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DE LA JEUNE FILLE EN FEU,2019

예술이라는 장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소재를 떠올린다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사랑 입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에 대해 노래하고 미워하며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영상으로, 노래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오랜 시간 회자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많은 작품들이 탄생하는 것을 보면 사랑이라는 주제 자체가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이 큰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남녀간의 사랑도 있을 것이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등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요 오늘 소개할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이렇게 다양한 사랑 중 동성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동성애적 요소가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인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퀴어 영화라 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우선 줄거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는다. 엘로이즈 모르게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마리안느는 비밀스럽게 그녀를 관찰하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의 기류에 휩싸이게 되지만 무시하고 계속 그림을 그리고 완성한다.
하지만 엘로이즈의 말에 완성한 그림을 뭉개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포즈를 취할테니 그림을 다시 그려달라고 이야기하는 엘로이즈, 그리고 그와 묘한 감정의 기류를 느끼게 된 마리안느. 하지만 그림이 완성되 갈 수록 이들의 이별의 시간은 점차 다가오게 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화가인 마리안느, 그리고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와의 사랑을 다룬 영화이자 그 당시를 살고 있던 많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기도 합니다.
치마에 불이 붙은 것도 모르고 한참을 마리안느를 바라보던 엘로이즈의 모습, 그리고 영화 중간에 나오는 오르페우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의 전체를 관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려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지만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말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결국 에우리디케를 데려가지 못하게 됬다는 이야기를 비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브리타니 섬에 갇힌 채 살아가던 엘로이즈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자 했던 존재를 마리안느로 본다고 했을 때 오르페우스 신화 속 사람들 같이 이 둘의 사랑 또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그려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기존에 오르페우스의 실수로 에우리디케가 지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해석과 달리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기 위해 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해석은 둘이 헤어질 때 엘로이즈가 마리안느에게 이야기하던 대사와 맞물리게 되면서 이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이별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주 축이 되는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지만 이와 함께 소피라는 인물을 통해 각각의 신분에 따른 한계를 그려내고 있기도 합니다.
귀족이지만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엘로이즈, 그리고 재능있는 화가이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작품활동에 대한 제한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마리안느, 그리고 마음대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소피까지 이들은 각각의 신분이라는 이름 하에 사회로부터 어떠한 한계를 부여받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셋이 함께 연대하는 모습은 그것만으로도 어떤 위로를 전하기도 합니다.

영화 초반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에게 연주해주던 사계를 직접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엘로이즈, 그리고 그런 엘로이즈를 멀리서 바라보던 마리안느의 모습, 그리고 영화의 초반 보여줬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까지 모든 장면 장면이 이들의 사랑이 아직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단순한 러브 스토리로 볼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로 해석할 여지가 많아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퀴어 영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일부 장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실 듯 하지만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 등은 인상적이고 아름답습니다.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보셨으면 하는 생각이네요.
2시간에 가까운 런닝 타임이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던 작품입니다. 해석의 여지는 각각 다르지만 어떤 것으로 해석을 하더라도 아름다운 영화라는 것은 변화가 없을 것 같네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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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사랑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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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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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셀린 시아마배우: 아델 에넬, 노에미 멜랑, 루아나 바야미, 발레리아 골리노장르: 드라마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21분개봉: 1월 16일간단평호젓한 바닷가 언덕 위에 위치한 외딴 저택에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가 방문한다. 정략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초상화 그리는 것을 원치 않는 아가씨 덕분에 비밀리에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아가씨의 이야기 친구로 소개받은 화가는 바닷가를 산책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동작, 말투, 표정을 하나하나 마음에 새긴다. 벅차오르는 격정을 고요하게 갈무리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오랜만에 만나는 순도 높은 로맨스 드라마다. 영화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서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 감독(셀린 시아마)의 시선과 손에 의해 그려진 동성애의 모습은 사랑하는 감정 그 자체. 불필요한 자극적 소비와 전시에 노력도 시간도 할애하지 않는다. 주저하고, 들뜨고, 설레고, 환희에 차고 절망하는 등 인물들이 경험하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한 터치로 그려나간다. 상대의 얼굴도 모른 채 결혼이 결정되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그림을 출품해야 인정받을 수 있던 시대. 여성이 정물처럼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지던 시대를 살았던 두 여성이 선택한 은밀한 사랑의 완성은 어떤 모습일까. 한편 영화는 여성의 깊은 연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아가씨, 화가, 하녀 세 여성 간에 형성되는 신분을 초월한 유대가 인상 깊게 다가온다. 올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 수상, 올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2020년 1월 17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