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질란테
A Vigilante, 2018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영화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남성이다. 당연히 성인남성인 경우가 가장 많고 미성년자인 경우도 있으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경우도 있다. 그 대부분이 남성인 이유는 단지 그들이 여성보다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보다 힘이 세기 때문이다. 센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을 우린 보통 악으로 여긴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 느낌이다. 물론 미저리와 같은 영화들도 있지만, 열에 아홉은 남성이 악당이다.
특히 요즘 들어 젠더갈등이 심각한 와중에 몇 편의 한국영화는 대놓고 영화를 남성vs여성의 구도로 몰아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영화를 만든 감독들은 그런 것을 말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어차피 이전에도 그 이전에도 대부분의 영화 속 여성들은 피해자였으며 나쁜 놈은 남성이었으니까,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들만 나쁘게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이 영화 역시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남성은 쓰레기이며 여성들은 피해자요, 그것을 파괴하고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바로 여자 주인공이다.
하지만 내내 그런 시선으로 영화를 보다가는 뒤통수를 가볍게 얻어맞게 된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단지 힘이 센 남성을 향한 연약한 여성의 복수극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비질란테는 오히려 가정폭력에 대한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도 보여주며, 그것은 단지 남성의 폭력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알려준다. 가정에 소홀한 여성도 가정폭력의 문제적 원인이 될 수 있고 힘의 크기는 단지 남성>여성이 아닌 어른>유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이디(올리비아 와일드)는 쓰레기 같은 남편에 의해 가정폭력에 학대를 당하다 자식을 잃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복수를 꿈꾼다. 물론 복수는 단지 남편만을 향한 일차원적인 복수가 아니다. 그것은 이 세상 모든 가정폭력을 향한 복수이며 그녀는 그녀가 가진 힘으로 약한 여성들, 그리고 약한 아이들을 구하고자 한다. 물론 영화의 시작지점이 어떤 가정의 복수에서 출발하기에 의문이 들 순 있을 것이다. 그녀는 대체 어떻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들보다 힘이 센 것인지! 어째서 악당들은 그리도 쉽게 제압당하는 것인지!
애초에 그녀는 킬 빌의 우마 서먼이 아니다. 처음엔 한없이 나약한 존재였을 것이며 그렇기에 10년의 시간동안 한 남성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저항조차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마도 엄청난 수련을 통해 무술도 익혔겠지만, 그 장면은 오직 무술 책을 집어 드는 것으로 퉁 쳐진다. 여기에 얼마만큼의 상상력을 부여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녀는 건장한 남성 한명쯤은 맨손으로 제압할 정도의 고수가 된 듯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오로지 복수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해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의 복수를 도와주던 그녀가 찾아간 곳은 바로 어린 아이들에게 가정학대를 하는 여성의 집이다. 그녀의 존재는 이 영화가 단지 남성만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물론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강조해서 넣어둔 시퀀스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중요한 사실은 남성=악이라는 관점에서는 탈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영화가 열에 아홉은 남성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처럼, 이 영화 역시도 그 단 하나의 사건만을 제외하곤 남성을 악으로 칭한다 할지라도.. 오직 그것만이 정답은 아님을 알려줬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한 장면이었다고 생각된다.
보통의 상업영화와는 달리 이 영화는 여자 주인공의 감정에 많이 의지하며 그녀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만든다. 마치 친절한 금자씨를 볼 때 느꼈던 감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녀의 아픔과 절망을 느낄 수 있고 그녀의 복수심이 얼마나 깊은지도 동시에 느껴진다. 또한 마음의 고통만이 아닌 몸의 고통도 느껴지는 장면들도 있기에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물론 복수극 자체의 신선함은 크지 않기에 그 이상의 재미를 바라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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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이 등장하는 복수극 영화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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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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