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미식
Beautiful Food, 2018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취향을 갖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 경험을 통해 만들어지며 그렇기에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부감, 혹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 역시도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을 수밖에는 없으며 경험해보지 못한 맛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는 없다. 멍게나 해삼을 먹기 전까지는 그 징그러운 물체가 무슨 맛을 내는지 도통 알 수 없다. 비슷한 경험을 토대로 그 맛을 상상해볼 수는 있지만 정확한 포인트를 집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먹방을 비롯한 각종 음식 프로그램이 판을 치는 지금 이 시기에 우린 대체 무엇을 맛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맛있다는 것은 대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한번 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 각자의 미식은 바로 그것을 말하고자 한다. 진정한 맛이란 무엇인가! 맛있다고 하는 것은 대체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 프로그램을 보고 그 집을 찾아가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렸다가 그 음식을 사서 먹는 것인지.
이 영화는 약 80분가량의 짧은 영화다. 아마 시나리오 상으로만 보더라도 씬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그중 초반부에 회의를 하는 장면만 대략 10분 이상이 소모되는데, 이 씬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마치 직장을 그만둔 이조차도 기억폭행을 당하는 것처럼 마구 짜증이 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의도가 그것이었다면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장면은 결국 소은(박규리)이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모든 이유가 된다. 직장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바로 그때 그 순간의 이야기.
이후의 장면은 음식평론가 정중(임원희)과 함께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그 맛을 평가하고 이를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것인데, 이 장면들은 마치 대학에서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다니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맛집 프로그램을 촬영할 때도 그런 방식으로 촬영을 하는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만큼이나 그들의 모습도 소소하게 느껴졌다.
음식평론가 정중은 본인의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음식점 주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맛을 요구하기도 하고 적당히 고집을 부릴 줄도 안다. 남의 말을 훔쳐서 활용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이라 우기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었음을 밝히고자 마지막엔 직접 증명을 하기도 한다. 음식평론가 정중의 롤모델이 누군지는 몰라도, 배우 임원희가 연기한 음식평론가는 딱 실제 임원희와 유사한.. SBS 오락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에서 보여주던 임원희스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연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소은이 촬영한 음식 소개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음식평론가 정중이 아니다. 그는 본래의 의도대로 촬영했지만 소은에 의해 철저히 난도질당하고 만다. 소은이 생각하는 진짜 맛은 임원희가 말하는 음식 본연의 맛과는 달랐던 것이다. 그녀는 동료들이 정말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하나씩 소개하지만, 음식이 아닌 사연으로 음식의 맛을 대신하려 한다. 그들은 각자 사연이 있는 음식에서 좋아하는 맛을 찾았으며 그것은 음식의 맛이 아닌 자신들의 상황에서 느껴지는 맛이었던 것이다. 눈물 젖은 빵의 의미. 결국 소은이 원하던 맛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오락 영화와는 달리 단조롭고 잔잔하게 흘러가기에 이런 유형의 영화를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맛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 시간은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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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잔잔한 영화도 잘 보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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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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