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리어
The Courier,2019

연극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모든 이야기를 풀어낸다. 물론 동일한 공간임에도 그것은 관객들과의 합의하에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배우들은 대사를 통해 그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기도 하고 또 몇 개의 장치를 활용해 시대적 배경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함축시켜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럴 필요가 없다.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한 필름을 편집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영화가 반드시 많은 장소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폰 부스와 같은 영화는 주인공을 공중전화 박스 안에 묶어놓을 필요가 있기에 필연적으로 적은 씬만을 사용하며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영화가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변화 없이 동일한 공간만 계속 활용하다보면 보는 이들은 따분함을 느끼고 긴장감이 풀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예술과 오락의 의미에서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 더 커리어는 범죄를 목격한 목격자를 제거하려는 이들과 그를 지키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오락영화다. 적어도 초반의 분위기는 이 영화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 예상해도 좋을 만큼 괜찮게 흘러갔지만 그들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간 순간 영화는 마치 강예원 주연의 영화 왓칭처럼 새로울 것 없는 뻔한 이야기로 흘러가다 그렇게 끝나버리고 만다. 오직 사람들이 죽는 장면을 아주 잔인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만 기억에 남는, 그 이상의 것은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졸작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름만으로도 이미 무시무시한 범죄자 포스를 뿜어낼 수 있는 배우 게리 올드만이 재벌이자 극악무도한 범죄자 매닝스로 등장했다는 것은 이 영화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릴만한 요소로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마치 자신의 이름만 살짝 빌려주기 위해 이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별다른 인상적인 모습은 보여주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서 그에게 주어진 대사만을 읊어대다가 몇 번 자리를 이동하면서 연기를 마친다. 그렇다고 연기를 못한 것도 아니고 특별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그저 그를 활용하는 방식이 너무도 단조로웠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이 영화에서 큰 활약을 하지 않는, 이름값만 주연으로 존재하는 배우로 등장한다. 모든 것은 의문의 배달부 올가 쿠릴렌코의 몫이며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남은 시간을 때워주는 존재로만 등장할 뿐이다. 그가 상대하는 모든 악당들은 매닝스가 해줬어야 할 몫을 대신 나눠가진 것처럼 열심히 분전하지만 기나긴 시간을 한정된 공간에서 보내다보니 새로운 장면은 만들어지지 않은 채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액션이 벌어진다.

그것은 목격자 닉(아밋 샤)이라는 캐릭터도 뻔하게 만들며 오직 생존을 위해 도망쳐야만 하는 그를 다양하게 활용하지 못한 채 지하주차장 안에서 총에 맞고, 숨고, 주인공을 도와주게 만든다. 그리고는 결국 살아남아 진술을 마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몫이고 그는 그렇게 임무를 완수한다. 적어도 다양한 장소를 활용해 쉽게 예상하지 못할 변수를 만들어야 했음에도 이 영화는 제작비가 부족했는지 그들을 모두 지하주차장에 몰아넣고 승부를 본다. 가장 빛을 냈어야 할 게리 올드만은 쏙 빼놓은 채로.

액션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긴장감 넘치는, 힘이 넘치는 액션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미 무수히 많은 액션영화들이 쏟아진 탓에 영화는 늘 이전의 영화들과 비교되며 평가대상에 오르게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보다 멋진, 보다 새로운 것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오직 액션에 힘을 실어 정통의 맛을 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관객들이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더욱 아쉽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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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본드걸 올가 쿠릴렌코의 팬이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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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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