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Manifesto

<다크 나이트> <인셉션> <나우 유 씨 미> <킹스맨> <인터스텔라>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구가하는 마이클 케인이 말한 바가 있다. 배우는 눈을 파는 직업이라고. 이 말은 언뜻 눈빛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들리나, 배우는 실제 본인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 이야기 속 캐릭터를 실제 사람처럼 생생하게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어떤 역할도 유연하게 소화해 내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배우로 손꼽힌다.
케이트 블란쳇의 탄탄한 팬층 덕분인지 <매니페스토>는 전주영화제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며 전 석 매진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매니페스토>에서 케이트 블란쳇은 무려 13명의 주인공을 연기하는데, 캐릭터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타고난 배우라는 사실을 재차 상기시켜준다.

매니페스토(Manifesto)란 예산과 일정을 갖춘 선거 공약을 뜻하는 정치용어로, 199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매니페스토를 제시해 집권에 성공하면서 일반 대중에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케이트 블란쳇 한 사람을 전면에 내세워 무엇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일까? 영화는 생소한 용어를 친절하게 설명해줌으로써, 첫 장면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린다. 한 배우가 1인 2역이나 그 이상의 배역을 맡는 경우는 흔하다. 단순히 제작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그런 시나리오로 짜인 작품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23 아이덴티티>에서 제임스 맥어보이는 여덟 명의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기염을 토했고,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면서 완전히 다른 객체임을 표현하는 연기에 많은 관객이 감탄했다.

케이트 블란쳇은 그보다 많은 13인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리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듯, 어느 하나 겹치지 않고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케이트 블란쳇은 거리의 노숙인에서 부유한 은행가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화려한 무대에 서는 록 가수로, 다양한 직업인의 모습으로 변신하며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 모든 인물의 모습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매니페스토>는 예술은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진정한 예술 작품이란 무엇이냐? 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면서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준다. 예술 분야의 전문적인 용어가 여럿 등장하고, 이것은 대부분 상당한 미술 지식이 필요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관람했다면 종잡을 수 없는 괴작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케이트 블란쳇의 일인다역 연기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특정한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는 배우, 이건 단순히 연기 분야나 예술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이기도 하다. 머무르지 말고, 생소한 것을 비난하지 말라.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머 코드도 나름의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케이트 블란쳇의 팬이나, 현대 예술에 대해 조예가 깊은 관객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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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케이트 블란쳇의 팬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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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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