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The Journalist,2019
영화는 기자와 미디어의 기능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다. 기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인터넷의 발전으로 변화된 현대사회에 미디어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그들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필수품이라고 처음부터 밝히고 있지만 그들이 다루는 것은 모두 진실도 아니고 권력에 의해 통제되기도 한다.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이들이 권력에 이용당하는 아이러니한 시스템! 부패한 세상의 나팔수!
포스터 속 심은경의 모습만으로 한국영화라 단정하고 선택했던 이 영화 신문기자는 처음부터 일본어가 흘러나오는 일본인 감독의 일본영화다.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사건 역시도 특히 일본이기에 더욱 강조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당장 마루타와 같은 것들이 떠오르는 바로 그 이야기! 물론 시작은 강간이지만 이 역시 강간의 이미지를 텍스트로만 사용하며 그것이 품고 있는 문제는 다른 방향으로 확산시킨다. 미디어에 의해 폭로되어야만 할 사건이 오히려 미디어에 의해 비호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이한 모습과 함께..
이는 곧 인터넷이 발전한 세상의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며, 그것이 제공하는 막대한 양의 정보가 모두 필터를 거친 정확한 정보는 아님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번지는 비수는 자칫 피해자를 공격의 대상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강간 여성 피해자의 신원을 미디어가 풀어버리고 이는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데, 이런 모습은 그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특수한 상황도 아니며 심지어 누군가의 자살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모습 또한 우리의 현실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감추고자 했던 사건은 결국 개인이 아닌 국가 권력 집단에 의한 사건이며 그렇기에 국가 권력은 개인을 위협하며 이를 끝까지 감추려한다. 킨자키(다카하시 카즈야)의 자살은 에리카(심은경) 아버지의 자살과는 다르지만 많이 닮았으며 그것이 자살당한 것임은 나중에 그들의 입을 통해 밝혀진다. 결국 킨자키의 뒤를 잇게 된 타쿠미(마츠자카 토리) 역시 가족이 위협당하는 상황 속에서 국민 전체의 안위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길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결과적으로 그들의 폭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 끝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우린 적어도 두 개 이상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데 그것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타쿠미의 변심이 그들의 폭로를 거짓으로 만들며 에리카를 희생양으로 삼게 될 수도 있고, 그의 변하지 않는 마음이 정부 권력을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실제로 경험했던 그것과도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지만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고 악은 무조건 벌을 받는 것은 아니니까!
이 영화는 진지하면서도 일관된 분위기로 차분히 흘러가기에 그 무게감은 느껴지지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오락영화가 가져다주는 흥미로움은 찾아볼 수 없다. 만일 재미를 위해서였다면 내부자들과 같은 오락물로 풀어낼 수도 있었겠지만 영화 전체에 깔린 진중한 분위기는 오히려 그것이 더욱 현실에 가까운 것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과하게 표현될 수 있을만한 부분들도 좀 더 적당하게, 안정적으로 그려내고자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형태만 있으면 된다던 악당의 마지막 말은 그야말로 우리가 사는 현실의 본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최고의 명대사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드는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체를 위한 선택과 개인을 위한.. 어쩌면 가족의 생과 사가 걸린 가장 힘든 선택! 아마 그의 선택이 어떠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우린 그를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들 또한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그렇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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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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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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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는 일본 영화로서는 대단히 흔치 않은 사회 비판적 작품이다. 일본 내각이 대학 설립에 개입하고 거기에 석연치 않은 자살 사건이 얽혀있다는 의미심장한 영화의 설정은 짐짓 아베 내각의 사학 스캔들을 연상시킨다. 살아있는 권력을 정면으로 조준하는 <신문기자>는 일본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되묻는 동시에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 몸담은 시민 개인의 역량을 강조한다. 도쿄신문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의 저서를 기본 골격으로 삼았고 일본 프리랜서 기자 이토 시오리의 미투를 언급하는 등 허구가 아니라 실제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강하다. 그 때문에 일본 내에서 캐스팅 난항을 겪었고, 국내 배우 심은경이 신문기자 ‘요시오카’역을 맡았다. 고위 관료 자살과 일본 내각의 대학 설립 개입 등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드러나는 단서는 관객을 충분히 몰입하게 만든다. 사회 문제를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듯한 ‘돌직구 대사’는 종종 관객의 심장을 때린다. 사건의 실상을 밝히려는 인물과 그들의 개인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영화는 희망적인 결말을 맡는다. 일본인은 권력에 저항하지 않는 소극적인 사람들이라는 일각의 인상을 깨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일본 개봉 당시 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9년 10월 23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 got.park@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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