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movie.naver.com/
★★★☆ 전설을 찾아서, 내 추억을 찾아서...
라디오를 통해 흐르는 음악을 듣다가 얄궂게도 DJ의 곡명 소개를 못 듣고 아쉬워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잠깐 들었던 노래의 곡목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순간은 놓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서칭 포 슈가맨]의 시대 배경은 1970년대. 당시는 다시 듣기 서비스는 엄두도 못 낼뿐더러 자체적으로 녹음 시스템을 가동하거나 여기저기 발품 팔아 정보를 얻지 않는 이상 ‘혹’했던 순간을 ‘훅’하고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슈가맨’ 시스토 로드리게즈(이하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이와 같았다. 1970년, 그의 첫 음반 [Cold Fact]가 발표됐지만 ‘혹’했던 순간은 ‘훅’하고 지나갔다. 평단의 극찬이 줄을 이었지만 음악이 엄연히 사업이던 때 그의 음반 판매량은 단자리 수치, 6장뿐. 이듬해 발매된 두 번째 음반 [Coming From Reality]또한 1집보다 더 민망한 판매고를 보인 채 사라졌다. 그리고 로드리게즈는 각종 사망설에 휩싸이며 미국에서는 흔적조차 찾기 힘든 뮤지션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의 음성이, 그의 멜로디가, 그의 시적인 가사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흘러 들어간다. 어떻게 흘러 들어갔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했던 건, 그의 노래가 당시 보수적이고 인종차별을 일삼던 남아공의 젊은이들을 깨웠다는 사실. 그의 음악은 남아공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했고, 남아공 정부는 이러한 시대상황에 반기를 들고 ‘슈가맨’의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 일방적으로 청취를 금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슈가맨’의 인기를 올려주는 기폭제가 된다. 그의 앨범은 5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꾸준히 올리고,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은 그의 음악에 열광한다. 미국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가수 로드리게즈는 지구 반대편에서는 점점 ‘슈퍼 스타’ , 다른 의미에서 ‘전설’이 되어갔던 것이다.
남아공에서 그의 음악은 실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미스터리였다. 특히 그의 죽음을 둘러싼 루머는 마냥 믿기 힘들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아공에 사는 로드리게즈의 열성팬은 그를 찾기로 한다. 영화 제목 그대로 ‘서칭 포 슈가맨’ . 슈가맨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믿음을 굳게 간직한 채 두 명의 열성팬은 전설을 찾아 나선다. 죽음을 전제로 양산된 루머는 엄연한 사실을 압도할 수 없었다. 전설은 멀쩡히 살아 있었고, 열성팬의 노력은 그를 전설의 록 스타로 부활시켰다.
[서칭 포 슈가맨]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금 한 이야기 모두가 사실 그대로인 것. 픽션보다 더 극적인 논픽션, 그의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이 매력적이다. 게다가 영화는 그 사실 자체를 더 재밌게 그려낸다. 추적, 미스터리의 구성으로 한 시간 가량을 꾸리며 관객이 함께 로드리게즈를 추적하도록 돕고, 틈틈이 삽입된 그의 명곡들은 관객의 귀를 열고 ‘슈가맨’의 팬을 자처하게 만든다.
흥미롭게 구성된 미스터리 구조는 라스트 20여분을 남기고 감동코드와 바통터치한다. 20여년 만에 찾은 전설, 로드리게즈는 건설노동을 하는 임금노동자이며,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약자의 삶을 돌보고 싶었던 그저 평범한 아저씨로 살고 있다. 그의 팬이 묻는다. “두 번째 앨범 이후 음악을 계속 하고 싶으셨나요?” 로드리게즈가 대답한다. “계속했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을 이길 수 있는 건 없잖아요...” 얼핏 서글프게 들리는 그의 말. 하지만 그는 이내 자신의 지금 삶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일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사실을 모르고 살았지만, 노동을 해 번 돈으로 가정을 돌볼 수 있었고, 계속 기타를 잡고 노래를 할 수 있었음에 그는 그저 감사해한다.
이처럼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로드리게즈의 삶’을 이야기한다. 남아공에서 멋지게 펼친 그의 공연을 화려한 촬영 기술 하나 없이 무덤덤하게 홈비디오 영상만으로 담아내고, 그가 공연 이후에도 전과 다름없이 건설 노동을 하며, 자신의 터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그가 선택하고 묵묵히 걸어온 길을 존중하는 것이다.
영화 후반, 로드리게즈가 마냥 길을 걷는 장면이 있다. 그가 걷는 길 위로는 그의 음악이 흐른다. 아무도 그를기억하지 못하는 공간이지만 그는 마냥 걷고 있고 그의 음악은 그가 내딛은 걸음마다 흐르고 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꿈이 있다. 생각보다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면 대부분이 꿈을 놓지만, 로드리게즈는 그 꿈을 잠시 유보했을 뿐, 끈을 놓지는 않았다. 로드리게즈가 보여준 걸음은, 그의 삶은, 이 시대의 꿈을 간직하며 현실을 살아가는 리얼리스트를 향해 비추는 한 줄기 희망이다.
인디 밴드의 메카, 홍대에는 300팀이 넘는 밴드가 음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대부분은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 그들이 미래의 ‘슈가맨’이 되지 않으리란 법이 있나?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당신이 꿈을 포기했다고 말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청춘에게 ‘슈가맨’ 로드리게즈의 이야기가 힘찬 응원이 되길 바란다.
P.S
[서칭 포 슈가맨]을 보며 다소 아쉬웠던 점은, 로드리게즈가 사망했다는 이야기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영화는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난다’는 식으로만 해명을 실어놨다. 이 부분이 못내 찜찜했다. 무대 위에서 벌어졌다던 권총자살의 루머는 도대체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movie.naver.com/
 |
|
 |
 한 번쯤 흘려들은 노래의 제목이 궁금해 안달나봤던 사람.
가슴 차분해지는 포크 음악을 듣고 힐링하고 싶은 사람에게 강추! |
|
| 글: JK Soul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무비스토리
최신방송
좋아요 :
1명
글쎄요 : 0명
한 번쯤 흘려들은 노래의 제목이 궁금해 안달나봤던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