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47
Black 47, 2018
시대 배경을 알고 영화를 보면 더 재밌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물론 시대극을 볼 때 반드시 역사를 알 필요는 없다. 영화 자체만으로 영화 속 상황과 주인공의 선택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이 영화의 제목 블랙 47이라는 뜻도 알고보면 그 의미를 충분히, 그리고 영화의 전반적인 정서를 잘 표현해주는 제목이다.1847년을 검색해보면, 유럽에서 발생한 대기근, 특히 아일랜드에서의 대기근은 인류가 감당하기 힘든 시기였다. 그것은 재앙이었고 인간들의 전쟁과 자연 재해가 합해서 만들어진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그래서 영화의 제목에는 블랙과 47이 합해졌다.
마틴(제임스 프레체빌)은 영국군에서 탈영을 하고 본인의 고향인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닌 고향은 돌아오지 않았을 게 더 좋았을 정도이다 아사하거나 교수형을 당해서 죽은 가족들. 자연재해도 재해지만 영국 지주들의 등쌀에 사람들은 점차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불법건축물이라며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부수는 경찰들에 대항하다가 경찰서에 연행된 마틴은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탈출하고 집에 돌아오자 이번엔 동사한 형수와 조카를 마주하게 된다
이런 극단적인 위기의 상황에서 마틴은 이런 상황에 방조한, 혹은 이런 처참한 상황을 만든 책임자들을 하나하나 처단하면서 복수를 하려고 한다.한편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도망친 마틴을 잡기 위해서 해나 형사는 팀을 이뤄 마틴을 추격한다. 마틴을 잡아야만 본인의 과실을 덮을 수 있다는 절대절명의 임무인 것.결국 마주친 복수의 화신 마틴과 그를 꼭 잡아야 하는 해나 형사. 이들은 바로 전쟁터에서 함께 복무를 한 전우이자 동지였다.
자, 이제 이 둘의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처참한 아일랜드의 상황과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인연.과연 마틴의 복수와 해나 형사의 체포 임무는 어떤 결말로 향할 것인가…유럽 대륙에서 가까이 붙어 있는 유럽의 국가들은 고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 전쟁도 전쟁이지만 산업혁명 이후로 만나게 되는 1800년대 후반 상황은 같은 영국이라도 나뉘어 싸우고 문화적 충돌이 일어나며 그 와중에서 단단한 민족성을 들어내왔다.그런 거대한 역사적 흐름에서 한 개인의 역사와 사명은 한줌 모래처럼 사르르 흘러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그런 사적 복수의 개념을 보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역사적 관점을 가져다 공감대를 만들어간다.부자들이 만든 규칙과 제도, 그 제도가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따를 수 밖에 없는 소작농들과 일반 시민들은 더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리지만 그것은 기다리기만 해서는 저절로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닌 희망일 뿐이다.
전쟁터에서 복무하다 돌아온 마틴의 눈에 비친 고향 아일랜드의 처참한 상황은 그냥 참고 견딜 수 없는 지경이었고 군인 정신은 바로 그 지점에서 행동으로 이어져야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보여준다.군에 있는 동안 아사한 어머니의 소식을 듣기만 했지 실제로는 몰랐던 상황을 정말로 눈앞에 마주하게 된 마틴의 마음 속은 이미 복수에 활활 불타올랐을 것이다. 동생은 교수형에 처해 죽고, 형수와 어린 조카는 자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다가 얼어죽고 경찰의 손에 죽는다.
굶어죽고 얼어죽고 총에 맞아 죽고…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마틴은 부단히 복수를 위해서 일어서지만 그것은 사적 복수의 영역일 뿐 거대한 국가적, 시민의 거사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의 행동과 의지에 아일랜드인들은 동조하고 협력하게 된다. 개인의 복수가 더해져 공적인 영역과 만나는 지점이다.
그리고 마틴을 쫓던 해나 형사의 캐릭터 변화도 또한 영화가 지향하는 방향을 넌지시 제시하는데,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뚝심을 보여주는 명쾌한 해석을 돋보이게 한다.이 마지막 장면까지 보게 되면 그동안 어둑칙칙하게 달려온 영하의 전반적인 장면 분위기와 인물들의 대화에 한줄기 빛이 내려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빛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해나 형사의 마지막 선택 – 해나 형사는 갈래길에서 어디로 향할지 – 에 대해서 영화가 끝나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생각할 거리를 툭 던져두고 끝나는 영화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화두를 던진다.
오랜만에 만나는 수작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큰 숨으로 끝까지 관람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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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복수극을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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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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