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
Peninsula,2020

만일 한국영화에 흥행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감독들은 그 틀에 맞춰 자신들의 스타일을 녹이려 애를 쓸 것이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그들에겐 최선의 목적일지도 모르겠으나 결국 상업영화라는 것은 관객들에게 판매되는 영상물, 즉 돈이 되지 않는 영화는 절반의 성공조차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될 수밖엔 없을 것이다. 물론 여러 특수한 상황에 의해 불가피하게 망해버린 영화들도 존재할 순 있겠지만 향후 그 영화들은 어떻게든 재평가가 될 것이다. 마치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그랬던 것처럼.

반도는 좋은 영화로 평가받기에도 많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상업적으로 성공할만한 영화라 하기에도 조금은 애매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상당히 타격을 받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마저 처음부터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점 역시도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이는 부산행에서 잘 따랐던 흥행법칙과는 달리 너무나도 예상 가능한.. 그리고 조금은 과할 정도로 어둡게 그려진 그 분위기가 현재의 관객들 입맛에 맞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부산행과 가장 큰 차이를 두는 점은 바로 긴장을 풀어주는 포인트에 있다. 물론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가 아니고 부산행 역시도 반도와 마찬가지로 공포 액션을 중심으로 만든 영화다. 하지만 부산행에선 중간 중간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등장한다. 특히 마동석과 김의성이 연기한 두 캐릭터는 단순반복적인 좀비들과의 사투에 절묘히 끼어들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반도에서는 권해효와 김민재 그리고 구교환이 그 역할을 맡지만 그들은 그저 어두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나가는 모습만 보여준다.

이는 좀비에 지친 관객들을 더욱 피곤하게 만들고 영화 자체도 루즈하게 만든다. 심지어 두 주인공을 연기한 강동원과 이정현 역시도 액션만을 위해 존재하고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만을 제외하면 계속해서 긴장된 상태로 연기를 이어나간다.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들이 코믹한 요소를 무조건 집어넣었던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며, 심지어 코믹해서는 안 될 영화들 역시도 웃음 포인트는 반드시 넣어둔다. 타짜, 올드보이와 같은 영화들은 독특한 대사를 활용해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결말부분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부산행과의 차이 때문도 아니고 신파적인 요소 때문도 아니다. 황중사(김민재)가 좀비들에 둘러쌓여 죽음을 맞이하던 그 장면처럼 민정(이정현) 역시도 결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주인공이기에, 그녀가 살고자 마음을 바꿨기에 살려준 장면은 다시 봐도 최악의 선택이 아니었나싶다. 부산행의 공유와 비슷한 장면을 연출하기 싫었다면 차라리 그녀를 구하러 간 강동원마저 잡아 삼키는 식으로 그리는 것이 어땠을까 싶을 정도다.

또한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장면은 바로 영화 초반 배를 타고 이동하던 그 부분에 있는데.. 적어도 배안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던 그 순간만큼은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부산행이 기차를 이용했던 것처럼 반도도 선박들을 활용해 뭔가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하는 줄 알았는데 그 부분은 아주 짧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선박에서 촬영한 장면들만 가지고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부산행과 너무 비슷한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겠지만, 좀 더 환한 분위기에 탈출이 어려운 선박이라는 공간을 잘만 활용했다면 이 영화 또한 괜찮은 공포물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좀비에 나라를 빼앗긴 모습과 나라를 버리고 떠난 인간들의 모습, 그리고 여전히 그 땅에 남아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다양한 것을 담아내고자 시도하는 노력은 나름 괜찮았다고 본다. 하지만 좀 더 대중적인 것을 원하는 관객들의 요구에 그런 장면들이 잘 어울리진 않았다고 생각하며 부산행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도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
|
 |
공포 컬트무비 좋아하는 사람.
좀비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감독: 연상호배우: 강동원, 이정현, 이레, 김도윤, 김민재, 이예원, 권해효, 구교환장르: 액션, 드라마등급: 15세 관람가시간: 116분 개봉: 7월 15일 간단평<부산행> 이후 4년, 좀비로 폐허가 된 반도에 남아 있는 달러를 꺼내 오라는 계약에 따라 ‘정석’(강동원)은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아무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과 그 가족(이레, 이예원, 권해효)와 만나고, 극악한 재난 상황에서 함께 생존을 도모한다. 이미 <부산행> <킹덤> 등으로 소위 ‘K좀비’에 익숙해진 관객 입장에서 <반도>는 ‘좀비 영화’이기는 해도, ‘재난액션영화’로 기대하고 접근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오락적 정점이 단순히 좀비 떼가 등장하는 대목이 아니라 그들을 헤집고 나가는 규모 있는 자동차 액션 시퀀스에 있는 까닭이다. 영화는 흡사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오마주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신파 농도는 <부산행>보다 더욱 강해졌는데, 가족 잃은 이들의 애끊는 심정이 영화를 추동하는 동력이다. 아쉬움도 적다고 할 수는 없다. 수년간 외국으로부터의 구조 요청을 묵살당하면서 희망을 잃고 생존자와 좀비 사이의 야만적인 게임을 즐기며 살아가는 631부대원(김민재, 구교환 등)들이 좀 덜 납작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묘사됐다면, 특정 영화의 오마주를 뛰어넘는 작품만의 독특한 색채를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야기한 극장 침체 국면을 떠올려 보면, 오락적 쾌감과 적당한 감성적 충족으로 확실한 활기를 불어넣을 만한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2020년 7월 13일 월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