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雪暴
SAVAGE,2018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어마어마한 혜택을 가져다주었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며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풍요로운 삶을 제공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는 기존의 노동 시스템에도 변화를 가져와 여러 직업군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쓸모없어진 인간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그들을 안식의 시간으로 인도(?)했고, 소수의 인간이 더 큰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우리의 삶은 과거에 비해 훨씬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의 축적은 더욱 더 균형적으로 이뤄지지 않게 되었다.

영화 폭설은 더 이상 임업이 주를 이루지 못하는 설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들은 과거에 나무를 잘라 그것으로 벌어먹고 살았을 것이며, 설산은 그것의 이동을 용의하게 만든다고 영화에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그들의 노동은 이제 더 이상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며 그것으로 돈을 모으는 것은 힘든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 배경을 전반부에 아주 짧게 나레이션으로 깔아놓은 채 그들은 금괴를 빼앗고자 작전을 수행해 차량을 탈취한다.

이 영화는 하나의 범죄 사건을 확장해가며 2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모두를 소모한다. 조금은 지루한 시간이 될 것이라 걱정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기대감이 높지 않았던 탓인지 이 영화는 의외로 긴장감 넘치는 상황을 잘 연출하며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그 흐름을 놓지 않은 채 끝까지 끌고 간다. 그렇다고 캐릭터에 잔뜩 힘을 준 영화도 아닌 것 같은데 그들은 각자에게 놓인 상황을 아주 잘 활용하며 다양한 상황을 만들고 해쳐나간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8이 폭설이 내리는 와중에 산장에서 이야기의 대부분을 끝내버리는 것과는 달리 폭설은 설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산장에서 마무리를 지어버린다. 동료의 복수를 꿈꾸는 경찰 캉하오(장첸)와 금괴를 차지하고자 하는 3명의 악당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금괴를 빼앗으려는 인물들 간의 싸움은 마치 핑퐁게임처럼 주도권을 주고받으며 아주 치열할 정도로 승패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만들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물론 대부분의 관객들은 악당보다는 주인공인 캉하오 편에 서서 그를 응원하며 이 영화를 보겠지만..

어쨌거나 영화는 일방통행적인 추격전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추격하며 사건을 불려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 하나 마음을 놓고 편히 움직이지는 못하는 형국이 된다. 또한 추격전을 벌이는 멤버들 중 유일한 선역인 캉하오는 상당히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공권력의 한계에 갇히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상대가 악당이라 할지라도 협상을 하며 상대에게 자신의 패 하나를 던져주고 하나의 이득을 취한다. 인질과 금괴 모두 그에게는 반드시 취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의 목적은 오직 복수를 완성하는 것!

이 영화는 원제 SAVAGE가 지닌 의미처럼 그렇게 야만적이지도, 거칠거나 자유분방하지도 않다. 오히려 침착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그 흐름 안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려 한다. 총격전이 벌어지기 전까지도 그들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액션이 급작스럽게 시작되는 순간 템포가 살짝 빨라지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액션은 자주 벌어지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끊어주고 있기에 오히려 현실감이 느껴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악당들끼리 서로 의심하며 싸우는 모습은 이 영화가 지닌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인공인 캉하오를 응원하며 이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또한 그에겐 사랑하는 여인 쑨옌(니니)이 인질로 잡히는 상황도 발생하니 더더욱 그를 응원할 수밖에는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역시나 악역 대장으로 등장한 리아오판이 아닐까 싶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카리스마는 어쩌면 이 영화 전체에 깔린 무게감과 맞먹는 것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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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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