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2019

탐정이 나오는 전통적인 추리극에서 제일의 하이라이트는 용의자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그간의 추리를 들여주며 최종적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장면이 아닐까. 범인은 은밀하고 교묘하게 사건을 은폐하고 속임수를 써서 알리바이를 만들어냈지만 그건 간교함을 파악해내는 명석한 두뇌의 탐정은 시대가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추리의 극한 재미를 준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이 계속해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셜록 홈즈의 모험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영화로 만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 볼 수 있다.
이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원작이 따로 있지 않는 순수한 영화 텍스트로서의 추리극이다. 매우 유려한 추리극으로 만들어졌기에 원작이 무얼까? 찾아보지만 원래부터 영화 시나리오로 나온 것임을 알고 영화적 매력을 더해준다.
특히 007 다니엘 크레이그와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의 등장은 007의 첩보 액션도 없고 캡틴의 방패 액션도 없지만 일반 현실에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한다. 다소 이질적인 이 두 배우를 한 영화에서 만나보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정도이니 영화적 완성도도 높지만 배우 명성도 한 몫 하는 것도 사실이다.

미스터리 작가로 유명한 할란(크리스토퍼 플러머)의 85살의 생일 잔치를 위해 가족들이 대저택에 모여든다. 딸, 사위, 손자, 가정도우미 등 가족구성원들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마치 생일 잔치를 벌이지만 그날 밤 할란은 자살을 한다. 대체 왜 죽었을까?
말끔한 수트 차림의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은 이 사건을 의뢰받고 대저택에 들어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명 한명 들어본다. 가족들의 이야기로는 시간 순서대로 알리바이가 있고 그 알리바이대로 순차적인 시간의 순서가 맞아들어간다. 다만 석연치 않는 대목에서 가족들이 무언가 숨기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젊은 가정도우미는 블랑의 눈에 띄게 되고 블랑은 이 가정 도우미를 예의 주시하면서 사건의 실체에 점차 접근해 간다. 대체 왜 85살 생일에 베스트셀러 작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고전 추리물을 좋아하는 미스터리 매니아들은 분명 환호할 영화이다. 원작이 없으니 반드시 영화를 봐야 범인을 끝에 가서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스포일러도 허용되지 않는 완벽한 추리 영화. 블랑과 함께 용의자들의 이야기들을 따라 듣다보면 관객도 함께 추리를 해나가게 되는 감정이입을 느끼게 되는데 그 또한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재미를 준다. 멋진 수트를 입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은 007의 수트와는 다른 고전미를 전해준다. 007의 수트는 마치 방탄 수트일 것으로 보여지고 안쪽 주머니의 만년필은 살상 무기로 느껴지지만 이 영화에서 블랑의 수트는 귀족풍의 세련된 비즈니스맨으로 보인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대저택은 어떤가. 벽에는 조상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벽난로가 있으며 전세계의 칼을 수집해서 모아놓은 칼 장식장도 매우 특이한 분위기의 양식을 전달한다. 시대는 현대인데 대저택 안으로 들어가면 19세기 후반쯤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 들고 현대적 물건들 –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은 오히려 이질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재치있는 배경과 구성으로 관객을 온전하게 추리에 몰입하게 하면서 영화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장면과 장면의 유려한 이어짐으로 지루하지 않게 표현해 낸다.
가령 대저택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을 설명할 때 나레이션은 그대로 이어지되 장면은 그 때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서 현재진행형으로 보이게 하는 것. 특히 노인이 남긴 많은 유산에 관심을 두고 오직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족들 틈에서 묵묵하게 본인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민자 가족도우미의 모습은 자본주의 계급 사회에서 민족의 차별까지 들여다보게 하는 심층적 의미도 품고 있다.

점차 범인이 누구인지 좁혀지는 가운데 대저택 현장을 꼼꼼하게 짚어보는 탐정 블랑의 모습은 듬직해서 언제쯤 결과를 발표할까 잔뜩 기대하게 하는데, 의외의 반전과 설득력 있는 인물들의 사연은 마지막 결말 장면까지 가서도 아쉬움 없이 완벽하게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근래에 보기 드문 추리 영화로서 업그레이드된 추리 스토리와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도 꽤나 공들인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잘 만들어진 영화는 다음 영화도 기대하게 하는데 탐정 블랑을 주인공으로 한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망설임없이 선택할 것 같다. 블랑이라는 새로운 현대 탐정을 기대하는 마음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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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탐정 추리물을 좋아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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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C-Guy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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