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MHz
공포영화는 대부분 일정한 공식을 가지고 그 틀 안에서 이야기를 조립해나간다. 하지만 관객들을 어떤 식으로 깜짝 놀라게 만들 것인지 그 방향성에 따라 흐름은 달라지며 공포의 대상 역시도 다양한 선택에 의해 보다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곡성에 등장하는 악마와 여고괴담에 나오는 귀신은 서로 다른 존재임에도 각자의 영화에 딱 알맞게 활용된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다룬 작품들이나 엑소시즘, 구마사제가 등장하는 영화들 또한 최근 즐겨 사용되는 소재들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무엇이 더 무섭고 공포스러운 존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입장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며 연출력에 의해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로 무섭지 않은 장면도 감독의 놀라운 손재주에 의해 엄청 무섭게 그려질 수 있고, 반대로 진짜 무서운 귀신도 어설픈 편집에 의해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0.0MHz는 어느 정도 기대를 했다가 엄청 실망을 한 작품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우리가 기존에 봐왔던 공포물을 그대로 답습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과거 한창 유행하던 미국의 공포물에서 봤던 것처럼 섹시한 여성도 등장하고, 제일 먼저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인간들도 등장한다. 그들은 딱히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을 하며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린다. 가령 슈퍼마켓에서의 말다툼 역시도 흉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무서울 것 없는 청춘임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나대고 또 나댄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가 봐도 소희(정은지)여야 마땅하지만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수동적인 인물이다. 그저 주변 동료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위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말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녀가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곧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판단이 되었고 그녀는 무당인 엄마에게 연락까지 취하는 상황에 빠지고 만다. 이 역시도 조금은 웃긴 상황인데 대체 그녀는 어째서 0.0MHz 동아리에 가입을 한 것일까! 귀신이라면 치가 떨릴 법도 한데..
결과적으로 귀신 들린 윤정(최윤영)에 의해 한석(신주환)과 태수(정원창)는 끔찍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고, 그들의 예견된 결과는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준다. 위험한 상황 속으로 일부러 찾아 들어갈 이유는 절대로 없다는 사실을..
어쨌거나 이 영화는 섹시한 미녀를 초반에 죽이는 단조로운 설정은 무시한 채 그녀의 몸을 귀신의 도구로 활용하며 끝까지 이용해먹고 마지막에 가서야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윤정이며 그녀를 좀 더 섹시한 유혹녀로 그렸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런 식으로 그려냈다면 19금 B급 이미지가 더욱 강렬하게 박혔겠지만, 차라리 그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어쩌면 이 공포물이 준비한 가장 놀라운 장면일지도 모른다. 모든 사건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찾아오는 마지막 위기. 그러나 이미 실망을 하고난 뒤라서 그런지 큰 감흥은 없었다. 그저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랄까! 그만큼 이 영화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 공포물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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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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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떠도는 귀신 목격담이나 저주의 흔적들을 찾아 폐가나 폐쇄된 학교, 놀이공원, 병원 등등, 굳이 가지 말라는 곳을 방문하는 이들이 있다. 단순한 호기심의 발로이든 어떤 숨겨진 목적을 위해서든 공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과 설정인데 <0.0MHz> 역시 그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전형적인데 금기의 장소를 제 발로 찾아 들어가고, 피와 인형을 이용한 강령 의식으로 귀신을 소환하는 시도 등은 특히 기시감이 강한 모습이다. 게다가 귀신을 부르는 주파수인 ‘0.0MHz’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조성된 공포의 톤과 매너가 아주 상투적인 가운데 생뚱맞기도 뜬금없기도 한 장면이 종종 등장해 기껏 조성한 공포를 무너뜨리고 때론 헛웃음을 유발하곤 한다. 원작인 장작 작가의 유명 동명 웹툰의 스크린 변주를 직접 확인하는 데 의의를 두면 좋을 것 같다.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2010) 이후 유선동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가수 겸 배우인 정은지가 귀신 보는 ‘소희’로 스크린 데뷔했다.
2019년 6월 3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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