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교수
The Professor

리차드(조니 댑)은 대학교 교수로서 영문학을 가르치며 아내와 딸이 있는 가장이다. 대학의 종신 교수로서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매우 안정되어 있고 지금 현실의 부와 명예 등 남부러울 것이 없는 상태이다. 그런 그에게 병원의사는 폐암 말기 시한부 인생임을 선고한다. 치료를 받아봐야 살 수 있는 기간은 1년에서 최대 1년 6개월. 이런 황당한 인생이 있을까. 리차드는 학교 호수에 뛰어들어 버린다.
그날 저녁, 식탁에 앉은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리처드는 매우 조심스러운 가운데 딸 올리비아는 여자가 좋다고 커밍아웃을 한다. 당연히 부모의 입장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올리비아는 자신의 선택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버린다. 죽음 앞에서 말할 기회 조차 얻지 못한 상태인데 아내 베로니카는 이 와중에 한 술 더 뜬다. 리차드가 근무하는 대학의 총장인 헨리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 이 모든 사건이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인데, 실제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것인데 리차드는 끝내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한다.

이제부터 리차드의 일상은 어제와는 달라진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을 사람은 나가라고 한다. 나가도 C학점이고 남아 있어도 C학점. 결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가버리고 남아 있는 학생들은 리차드와 함께 자유로운 수업을 이어간다. 그 수업에는 총장 헨리의 조카도 듣고 있는데 이 수업을 꽤 흥미있어 한다.
그리고 점점 증세가 악화되어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리차드.
얼마 남지 않은 생. 지금까지 믿어왔던 자신의 삶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언제쯤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보통의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인생의 큰 사건이다. 그것도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닥친 일이라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라 믿었던 평범한 일상이 모두 무너지는 일이기에 말처럼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을 최대한 찾아서 갈 때 아쉬움 없이 하던가 아니면 이렇게 된 바에야 되는대로 막 살던가 하는 자포자기의 심정도 만들어진다. 대학교수라는 번듯한 직업과 탄탄한 미래, 사랑스러운 딸과 아내를 가진 리차드는 그렇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리차드의 수업은 달라진다. 자유분방하면서 오히려 그가 가르치는 영문학 정신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이를 흥미롭게 여기는 학생까지 생긴다.

딸은 동성애를 선언하고 아내는 불륜을 밝히지만 리차드는 수업을 해나가면서 제목처럼 수상한 교수가 아닌, 진정한 교수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리차드의 절친한 친구는 리차드의 절망 앞에서 유머스럽고 오히려 의연하게 대처한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시한부 인생 선고를 친구에게 하고 친구는 그를 진심을 다해 위로하며 위로의 방식 중에서 별다른 내색없이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남성들의 여유와 실없는 농담으로 대처한다. 리차드는 차라리 가족보다는 이렇게 좋은 친구를 하나 두었다는 것에 인생의 의미를 두는 것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는 친구이다.

시간이 갈수록 리차드의 몸은 점점 아파오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한다. 학교의 많은 사람들이 모인 행사에서 리차드는 자신의 병에 걸렸고 곧 죽을 것임을 공개한다. 즉, 자신의 삶에 대해서 공표를 하고 인간의 존엄한 선택을 보여준 것. 그제야 아내 베로니카는 리차드의 상황을 알게 된다. 영화는 그렇게 몇 개의 에피소드와 서너개의 감정, 다수의 의미를 펼쳐보이면서 리차드를 관찰하게 한다. 평생 교육자이면서 가장이면서 시한부 인생. 여기서 인내할 수 있는 인간의 인격과 모든 것이 망가졌으니 다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허무의 간극이 위태롭게 펼쳐지지만 리차드는 그대신 매우 냉철하고 시니컬한 자세로 세상과 주변과 자기 자신을 관조한다. 그것들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장면, 왼쪽길과 오른쪽길의 선택에서 리차드가 어떻게 할지를 의미깊게 전달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잭 선장으로 인상깊은 조니 댑이 영화에서 삶을 온전히 내려놓은 시한부 인생 역할을 한다는 것은 꽤 의외이면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박수를 쳐줄만큼 깊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선보인다.

가까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찰리와 초콜릿 공장>, 멀리는 <가위손>까지 환타지 영화에서 활동하던 캐릭터가 이제 인간 세상에서 본인의 인생에 닥친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마치 신인 배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주변 인물들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겠지만 조니 댑의 실망과 분노와 포기와 자책과 포용의 표정들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름 오락 영화에 지쳤다면 이 영화는 가족과 함께 차분히 보면 좋을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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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댑 영화 팬.
인생 영화를 좋아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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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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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4기를 선고받은 대학교수는 남은 삶이 1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강의실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는 지나치게 대담해지고,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일삼는다. 자신을 옥죄는 사회적 규율이나 외부의 시선을 무시하는 그야말로 <수상한 교수>지만,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의 일탈과 반항은 관객에게 언제나 공감을 살 만한 이야기다. 관건은 이야기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발단, 전개, 절정을 거쳐 감동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흐름이 지나치게 무난하다. 주인공도 주변 인물도 대사도 관객이 예상하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느릿하고, 때로는 불같이 연기하는 조니 뎁이 과하게 안전한 영화를 리듬감 있게 만드는 감도 있지만, 그의 거친 인생과 겹쳐 보이는 인물은 때로 상상 이상으로 전형적이다.
2019년 8월 26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