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사랑
Crazy Love, 2019

김기덕 감독은 영화 해안선에서 미쳐버린 군인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단지 귀신 잡는 해병대만의 문제를 다룬 것이 아니라 좀 더 오래전에 군 생활을 경험한 모든 이들이 보편적으로 느낄만한 내용을 보다 독특하게 그려내며 기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러한 모습은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김기덕 감독만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뿜어내지는 않지만 오히려 사실적인 이야기를 몰래 훔쳐보는 느낌으로 보여주며 군대 내부에 존재하는 문제를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 미친 사랑의 문시현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느낌을 고스란히 풍기며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가 그랬던 것처럼, 이주형 감독의 붉은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사람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만 이 영화는 실미도의 후속이라 해도 무방한 이야기이며 스핀오프 격의 이야기로 봐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북파공작원을 다룬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목적이 김일성의 목을 따는 것이 아니라할지라도, 그는 북파공작원 출신으로 국가의 명을 받고 행동해야 하는 인간임은 분명하다.

두식(공형진)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북에서 살아야만 했던 북파공작원 출신의 남자다. 그리고 그는 몇 번의 끔찍한 상황을 경험하며 점차 망가지고, 마치 해안선의 장동건처럼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는 북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은 실미도 대원들과는 상황이 다르기에 북으로 보내달라고 외치거나 그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남한에서 생활하는 두식은 여전히 북한에 정신을 두고 온 듯한 모습을 보이며 북에서 지낸 과거를 자꾸만 회상한다. 정확하게는 북한에서 만난 한 여인을 매일 밤마다 떠올린다.

두식은 북에서 송중호라는 자신의 본래 이름을 불에 태운 채 신분을 바꿔버린다. 그 이유는 그들이 남쪽으로 망명을 시키려했던 북한간부의 아내(이시원) 때문이며, 그녀에게 반해버린 자신의 마음은 숨긴 채 그들을 지켜본다. 하지만 그들이 망명에 실패한 뒤 그녀와 그녀의 딸 명애(이시원)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그들 주변에 존재한다. 물론 그것은 그가 만든 허상에 불과할 뿐, 그의 진짜 목적은 그녀를 갖기 위함이다. 마치 김기덕의 나쁜 남자가 그러했던 것처럼 두식도 그녀 곁에 머물며 그녀의 마음을 빼앗으려 한다.

두식이 두 명의 인생을 산 남자라면 명애(이시원)는 두식의 눈에만 두 명의 여인으로 보이는 두식의 가짜 딸이다. 그녀는 엄마와 꼭 닮은 모습을 하고 있기에 두식은 혼란에 빠진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의 모습을 그녀의 딸에게서 발견할 때마다 그는 그녀의 품에 안긴다. 어쩌면 그녀가 명애임을 알고도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죽은 여자를 계속해서 그리워한다. 자신의 여자가 아니었음에도 몰래 사랑했던 그녀를..
물론 그것이 전부 환상이었다면 좋겠지만 그는 자신의 죄를 떠올리며 괴로움에 빠진다. 바로 그의 손에 죽은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영화는 두식의 심리상태를 쫓아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하나씩 보여주며 모든 비밀을 까발린다. 하지만 영화 내용과는 별개로 쉽게 집중이 되지 않았던 것은 결국 배우들의 어색한 북한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진짜 북한말에 가까운 말투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설령 그것이 리얼에 가까웠다 할지라도 자주 접하지 못한 것에는 어색함이 들기 마련일 것이다. 그 탓에 배우들의 열연이 좀 묻힌 감이 있었으며, 특히 주연을 맡은 공형진과 이시원의 훌륭한 연기를 많은 이들이 보지 못한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사실 이 영화는 2014년에 찍은 작품으로 원래 제목이 굿 맨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왜 미친 사랑으로 바뀌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물론 그의 사랑에 크게 공감하진 못했지만 다른 사람의 여자를 갈망하고 빼앗고, 보다 더한 짓을 하는 인간들도 이 세상엔 많으니 누군가는 크게 공감할만한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들의 사랑을 동조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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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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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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