 다만 드라큘라는 좀비에 비해 매력적인 캐릭터다. 좀비는 썩은 시체지만 드라큘라는 잘생긴 백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묘한 가족의 첫 번째 좀비인 쫑비(정가람)는 그 둘을 섞어놓은 잘생긴 외모를 지닌 좀비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흡혈 행위는 마치 장수마을의 숨겨진 비밀처럼 노인들을 젊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다만 잠복기가 지나면 그들은 썩은 시체로 변하고 만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김지운의 조용한 가족과 많이 닮은 이 영화는 좀비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코믹 가족 드라마다.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을 잘 살리며 사기를 치는 준걸(정재영)과 매번 사고나 치고 다니는 망나니 동생 민걸(김남길), 그리고 임신한 상태로도 좀비의 치아를 몽땅 뽑아버릴 정도로 잔인하면서도 강인한 남주(엄지원)까지 모두가 잘 맞는 옷을 입고 연기를 펼치고 있다. 또한 20년은 젊어진 만덕(박인환)의 모습은 마치 20년 전 그가 출연한 영화 조용한 가족에서 봤던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팔팔하면서도 흥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 역시도 종말에 가선 좀비들과 싸우게 될 것을 알고 있기에 그 뒷부분은 크게 궁금하지가 않다. 어차피 주인공은 이길 것이며 동료 중 누군가는 죽을지도 모르나 악은 소멸될 것이고 승자는 결국 그들(가족)이 될 것이다. 그것은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자 스포일러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결말이다.
결국 모두가 아는 결말임에도 그 마지막을 잘 살리기 위해선 좀비들과의 싸움 장면을 어떻게 살리느냐, 얼마나 화려하고 흥미롭게 그려내느냐가 관건인데.. 결혼식장에서 시작된 좀비들의 액션 장면은 12세 관람가인 탓인지 듬성듬성 잘려나간 풀뿌리마냥 큰 임팩트 없이 끝나버리고 대신 효과를 주기 위해 꽃가루를 뿌리고 거리에 과일상자를 마구 부어버린다. 이는 사태의 혼란스러움을 유쾌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공포영화의 매력은 반감시켜버린다.
물론 이 영화는 코믹좀비물이기에 코믹함을 살리기 위해 그런 장치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주유소에서 위험하게 폭죽을 터트리는 민걸의 작태와 다급한 상황에서 좀비가 된 동창과 대화를 시도하는 준걸의 모습은 대놓고 코믹하게 가겠다는 선언과도 같은 모습이었으며, 이미 영화 초중반에 아버지한테 죽어라 좀비 새끼야! 라고 말한 그 순간부터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했던 방향성만큼은 확고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이 영화가 20년 전 주유소를 털어라가 나오던 그때 그 시절에 개봉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코믹한 요소들은 확실히 살아있었다고 본다.
가벼운 마음으로 코믹한 부분만을 도려내서 즐길 생각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좀비영화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깊이는 다소 부족하지만 코믹한 요소만큼은 여느 코믹영화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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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벼운 코믹영화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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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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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이 대중화된 최근. 바이러스 등에 노출돼 좀비로 변하고, 좀비에게 물린 인간은 좀비화되는 게 통상의 모습이다. 이렇듯 물리고 물리며 좀비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좀비를 소재로 하는 창작자에게 있어 그 결말을 어떻게 가져갈지가 가장 고민스러운 지점이 아닐까. <기묘한 가족>은 남다른 결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확실하게 색다름을 보장한다. 영화는 좀비를 소재로 했던 여타 작품과 다른 독특한 톤앤 매너를 지녔다. 마치 선홍빛 날고기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싱싱함에 대한 기대와 그만큼의 거부감이 양날의 검처럼 동시에 번뜩이는 까닭에 몰입과 즐기기까지 몇 번의 ‘턱’을 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약 임상 시험 부작용으로 좀비화된, 가뜩이나 불쌍한 처지에 놓은 인물을 죄책감 없이 탐욕스럽게 이용하고 학대하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 다행히 패륜 드립 등 재치 있는 대사와 배우들의 어눌·코믹한 연기, 윤종신의 노래 ‘환생’, 클럽을 연상시키는 불꽃놀이 등등을 적절히 배치해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는 잔혹한 상황과 설정을 상당 부분 희석한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극에 관심을 꽉 붙잡아 두었다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반전 결말을 툭 떨어뜨리며 영화는 기묘한 신선함을 완성한다.박인환을 필두로 정재영, 엄지원, 김남길, 이수경이 콩가루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뭉친 ‘만덕’네 가족으로 좀비 퇴치에 이바지한다. <바람 피기 좋은 날>(2007) <파괴된 사나이> (2010) 등에서 현장 편집을 맡았던 이민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2019년 2월 11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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