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룸
The Room,2019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을 갖고 싶었던 어린 시절에는 그런 꿈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냉혹한 현실의 벽을 깨달으며 그렇게 어른이 되고 누구나 사는 방식으로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렇게 사니까… 하는 통속적인 관념으로 변해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그 꿈을 어른이 되어서도 간직하고 싶어서 판타지를 찾고 레트로를 향유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는 그런 판타지를 조금 비틀면서 소원을 빌고 그 소원이 이뤄졌을 때 이후의 대가도 생각해야 하는 현실을 차갑게 대면하게 한다. 환상은 환상일 뿐, 인간의 욕심을 다하게 되는 그 때는 과연 오기나 할까.
맷(케빈 얀센스)과 케이트(올가 쿠릴렌코) 부부는 한적한 시골집을 마련한다. 낡고 오래되었지만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었던 듯 부부는 새로 마련한 집이 낡고 오래되어도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열심히 청소를 시작하는데 집안에 어떤 방이 하나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전기 수리를 위해서 수리공을 부르는데 수리공은 집안의 전기 배선이 너무 오래되었다고 말해주면서 이 집에 과거에 안좋은 일이 있었음을 또한 말해준다. 맷은 곧 그 이야기에 대해서 검색해 보고 실제로 이 집에 살았던 부부의 살인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맷은 술을 마시게 되고 비밀의 방에 들어가는데 무심코 술이 더 있으면 좋겠다, 고 말하자 놀랍게도 정말 새로운 술이 생긴다. 즉, 그 방은 소원을 들어주는 방인 것.

맷과 케이트는 이제 이 방에서 원하는 것들을 말하고 바로 얻는다. 돈이면 돈, 먹을 것이면 먹을 것 모든 것이 다 생기는 방. 그런데 이 비밀의 방을 둘만이 공유하는 것도 슬슬 지겨워 지고 이들에게 없는 그것을 원하게 된다. 바로, 부부의 아기. 유산으로 인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케이트는 내심 그 때문에 숨겨왔던 내밀한 욕망을 드러내고 결국 아이가 생긴다.
허나, 이 방이 만들어낸 것들은 이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모두 재로 변해버린다. 즉, 이 방의 마법은 집 안에까지만 유효하고 집 밖으로는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 당연한 일이지만 방안에서 지어진 소원이 아무 방해물이 없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러니, 맷과 케이트의 아이는 이 집을 나갈 수 없게 된 것으로 비극은 이미 잉태되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지켜보는 과정이 바로 관객에게 주어진 과제인 것이다. 소원의 방에서 만들어진 것이 집 밖으로 나가면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은 집 밖에서는 물리적 시간이 아주 한순간에 급격하게 적용되어서 산화, 노후, 노화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물건은 오래되어서 낡아지고 그리고 곧 원자재처럼 가루가 되버리는 것이며, 생물은 나이를 먹고, 늙고,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그런데 문제는 맷과 케이트의 아들, 아니 맷과 케이트의 소원으로 만들어진 아들 셰인이 커갈 수록 자꾸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는 것. 인간이라면 당연히 집안에서 아이 시절을 보내다가 창 밖의 세상을 내다보고 밖으로 나가 자연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순간적으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셰인은 순식간에 나이가 든 청년이 되버린다. 잠깐의 찰나가 수년을 먹어버린 것.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축복이고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것이 어떤 물리적 강압에 의해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다면 그것은 불행이고 고통이며 공포가 된다.

준비가 안된 맷과 케이트에게 갑자기 성장해버린 아들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 되버린다. 더 이상 아들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배신한 존재가 되버린 것인데, 이 방의 더더욱 놀라운 비밀은, 세상 밖으로 나가려면 창조자를 죽여야 한다는 룰이다. 즉 맷과 케이트가 죽어야 셰인은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 이 불행의 딜레마에서 선택은 누가 죽느냐…의 문제가 되어 더 이상의 가족이란 관계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재밌는 상상력에서 시작한 우화 같은 이야기에 스토리는 점점 흥미로워지고 이야기는 굉장한 스릴러로 변모한다. 소원을 들어주는 비밀의 방 이야기 이렇게 강력한 서스펙트를 담고 있으니 결과까지 달려가기까지 굉장한 인내심을 요한다. 대체 이 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인간의 욕망과 욕심의 경고에서 어릴 적부터 읽어온 우화와 동화는 권선징악을 말해주지만 욕망을 다스리고 적정선에서 타협점을 찾는 과정을 가르쳐주는 이야기는 드물다. 그것은 인간의 선한마음을 전체로 하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욱 중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맷과 케이스의 아이에 대한 욕망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흥미지진한 이 영화는 그런 입소문을 타고 지속적으로 극장에 걸려 있다. 이제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욕망의 결과를 확인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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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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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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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그림, 집 등등 주문하는 것은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이상한 방이 있다. 근교에 위치한 주택으로 이사 온 신혼부부(올가 쿠릴렌코, 케빈 얀센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마법의 방을 발견하고 환호의 나날을 보내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더 룸>은 기이한 힘을 지닌 방과 과거에 발생한 참혹한 살인 사건을 연결 고리로 서스펜스를 불어넣기 시작한다. 이후 영화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모성이다. 어린이 특유의 사랑스러운 표정에 혼재된 잔인의 얼굴을 살짝살짝 드러내며 <더 룸>은 앞으로 닥칠 파국을 암시한다. 아이가 성장하고 방의 제조 능력이 무한대로 확장될수록 스릴의 크기와 강도 역시 동반 상승하며 관심을 꽉 잡아 둔다. 소재와 주제 모두 흥미로운 스릴러로 스산하고 우울한 분위기 역시 서사가 지닌 기괴함에 부응하는 편. 크리스티안 볼크만이 각본과 연출을 겸한, 올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초청작이다.
2019년 9월 25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