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The Battle: Roar to Victory,2019

전쟁의 역사는 언제나 고통스러운 기억을 동반한, 누구에게나 가슴 아픈 기록일 수밖에는 없다. 설령 그것이 승자의 스토리라 할지라도 그 속엔 무수히 많은 슬픔과 눈물이 담겨있을 것이며 그 속에 남겨질 이름들의 가족(또는 친구들)에겐 영원히 간직한 채 살아가야만 하는 아픔이 될 것이다. 시간의 도움으로 점점 멀어지고 퇴색되는 기억의 흔적은 그들을 다시 일어서게 만들 수 있겠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는 것이 바로 역사이며 우리가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과거의 기록이다.

일본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된 지금 이 시기에 나온 영화 봉오동 전투는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할 수 있다. 전투에 너무 힘을 준 탓에 조금은 한쪽으로 쏠리는 모습도 보이곤 있지만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관객들의 즙을 억지로 짜내려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깔끔하게 볼 수 있었던 전쟁영화라 할 수 있다. 또한 기대감이 그리 높지 않았던 탓인지는 몰라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지루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만일 이 영화에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었다면 그것은 배우 조우진에 대한 관심 정도가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주연으로 등장하는 유해진의 모습은 결국 코믹으로 흘러갈 것이 눈에 보였고, 배우 류준열 역시도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 예상되었기 때문인데.. 예상과는 달리 그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유해진의 코믹함은 오히려 진지함 속에서 잘 아우러지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류준열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이병헌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그의 목소리 톤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야기는 황해철(유해진)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하는데 그는 수류탄을 끌어안고 목숨을 잃는 동생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며 일본에 대한 분노를 얼굴에 난 상처에 간직한 채로 살아온 남자다. 이는 장하(류준열)를 시험하는 장면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하는데 수류탄에 몸을 던져 주변 사람들을 구하는 행동을 잘못된 것으로 지적한다. 물론 해철에게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역시도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을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해철의 눈에 장하는 죽은 동생처럼 보였을 것이다.

해철의 밑에 모인 이들의 관계는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도 아니고 지연이나 학연으로 맺어진 것도 아니다. 서로 지역이 달라 감자를 부르는 이름을 가지고 다투는 모습만 보더라도 그들은 지금까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타인들일 뿐이다. 하지만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친구, 가족이 목숨을 잃게 되자 그들은 오직 하나의 목표를 위해 뭉치게 되었다. 그들은 해철의 말처럼 군인 출신도 아니고 처음부터 독립군이 되고자 했던 것도 아니다.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결국 일본의 악행 때문이며 그들이 한민족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것이다. 그런 그들의 전투장면은 매우 진지했고 열정적이었으며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전투장면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오히려 좋았던 흐름이 살짝 깨져버리고 말았다. 일본군을 몰살하기 위해 죽음의 골짜기로 그들을 유인한다는 내용은 상당히 기발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장하에게 떠맡기고 있다. 마지막에 독립군들이 등장하는 장면으로 뭔가 뭉클한 것을 끄집어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은 그저 그곳에서 대기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단 한 명의 초인이 쏟아지는 총탄과 추격을 모두 피하며 그곳으로 끌고 온 것이다. 영화 흐름상 단독작전이 그 부분에 배치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이 부분에 의문을 품는 이들의 생각 또한 당연하다고 본다.

전투장면이 거의 대부분이고 러닝타임 역시 2시간을 넘기기에 약간은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계속되는 전투를 지루하지 않고 간결하게 끊어주며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에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고 본다. 어쩌면 다음 시리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는데 아마도 후속작품을 준비하게 된다면 좀 더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관객들은 언제나 전작 이상의 무언가를 후속작에서 보길 원하니까!
 |
|
 |
전쟁 영화 좋아하는 사람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1919년 3월 1일 만세 운동 후 만주 지역의 독립운동이 활발해진다. 독립군의 첫 승리인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만주 길림성 일대 봉오동 지역에서 홍범도 장군의 지휘 아래 독립군 연합군이 일본 월강추격대를 격파한 쾌거로 이후 무장 독립 전쟁의 도화선이 된다. 우리에겐 승리였지만, 당시 일본에서 치욕스러운 패전이라 관련 자료가 대부분 지워진 탓에 <봉오동 전투>는 굵직한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세부 서사를 완성한다. 영화에서 주목하고 집중하는 것은 우직하게 보일 정도로 명쾌하다. 참여 배우와 원신연 감독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듯, 승리의 순간을 위해 목숨을 건 무명의 독립군을 기리는 동시에 일제 강점기 때 승리의 역사가 존재했음을 환기하고 자부심을 고취하는 것이다.일본군을 상대로 싸우기엔 매우 열악한 자원을 지닌 독립군은 화력과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봉오동 지형을 이용해 그들을 골짜기로 몰아넣은 후 기습하기로 한다. 작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험준한 산과 벌판 그리고 골짜기를 누비는 그들을 카메라는 시종일관 쫓는다. 그 과정에서 산발적인 전투가 반복되는데 상황과 감정선을 미묘하게 달리 조정하면서 긴장감을 쌓지만, 한편으론 다소 단조롭게 비칠 수 있다. 애국심 주입 혹은 작위적인 고취, 소위 국뽕 요소가 상당하고 피에 굶주린 듯 야만적이고 잔인한 면을 부각한 일본군 묘사 역시 매우 전형적이다. 하지만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동료를 챙겨 열세를 뒤집고 승리를 쟁취하고야 마는 여정에 동행하다 보면 영화의 의도와 별개로 국뽕에 거나하게 취하게 된다.산을 수백 번 오르락내리락 고생했을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 참여 배우들이 이질감 없이 99년 전 승리의 한복판으로 인도한다. <살인자의 기억법>(2017)에 이은 원신연 감독의 신작으로 <최종 병기 활>(2011)과 <명량>(2014)의 김한민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2019년 8월 5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