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소년사건
The Lapse,2018
마치 필름에 스크래치가 난 것처럼 화면이 열린다. 그것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제목과 이후 벌어질 이야기를 통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멋을 내기 위함이 대부분이며 보다 젊은, 보다 색다른 느낌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기법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품질이 좋지 못하면 겉멋만 잔뜩 부리는 졸작이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는 없다. 초능력 소년사건, 이 영화가 딱 그렇다.
나에게 만일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진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본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과 관련된 것을 바랄 것이다. 그것은 단지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바람이라기 보단 불가능, 비현실적인 것에 대한 부정도 포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늘을 날 수 있게 해달라는 바람은 결코 그 누구도 이룬 적 없는 것이기에 차라리 보다 현실적인.. 현실적으로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요구할 것이며 이는 곧 훼이(주아휘)의 생각과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고 볼 수도 있다.
사고를 당하고 초능력을 얻게 된 청밍(동청밍)에게 능력은 그저 신비로운 장난감일 뿐이다. 그 능력을 이용해 뭔가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처음부터 갖는 것은 아니다. 애완동물을 둥둥 띄우면서 재미있어하고 자신의 몸을 띄워보며 그것의 가능성을 확인할 뿐이다. 물론 그것도 훼이와 린(진의함)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그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 것처럼 그는 천진난만하게 행동한다. 하지만 훼이의 생각은 그와 다르며 그는 청밍을 이용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사진을 걸어놓은 훼이의 바람은 당연히 돈이며 청밍의 능력이라면 돈을 모으는 것 역시도 아주 쉬울 것이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청밍의 병든 어머니를 이용해 그를 꼬드긴다. 그런데 청밍은 한심하게도 어머니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할 생각은 애초에 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이며, 심지어 현금차량을 털고도 하는 짓은 양아치 수준에 머물 뿐이다. 그 돈을 이용해 어머니를 위한 뭔가를 준비할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그저 청밍에게 휘둘리며 돈과 시간만 허비할 뿐이다. 능력을 통해 본인은 망가져가고 있으면서도.
린은 훼이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인물로 그녀는 청밍의 능력을 그렇게 사용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을 구하던 청밍을 보며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며 청밍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마치 욕망이 제거된 인물처럼 그녀는 그 무엇도 바라지 않고 청밍의 주변에 머물 뿐이다. 물론 그것이 영화라는 틀 안에서 봤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훼이가 더 현실적인 캐릭터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너무나도 깨끗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 청밍이 훼이에게 뒤통수를 맞고 복수를 하는 레퍼토리로 흘러간다. 초능력을 가진 청밍이 아주 쉽게 이길 것으로 여겨지던 싸움은 갑자기 나 또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훼이에 의해 막상막하의 분위기를 보이고, 심지어는 대형선박을 공중에 띄우는 상황까지 이어지고야 만다. 이 끔찍한 결말은 보는 이들의 뒤통수마저 세게 갈기며 이 영화를 선택한 이들에게 조소를 날린다. 차라리 청밍이 능력을 많이 사용해 부작용이 생기는 식으로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어땠을까!
내게 만일 그런 능력이 생긴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뭔가 놀랍고도 재미난 것들을 상상해보지만 막상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나면 그때는 보다 충격적인 결말로 자신을 빠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은 결국 범죄의 문제로 귀결되거나 혹은 나 자신이 공개되며 개인의 삶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닐지.. 상상력은 좋았으나 그 끝은 너무나도 아쉬웠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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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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