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샷
Long Shot,2019

샤를리즈 테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데블스 에드버킷이라는 영화를 비디오로 봤을 때였다. 사실 지금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영화지만 그녀만큼은 무척이나 예쁘고 귀여웠다. 이 영화를 보고난 이후 그녀의 이름을 반드시 외우고 다녔을 정도니까! 이후 스위트 노벰버와 이탈리안 잡을 보긴 했지만 그렇게 큰 임팩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영화는 재미있게 봤지만 이 모든 것이 그녀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저 여전히 아름다운 배우라는 생각만 강하게 들었을 뿐..

하지만 몬스터에 나온 그녀를 봤을 때, 연기력을 논하기에 앞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물론 기존에 존재하던 샤를리즈 테론의 아름답던 이미지가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괴물처럼 변해버린 그녀의 외모는 너무나도 파괴적이었고 거칠어보였다. 제아무리 미모는 감출 수 없다 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차라리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나왔던 그녀가 훨씬 더 다가가기 쉬운 이미지를 하고 있었다.

롱 샷은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으로 나온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보통의 로코보다는 로맨스에 쉽게 집중이 잘 안 되는, 그럼에도 그들 사이가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결코 아닌 무난한 영화로 역시나 페미니즘 열풍을 타고 제작된 여자대통령 탄생기 정도로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대놓고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성이 차별받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은 다른 차별적인 행위들과 함께 코미디적인 요소로 풀어내며 그것을 가볍게, 혹은 접근하기 쉽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오직 연기에만 관심이 있는 현직 대통령의 뒤를 이어 현직 국무장관인 샬롯(샤를리즈 테론)은 차기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데, 그녀의 모습은 자칫 힐러리 클린턴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이 영화가 힐러리 대통령 만들기에 이용된 영화라면 문제가 되겠으나, 오히려 그러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라 생각된다. 물론 풍자적인 요소가 얼마나 가미가 되었는지는 힐러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관계로 이를 대조해서 비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다시 한 번 강조해서 말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알콩당콩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로맨스 영화! 하지만 그 비중이 코미디 쪽으로 약간 더, 훨씬 더 쏠려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남자 주인공 프레드(세스 로건)의 외모 때문만은 아니라고 장담한다. 그는 비록 꽃미남에 화려한 입담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아주 직설적이고 저질스러우면서도 퇴폐적인 단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아는 남자다. 그렇기에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몸을 던질 때마다 로맨스는 사라지고 코미디만 남아버린다. 마치 10초 컷으로 섹스를 마무리 짓는 그 모습처럼..

아마도 로맨스에 보다 중점을 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실망스러운 전개가 되었을 진 모르겠으나, 이미 슈렉이 챠밍왕자를 밀어낸 세계를 경험한 이들에겐 이 역시도 또 하나의 신선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로코물의 주인공은 잘생겨야 한다는 편견을 깨부수며 이 영화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캐릭터를 통해서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영화 시작부터 나온 유대인에 대한 네오나치의 인종차별과 흑인에 대한 차별, 종교적 차별, 성차별 등등이 마구 버무려진 영화답게 이 모든 것들을 아주 잘 배치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그리고 적절하게 요리한 영화라 생각된다.

다만 그것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맛을 조금은 떨어트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성들이 꿈꾸는 잘생긴 왕자님에 대한 기대감이나, 남성들이 꿈꾸는 유리 구두를 놓고 사라진 신데렐라에 대한 기대감은 로코물을 보게 만드는 이유이자 소중한 가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그런 영화를 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 생각된다. 보다 코미디에 중점을 둔 영화를 원한다거나 샤를리즈 테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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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보다는 코미디를 더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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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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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신데렐라 로맨스’를 찾는다면 적격이다. 우리가 알던 성별 관계를 뒤집고 그에 따른 맥락을 섬세하게 가다듬으면서 신선함은 덤으로 얹었다. <롱 샷>은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는 여성 정치인과 어린 시절부터 그를 흠모한 남기자의 유쾌한 로맨스다. 자신보다 한참 높은 사회적 입지와 대중적 인기를 두루 누리는 ‘대장’을 보필하는 남자는 지나치게 강하던 자기 색깔을 죽이고 상대를 내조하는 법을 배운다. 정치적 소신은 물론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멋진 여인 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그야말로 배역에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다. 종종 대담한 대사와 예상치 못한 망가지는 연기로 큰 웃음을 안긴다. <소시지 파티>(2016) 등의 각본을 쓰며 ‘섹드립’을 활용하는 데 능숙한 코미디언 겸 배우 세스 로건은 수위 있는 성인 유머를 부담스럽지 않게 풀어내며 관객을 즐겁게 한다. 사랑의 시작, 장애물의 등장, 위기 극복으로 이어지는 로맨스물의 정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시대적 분위기에 조응하는 이야기와 유머로 재미를 선사한다. 단, 정치인과 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만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등 미국의 굵직한 정치 사회적 맥락과 인물이 낯설지 않은 관객에게 조금 더 매력적일 듯싶다.
2019년 7월 18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