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The Children Act

<어톤먼트>로 국내에서도 유명해진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타이틀인 <칠드런 액트>는 80년대 영국에서 제정된 아동법을 의미한다. 어떤 사건에 미성년자가 연루되어 있을 경우, 미성년자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법이다. 유능한 경력직 판사로서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결정을 내려 온 피오나. 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에 관해서는 여타 사람들처럼 고민하고 망설인다. 매일같이 바쁜 일상을 보내는 피오나는 사랑하는 남편과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여유도, 그럴 생각도 없다. 피오나의 남편 잭은 아내의 바쁜 생활을 최대한 이해하고 존중하려 노력하지만, 결국 그는 이런 결혼생활이 지속된다면 본인은 외도를 하게 될 줄 모른다는 말로 피오나에게 상처를 준다.

신뢰하던 남편의 황당한 선언(?)으로 상심에 빠진 피오나는 한 소년의 재판을 맡게 된다. 재판의 주인공은 굳건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소년 애덤. 그는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료적 조치인 수혈을 받지 않으려고 한다. 신에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애덤은 종교에 헌신하는 부모님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피오나는 광신도적으로 종교에 심취해 있는 애덤의 관심사를 다른 쪽으로 돌려보고자 한다.

애덤은 수혈만 받으면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연명치료라 하더라도 강요할 수 없는 모양이다. 피오나의 열정적인 설득 끝에 애덤은 마음의 문을 연다. 보통의 영화나 소설이라면 여기서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언 매큐언의 다른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야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피오나의 헌신이 불러일으킨 뜻밖의 사태를 보여준다.

종교에 대한 애덤의 집착은 아무래도 피오나에게 옮겨간 모양이다. 그는 투병기간 동안 자신을 찾아왔던 피오나의 호의를 애정으로 착각하고, 피오나의 스토커로 돌변한다. 남편과의 불화로 사생활이 흔들리는 피오나에게 애덤의 집착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심지어 애덤은 피오나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자 또다시 수혈 치료를 거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애덤은 이제 성인이기 때문에 더는 칠드런 액트 법으로 연명치료를 받게 만들 수가 없다.
극중 애덤은 자신의 신념으로 죽음을 선택하려 한다는 점에서 언뜻 독립적인 인격체로 묘사되지만, 사실 그는 종교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그 외의 것을 돌아볼 줄 모르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애덤은 피오나와 만난 일을 계기로 종교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예술의 세계를 접하게 되나, 그 열정과 감정이 어긋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면서 비극의 발단이 된다.

한 끼 식사 메뉴를 두고도 고민하는 게 사람일진대, 하물며 누군가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건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심지어 그 결정에 따른 책임까지 져야 한다면. 세상에는 정답이 없고,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다 해도 그에 따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이언 매큐언 특유의 여운 남는 감성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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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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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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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관련 재판을 주로 담당하는 명망 높은 판사 피오나는 최근 샴쌍둥이 분리 수술 판결을 내렸다. 한 명을 살리느냐 두 아이 모두 포기하느냐의 갈림길에서의 선택으로 윤리 도덕적으로 누구도 확신할 수 어려운 사안이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판결 이후 피오나는 종교적 문제로 수혈을 거부하고 있는 백혈병 소년 ‘애덤’(핀 화이트헤드)을 치료할 수 있도록 법을 집행해 줄 것을 병원으로부터 급히 요청받는다. 성인이 되기까지 몇 달 안 남은 그는 방치한다면 수일 내로 목숨이 위태로운 위급한 상태다. 종교적 신념과 생명 사이, 개인의 자유 존중과 아동 복지 사이 판사는 또 한 번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칠드런 액트>는 1989년 제정된 영국 아동법(The Children Act)에서 따온 것으로 법 집행에 있어 미성년 아동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을 천명한 법제이다. 영화는 이 법을 지키고 수행하는 판사 피오나가 겪는 내면적 갈등을 밀도 있게 좇는다. 동시에 의도치 않게 삶의 허들에 봉착한 개인사를 다루면서 판단과 선택에 관한 화두를 진중하게 던진다. 다만 소년과 판사가 나누는 감정적 교감과 이후 파국의 과정은 다소 성글게 묘사된 인상이다.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어톤먼트>(2007)의 기획자였던 리차드 이어가 또다른 매큐언의 소설을 극화하는 작업에서 직접 메가폰을 잡아 바흐의 선율과 예이츠의 시, 런던부터 뉴캐슬까지 영국적 풍취가 진한 품격 높은 드라마를 완성한다. 엠마 톰슨은 판사 피오나로 다채로운 고뇌를 오감 생생하게 표현해 대체 불가의 연기를 선보인다.
2019년 7월 4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