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이즈 백
Ben is Back, 2018
<귀여운 여인>의 줄리아 로버츠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은 이후에 나온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들에서도 비비안의 이미지를 찾으려 애를 썼었다. 90년대를 시작하면서 로멘스 영화의 시작을 알린 <귀여운 여인>의 분위기는 신분차이를 극복하면서 순수한 사랑을 찾아가는 남녀 로맨스 영화의 기준으로도 세워지는데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의 만남은 그만큼 강력했고 <귀여운 여인>의 피날레는 지금도 유효한 멋진 장면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90년대는 추억의 시절이 되었다.이제 줄리아 로버츠는 멋진 어머니가 되어서 영화의 무게감 있는 역할에 믿음직한 배우로 만나게 되었다.이 영화 벤 이즈 백도 그렇게 5월 가정의 달에 찾아온 멋진 영화이다. 자식에 대한 애정과 모성, 믿음으로 긴장과 해소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꼭 5월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봐도 좋은 영화이다. 특히 크리스마스라면.
홀리(줄리아 로버츠)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행사를 위해서 아이들은 합창 연습도 하고 연극 연습도 하면서 분주하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파티를 준비한다는 것만으로 홀리의 가족들은 행복 그 자체의 멋진 시간을 기대한다.하지만 벤이 이 홀리의 집에 찾아온다. 벤은 홀리의 또다른 아들.재활원에서 약물중독 치료 중인 벤은 불현듯 홀리의 집에 찾아왔는데 홀리는 반가움과 불편함, 그리고 다른 가족의 불안한 시선까지 동시에 느끼며 이 상황을 평화롭게 해쳐나가려고 애쓴다.
홀리는 벤과 매순간 함께 있는 것으로 약속하고 남편과 아이들의 반대를 일단 무마한다. 가족이라 할 인물이지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일 수도 있는 관계, 그리고 감정의 소용돌이를 인간의 의지로 헤쳐나가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는 약물 중독, 이런 불편한 상황에서 가정의 중심을 잡을 어머니의 선택과 인내심 등은 이 영화가 어떻게 나아가게 될지 궁금하게 한다.자식은 부모를 배신해도 부모는 자식을 버리지 못하는 천륜이 있다.자식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원망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며 때로는 절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는 본인이 낳은 자식에 대해서 원망과 절망을 걷어내고 오직 사랑과 헌신, 희망을 갖게 된다. 그것은 어떤 법칙이나 의무가 아닌 자연의 법칙인 것.
그렇게 반대하고 분통을 터트리는 가족을 달래며 홀리는 믿음으로 벤과 함께 한다. 하지만 애완견의 실종은 그 불안불안한 시간을 결국 깨뜨리게 하는 사건이 되버리는데, 마치 그런 일이 있어야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동서양의 가족 이미지는 똑같다는 생각도 든다.잠자는 시간을 포함한 하루, 24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순간이다. 그 짧은 순간에 가족으로서의 믿음이 사라지고 다시 세워지는 것은 또한 짧은 것만은 아니다.
24시간 함께 하면 되는 약속.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홀리의 다짐은 점점 단단해져 가고 숭고해져간다.24시간 같이 하자는 약속으로 아들의 문제 또한 함께 하게 된 홀리는 불량배들과 엮인 아들의 모습에 혼란도 느끼고 공포도 겪으면서 도망치지 못하는, 아니 그러면 안되는 엄마로서의 숙명을 느낀다.아들은 그런 자신을 믿지 말라고 하지만 어떻게 아들을 믿지 않을 수 있을까.경찰서에 가서 위험에 빠진 아들을 찾아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체포하라고 외치고, 묘지에서 아들에게 널 어디에 묻으면 좋겠니? 묻어야만 하는 엄마의 심정을 자식은 아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럼 내면의 갈등과 심정을 모든 표정과 말투와 대사에서 기꺼이 표현하는 줄리아 로버츠의 연기는 이제야 귀여운 여인의 비비안을 거두게 한다. 이전에 노팅힐의 애나도 오션스 시리즈의 테스도 모두 물러서고 이제는 어머니로서의 줄리아 로버츠가 더 좋은 느낌이다.원더에서 장애 아들을 위해 헌신한 이자벨이 좀더 성장한 아들을 치유하는 엄마 홀리가 된 듯 줄이아 로버츠의 엄마 역할은 찡한 감동으로 깊은 울림을 남겨주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애정, 증오, 그리고 무관심까지, 깊게 새겨진 관계의 이유를 차분한 시나리오와 전개로 표현한 이 영화는 위에서 말했듯이 크리스마스 쯤에 다시 보면 좋을 영화이다.세상 모두가 행복하고 설레이는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기억해 두었다가 보면 남은 연말이 행복할 것이다. 영화의 카피처럼 우리 엄마들은 아이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 말이 참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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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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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원에 있어야 할 아들이 나타났다. 그는 두 달째 약물 중독 치료를 받는 중이고 이미 여러 차례 가족을 실망시켰다.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연휴를 계획하던 엄마는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타난 아들에게 애정과 증오가 뒤범벅된 얼굴을 내보인다. <벤 이즈 백>은 반갑지만 반길 수만은 없는 아들의 등장 이후 엄마와 가족이 경험하는 미묘한 긴장감을 힘있게 드러낸 작품이다. 아들을 스쳐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쏘아내는 무언의 눈빛, 그와 함께 있는 동안 엄마가 새롭게 알게 되는 충격적인 사실 등 여러 단서가 차츰 조합되면서 관객은 그들의 과거를 충분히 추정하게 된다. 종잡을 수 없는 앞으로의 상황이 안기는 조마조마한 감정은 뭇 스릴러만큼이나 몰입있다. 관객은 결국 한 가정의 사연을 통해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현실적으로 드러내는 이 영화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반영한다는 걸 충분히 눈치챌 수 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2016)로 데뷔해 단번에 미국비평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거머쥔 뒤 루카스 헤지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피터 헤지스가 연출한 이번 작품에서 그럴싸한 마약 중독자 연기를 선보인다. 줄리아 로버츠는 언제든 기본은 한다.
2019년 5월 9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