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 이야기
The Bra,2018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군산에 가면 경암동 기차길이 있다. 키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옛동네인데 그 동네 사이에는 철길이 놓여있다. 어떻게 이 좁은 길에 커다란 기차가 다녔을까? 상상하는 것도 잠시, 철길 양 옆으로 추억의 식품을 파는 가게와 액세서리 가게 들은 재밌는 여행을 만들게 한다.
외국에도 그런 동네 기찻길이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알게 되었다. 기차길 옆에서 사는 인간의 모습은 인간의 한 문화인 듯 너무나 닮은 모습에 반갑기도 하다. 이 영화 <브라 이야기>는 그런 인간의 삶을 재밌게 보여주면서 마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훈훈한 코믹 영화이다. 좁은 기찻길에 얽힌 사연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연세가 많은 기차 기관사 눌란은 마을 사이로 놓은 기찻길을 운행하고 하면 기차 앞에 붙은 마을 사람들의 물건들을 수거해서 퇴근길에 다시 돌려준다. 지나가는 기차에 걸린 빨래, 아이들 장난감 등 별로 중요해 보이진 않아도 정작 그 주인에겐 소중하고 필요한 물건들일 수 있으니 되돌려주는 것도 일종의 업무 보람이며 기분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날 기차 앞에 붙어 온 것이 여자들 속옷인 브라인 것을 보고 눌란은 고민에 빠진다. 이것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 주인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게다가 눌란은 이 브라를 어떤 여성이 착용한 것을 얼핏 본 듯도 하다. 그런 기억을 뒤지며 눌란은 주인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브라 주인 찾아주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본인의 것도 아니면서 억지로 입어보는 여자, 브라를 입고 눌란을 유혹하는 여자, 그리고 그런 눌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처치하려고 계획하는 남자 등… 이런 난감한 상황 속에서 속옷판매상으로 위장한 눌란은 과연 브라의 주인을 찾아 줄 수 있을까.

여성의 속옷을 소재로 하였기에 좀 민망하고 19금 냄새가 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영화는 그런 우려를 완벽하게 따돌리고 심지어는 유쾌하고 발랄하게 스토리를 진행한다.
게다가 이 영화는 대사가 없다!
외국 영화를 보면서 자막을 읽는 것은 이제 당연하고 익숙한 일이 되었지만 덕분에 자막을 읽느라 배우의 섬세한 표정 연기와 장면 뒤쪽에서 일어나는 시퀀스를 잠깐이라도 놓치는 경우가 분명 발생한다. 하지만 자막을 읽을 필요가 없는 영화라면? 온전히 화면에 집중할 수 있고 눈으로 읽는 텍스트보다 더 강렬하게 인식되는 화면에 몰입하게 되니 한 편의 영화를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영화는 그런 강점을 관객에게 제시하면서 점점 깊이 눌란의 여정에 관객을 참여시킨다.
눌란이 브라를 찾아주려는 시도도 처음엔 좀 의아하지만 눌란이 만나게 되는 여러명의 여성들에게도 좀 궁금한 면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마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낯선 남성에게, 그것도 곧 직장 은퇴를 앞둔 늙은 노인에게 여성들이 보이는 태도는 무언가 권태로운 일상에 매우 재밌는 이슈가 생긴 것 마냥 흥미로워 보이고 귀엽기까지 하다.

대사가 완전히 없긴 하지만 대사보다 더한 의미의 전달은 리듬과 소음으로 뒤섞인 배경음과 효과음이 대신한다.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배우들의 얼굴 표정과 대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배우들의 다소 과한 연기, 또는 코믹한 행동은 영화를 끝까지 부담없게 볼 수 있는 뒷힘으로 작용한다.

눌란의 브라 찾아주기 업무를 도와주는 작은 꼬마는 또 어떤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지만 눌란과 함께 위험한 상황까지 동행하는 꼬마의 모습은 어떤 깊은 신뢰감을 주면서 여성의 속옷이라는 소재를 동화적으로 풀어주는 분위기 전환을 톡톡하게 해낸다. 아마 이 둘의 만남은 브라를 찾아주는 업무를 매개로 한 늙은이와 어린아이의 소통으로 승화된 인생 이야기로 확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눌란이 마주치는 여성들보다 오히려 이 꼬마와의 일이 더 중요하게 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외부로 나가기가 힘든 요즘,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고요한 마음의 울림을 주는 코믹 영화로서 <브라 이야기>는 누구에게 추천해도 좋을 영화이다.
 |
|
 |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 분 |
|
|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