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7 버추얼 레볼루션
2047: Virtual Revolution

빨간약과 파란약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끔찍한 현실과 달콤한 거짓 세계 중 하나를 선택할 권리가 우리에게 주어지진 않았지만, 만일 주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은 모두 불확실한 미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선택이 곧 안정된 결과로만 이어진다면 당연히 그 길을 택하겠지만 결국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뿐!

영화 2047 버추얼 레볼루션은 매트릭스의 세계관을 그대로 답습하며 인간의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두 공간을 넘나들 수 있도록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매트릭스의 그것처럼 두 눈을 가리진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사는 세상을 모르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세계로 접속할 수 있는 권리가 따로 주어진 것일 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현빈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알함브라와는 달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에 차이가 있겠지만.

가상의 세계에 접속한 인물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마치 리니지처럼 사냥을 하며 레벨업을 하는 게임 속의 캐릭터로 살아갈 수도 있으며, 자신의 젠더를 바꿔 전혀 다른 삶을 살 수도 있다. 영화 중반에 등장하는 벌거벗은 세 여인의 모습처럼 쾌락에 빠져 방탕하게 살아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는 주인공 내쉬(마이크 도퍼드)의 독백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혁명이다. 보다 나은 현실을 살아가게 만드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혁명!

하지만 이를 방해하는 악당들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들을 죽이고 그들의 행복을 방해한다. 내쉬가 해야 할 일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테러범들을 제거하는 것이며 그들이 이런 짓을 벌이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테러범의 우두머리격인 카밀(카야 블랙세지)과 손을 잡게 되면서 자신을 고용한 이들의 반대편에 서게 되는데, 그는 사랑했지만 죽은 여인 헬레나의 의지를 이어받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여전히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알지 못한 채 마치 바람이 불면 그곳을 향해 날아가듯 그렇게 따라간다.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내쉬를 고용한 신터니스는 카밀의 말에 따르면 바이러스를 만든 주체이자 헬레나를 죽인 범인이기도 하다. 새로운 낙원의 존재와 낙원에 존재하는 인간을 죽이는 방법을 손에 쥐는 것! 그것은 새로운 권력을 손에 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내쉬는 카밀의 주장대로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그들이 만든 낙원을 파괴하려 한다. 사람들을 다시 현실로 돌려놓기 위해.. 그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돌아가고, 내쉬는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관망자처럼 끔찍한 결말을 지켜만 볼 뿐이다. 그리고는 신터니스의 말을 듣고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며 다시 낙원으로 향한다. 그는 지독한 현실을 버리고 가상의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결정했기에 카밀이 말한 이야기는 모두 그와는 무관한 이야기였을 수도 있다. 그가 선택한 삶은 매트릭스로 치자면 파란약을 먹고 현실도피를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누가 그를 비난하겠는가! 그는 그저 선택을 했을 뿐인데..

그렇기에 이 영화는 상당히 허무하고 맥없이 끝나버리고 만다. 암울한 미래의 배경 속에서 블레이드 러너 흉내도 내보지만 스릴은커녕 무엇을 말하기 위함인지도 모를 정도로 의미 없이 흘러간다. 또한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현실 또한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저 매트릭스의 선택에 반대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함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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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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