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용의자
The 12th Suspect,2019
<열두 번째 용의자>는 고명성 감독 작품으로 <비스티 보이즈>의 해외부문, <군함도>에서 해외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고명성 감독의 작품이다. 제 18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상영작), 제 20회 샌디에고 아시안 영화제(아시아 팝)에서 후보작으로 오른 작품이며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1953년 남산 시인 사건과 용의자들을 둘러싼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심리극이다.

<열두 번째 용의자>의 첫 장면은 1953년 명동 거리의 풍경을, 그 중에서도 오리엔타르라는 다방을 무대로 한다. 다방 안에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각 등장인물들을 클로즈업 하여 카메라에 담아낸다. 시인, 화가, 소설가 등 그 시대를 풍미하는 예술가들의 성지 같은 곳이 바로 이 오리엔타르 다방이다.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여러 인물들과 다양한 스토리가 오가는 곳이고 예술가들만의 다소 독특한 세계관들도 엿볼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의 둘러싼 비극적인 죽음이 대화의 소재가 된다. 전날 밤 총에 맞아 즉사한 백두환 시인(남성진)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화두에 오른다. 짧고 불행한 삶은 동정의 대상이 아닌 그동안의 결과물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때로는 문봉우 시인(장원영)에 의해서 죽음이 미화되기도 한다. 그때 다방에 한 인물의 등장으로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한다.

예술가들이 밀집한 이곳에 등장한 낯선 새 인물. 말끔한 외모에 점잖은 말투와 신사 같은 이미지일 뿐 특별할 것은 없다. 계속 예술가들 각자의 대화가 오가는 중이며 다방 안은 평소와 크게 다를 것은 없는 일상이 이어지는 듯하다. 다방 마담 장선화(박선영)가 탄 쓴 커피 맛에 설탕을 넣은 후 맛이 좋아졌다고 점잖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새 등장인물은 육군특무부대 상사 김기채(김상경)로 다방 안의 상황들을 전부 주시한다. 여전히 시인의 죽음을 둘러싼 대화에 갑자기 살며시 개입하는 김기채는 자신의 소속 및 수사관으로서 이 상황을 파헤치고 있음을 밝힌다. 그런데 이 수사관의 개입으로 다방안의 공기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예술가들의 심리가 조금씩 동요된다. 인물들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며 내면 묘사에 치중한다. 말투와 표정, 제스처 등에 드러나는 심리는 이 영화에 집중과 몰입을 더한다. 다방의 사장(허성태)을 바라보며 의지한 채 아내 장선화는 불안한 심리를 드러낸다.

그러한 인물들을 바라보며 모든 것을 인지하고 꿰뚫는 김기채는 인물들의 심리를 간파한다. 특히나 백두한 시인과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예술가들의 뮤즈였던 최유정(한지안)의 죽음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수사관 김기채에게 자신들의 알리바이를 만들고 무죄를 입증하나 아직 모든 의문은 미해결된 채 남는다. 보다 깊은 내면으로 파고들어 압박수사를 진행하며 백두환 시인 살인 사건을 전말로 나아간다. 최유정의 연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던 박인성(김동영), 짝사랑남 이기섭(김희상) 등은 그녀를 옹호하면서도 용의자로서 의심이 증폭 될 때는 자신을 변론한다.

영화 전반을 감싸는 공기는 후반부에 이르러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극적인 반전이 발생하고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장면들은 영화 속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유의미하게 유념해서 본다면 조금씩 예측이 가능해진다. 일제치하를 지나 광복, 6.25전쟁과 종식, 그 사이에 역사적 순간을 함께했던 공간이자 예술가들의 아지트로서 존재했던 오리엔타르의 다방의 운명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사건의 종식 후 마지막 장면에서의 박인성의 표정과 회상장면은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의 비극으로서 자리매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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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시나모쿤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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