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딜릴리
DILILI A PARIS, Dilili in Paris
<파리의 딜릴리>는 2019년 세자르영화제 최우수상작으로 미셸 오슬로 감독의 작품이다. 아프리카의 컬러와 생생함을 담은 애니메이션인 <키리쿠, 키리쿠>, 이국적인 배경 속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애니매이션인 <아주르와 아스마르>, 밤에 마법 같은 동화 속 세계를 표현한 <밤의 이야기> 등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바 있다.
감독은 어릴 적 프랑스령 기니에서 성장한 만큼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으며 기존의 서구적 시선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자신만의 세계관을 표현하였다. 또한 원색의 화려한 컬러감과 예술적 영감을 담아내고 있다. <파리의 딜릴리>는 직접 파리의 풍경을 찍은 사진 위에 그림을 덧입힌 제작 방식으로 파리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하고 있다.
파리, 화려함 그 이면의 그림자
<파리의 딜릴리>는 카나키에서 온 딜릴리라는 꼬마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카나키인과 프랑스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양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다소 혼란을 겪고 있지만 특유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딜릴리는 자신을 진정으로 대해주는 우편 배달부인 오렐을 만나 친구가 된다. 친구가 생긴 기쁨도 잠시, 벨 에포크 시대(1890~1914년의 아름다운 시절로 예술의 전성기)의 아름다운 도시 파리의 풍경과는 대비되게 흉흉한 사건들로 인해 거리에는 여아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유괴범인 마스터맨들에 의해 여아가 유괴되는 사건이 만연한 파리의 거리. 사람들의 우아하고 화려한 의상, 호화로운 건축물들.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도 존재한다. 피부색이 다른 딜릴리를 관람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바쁜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이제는 피관람자에서 벗어나 자신이 관람자의 위치에서 파리를 누비며 범인인 마스터맨을 잡기로 결심한다.
전설의 예술가들의 향연
딜릴리와 오렐은 범인의 단서를 잡기 위해 최고의 예술가들을 조우하며 정보를 얻게 된다. 파리에서 역사가 르낭을 만나고, 마리퀴리, 드뷔시, 수잔 빌라동, 피카소, 모네, 르누아르, 드가, 툴루즈 로트렉, 사라 베르나르, 로댕, 까미유 끌로델, 루이즈 미셸 등 당대 최고 유명인들과 예술가들을 만난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이들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하고 계속 파리를 누비며 범인의 뒤를 쫓게 된다. 특히나 광견병에 걸린 개에게 물려 생사의 기로에 선 오렐은 파스퇴르의 도움으로 여정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가수 엠마 칼베는 물심양면으로 딜리리와 오렐를 지원해주었는데 딜릴리의 외로움을 간파하고 포옹을 통해 무의식 속에 얼어붙은 마음을 따스함으로 물들게 해줬다. 94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예술 세계와 인물들을 심오하게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한 작품에서 이들을 발견하는 재미,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과 노래, 물랑루즈, 에펠탑 등 상징적인 파리의 풍경들을 화면에 담아내기에 시청각이 즐거워진다. 그러나 인종 및 여성에 대한 차별, 아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모습을 면면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 속에 마스터맨의 여아 유괴의 의도도 드러난다.
극복의 가능성, 온정이 있는 곳
그러나 또한 극복 가능성이 있는 곳이 바로 파리이다. 딜릴리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 존재 자체로 바라봐주었던 많은 이들. 아픔과 상처, 납치의 위기를 극복하도록 위험을 무릅쓰고 도와준 오렐의 우정, 하수구에 빠졌을 때도 따스하게 포옹해줬던 엠마 칼베와 그녀의 마부. 딜릴리에게 진심으로 아름답고 예쁘다고 표현해준 이들 덕분에 극복과 희망의 빛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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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의 풍경을 감상하고 싶은 분
예술적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으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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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시나모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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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대’라는 의미의 벨 에포크.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경제적 풍요를 기반으로 문화 예술이 만개했던 시기다. <파리의 딜릴리>는 바로 이 벨 에포크 시대 파리를 구석구석 누비며 당시의 예술가와 학자를 만나 시대를 수놓았던 신문화와 예술과 사상을 훑어가는 애니메이션이다.흥미로운 것은 극의 주인공인자 객관적 관찰자의 역할을 맡은 꼬마 숙녀 ‘딜릴리’다. 초콜릿 피부를 지닌 이 꼬마 숙녀는 고향 카나키에선 피부색이 희어서, 반대로 파리에선 검어서 양쪽에서 모두 이방인 대접을 받는 처지다. 그렇기에 ‘다름’을 바라보는 긍정적이고 관대한 시선을 지녔다. 영화는 이렇듯 식민지 출신의 소녀를 앞세워 당시 향유했던 문화· 경제적 풍성함이 식민지 착취에 기반했음을 그리고 유색인종을 동물원의 동물처럼 구경거리로 바라보던 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상을 반영한다. <키리쿠, 키리쿠>(2005), <밤의 이야기>(2011) 등 독특한 그림체와 신비로운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스토리텔러 미셸 오슬로가 파리 구석구석의 전경을 사진에 담아 배경으로 활용해 완성했다. 참신한 비주얼에 비해 이야기는 평범한 편. <파리의 딜릴리>는 여성이 사회문화, 예술, 과학의 생산 주체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대적 분위기와 여권신장의 선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한 모습이다. 한편으론 시대를 선도했던 아티스트와의 만남을 통해 예술의 도시 파리를 향한 자부심과 애정이 듬뿍 담긴, 감독이 파리에 보낸 러브 레터 같은 작품이다. 2019 세자르 영화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을 받았고, 2018 앙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개막작이다.
2019년 6월 9일 일요일 | 글_박은영 기자 ( eunyoung.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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