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라이프
Wildlife,2018

이 영화의 배경지인 몬타나는 지도에서 보듯이 캐나다와 마주하고 있다.
경제 산업이 발달한 미서부나 미동부, 혹은 자동차 공업이 발달한 미국 5대호 중앙도 아닌 북부의 주.

그곳에 주인공인 아버지 제리(제이크 질렌할), 엄마 쟈넷(캐리 멀리건), 아들 조(에드 옥슨볼드)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새로운 곳에서 정착할 이 가족에게 불행이 닥치는데, 제리가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게 된다. 어떤 합당한 사유도 아닌 이유로 해고를 당한 아버지. 경제력이 무너진 집안은 곧 어두운 분위기가 되버리는데, 제리는 근처 산불이 난 것을 진화한다고 집을 나선다. 당장 집세를 내야 할 형편인데 산불을 끈다고 나가다니… 하긴, 제리는 다른 일자리도 거절하면서 내가 그런 일을 하러 이곳 몬타나에 온 게 아니라고 무책임하게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양반이 위험한 산불 진화에 나선 것은 대체 어떤 심정인 것일까. 게다가 산불을 진화하는데 받는 돈은 1시간에 1달러. 그 돈을 벌러 산불 진화 작업에 나선다는 것을 안 쟈넷은 제리가 돈을 벌러 가는게 아니라 이 현실을 도망 가는 거라고 여기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심리적 층위를 배우들의 시선과 눈빛으로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해주는 마법을 부린다. 자연 풍경의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오롯이 한 장면만으로 캡춰해서 전달해주는 힘이 있다.
그런데 그런 느낌을 아들 조도 온몸으로 느낀다. 곧 사춘기에 들어선 조는 스스로도 무척 예민한 시기를 보내야하는 청소년인데 부모님의 위태로운 경제 상황과 아슬아슬한 관계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곧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도 또한 비정한 현실이다.
단란한 가정을 꾸몄지만 남편과의 신뢰는 유리처럼 금방 깨지기 쉬운 상태의 불안함으로 이어지고 있고 30대 후반에 들어선 본인의 나이를 깨달으며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는 와중이다. 이럴 때 남편이 집을 떠났으니 이제 집안 경제는 본인이 챙겨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위태로운 현실의 벽에서 그녀는 불륜에 빠진다. 그것이 지금 현실을 돌파하는 해법이라 할지 라도 남편이 없는 사이에 저지른 일은 불륜 이하도 이상도 아니게 된다.

그리고 제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다시 돌아온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엄마와 아들로 구성된 이 집안의 풍경은 과연 정상적인 일반의 가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2020년 1월, 호주의 화재 소식이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거대한 자연이 타들어가는 것을 현장에서 수백키로 떨어진 나라에서도 안타깝게 여기는 나날이 이어졌는데 이 영화 <와일드 라이프>는 그 와중에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사색하게 만드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타들어가는 산과 들, 나무 사이에서 호주의 동물들도 타죽어가는데 인간이야 숨을 곳이 있고 피난처가 있지만 만약 경제적인 위기가 자연재해보다 더 크게 덮친다면 아마 인간들도 그만큼 위험에 빠질 것이다.

가장의 갑작스러운 실직은 오히려 제리 가족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이미 부부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있는 부자연스러운 대화와 흔들리는 믿음은 경제적 위협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터질 사건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과정들을 사춘기의 아들이 지켜보면서 그것들을 덤덤히 담아내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영화는 넉넉한 시선과 무덤덤한 자유로 끝내 담아낸다.
해피엔딩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영화 중반이 지나면서 느껴지는데 조가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을 때의 컷은 아마도 그런 공감을 충분히 끌어낸 결과로 보인다. 영화 공식 포스터로 쓰인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인데 부부는 한칸 떨어져 앉아있고 뒤로는 여전히 화재의 연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부부 사이에는 조가 끼어 앉아 완전체의 한가족이 한 장의 사진으로 들어와야할텐데 아무리 그래도 엄마와 아빠가 앉은 의자의 공간은 크게 멀어져 있다. 공감하지 못하는 그곳을 채울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제이크 질렌할의 묵직한 표정은 시종 불안과 불만과 지금 현실의 도피를 담아내고 있으며 캐리 멀리건의 모습은 30대 유부녀의 불안한 심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얼굴 표정과 마음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잘 연기한 캐리 멀리건의 모습은 불륜을 저질렀지만 그게 이해해주고 싶은 어떤 변명을 만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60년대의 미국 상황을 들여다보게 하면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가정 경제의 중요성과 부부 신뢰의 미덕을 차분하게 말해주는 이 영화는 2020년에도 그리 변함이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60년대의 와일드 라이프는 2020년대의 와일드 라이프와 얼마나 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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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가족 영화를 보고 싶은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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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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