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FUKUOKA,2019

참 이상한 영화다. 교복을 입은 소녀가 찾아와 다짜고짜 일본으로 여행을 가자고 한다. 그것도 평범한 헌책방 중년 남자한테. 헌데 알고 보니 그녀는 스물 한 살의 성인이고 그래서 그들의 동행은 결코 불법적인 것은 아님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지하에 있는 책방에서 나오는 순간 그들은 후쿠오카에 도착해있고 남자는 일본말을 할 줄 몰라 당황한다. 그럼에도 소녀는 걱정할 것 없다 말하며 일본여성에게 한국말로 길을 묻는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그들의 이상한 여행은 시작된다.

경주에서 군산을 지나 후쿠오카에 도착한 장률은 이 기나긴 여정을 통해 사랑을 말하고 있다. 세 편의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각각의 사랑은 어쩌면 누군가의 경험이거나 혹은 누구나 경험해봄직한 내용들이지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오히려 꿈에 가까운 몽환적인 형식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이야기는 상당히 불친절하고 난해하면서도 복잡하다. 아마 누군가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것대로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담(박소담)은 마치 중개인처럼 등장한다. 누가 봐도 잘생겼다고 할 만한 남자가 아닌 제문(윤제문)에게 접근해 잘생겼다 말하고, 코골지 말라면서 본인은 코를 골며 자는 이 묘한 여성은 그를 후쿠오카로 데려가더니 또 다른 남자 해효(권해효)와의 만남을 주선한 뒤 자신은 그 자리에서 빠져버린다. 아마도 그녀가 그 둘의 옛사랑 순이가 아닐까하는 의문도 들긴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순이가 누군지를 아는 것보다 순이를 좋아하는 해효와 제문의 감정이 더욱 중요한 영화이기에 말이다.

언제부턴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며 간헐적으로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던 권해효가 그 모습 그대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그는 들국화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후쿠오카의 가게에서 3년을 살았다고 한다. 그가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순이 때문이며 순이와의 추억을 계속해서 붙잡고자 그곳에 머문 것처럼도 보인다. 이는 제문이 헌책방을 떠나지 않는 이유와 같으며 그래서 그들은 소담에게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은 순이를 동시에 사랑한 사람들이며 그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순이라는 가상의 존재는 재밌게도 윤동주의 시 사랑의 전당에도 등장한다. 윤동주가 사랑했던 그녀의 이름이 순이였던 것은 이 영화 속 순이라는 이름과 매치되면서 그를 떠올리게 만들고, 후쿠오카와 윤동주의 관계를 찾아보게 만든다. 이는 벽에 걸린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서부터 시작되며 사랑의 전당은 10년의 시간을 침묵으로 유지해온 벙어리가 읊어준다. 물론 그 사랑 또한 둘의 관계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사랑, 일방적인 사랑, 짝사랑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셋이서 연애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소담의 말은 어찌보면 보편적인 사랑의 형태에 대한 파괴적인 행위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 중의 하나일 수도 있으며, 이는 그들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의 제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나의 선택에 의해 다른 하나의 관계가 깨져버리는 결과를 취하기보다는 모두가 행복한 최선의 방향을 찾기 위한 방법. 어쩌면 순이가 떠난 이유도 그들의 관계를 깨트리지 않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우린 모두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비록 그 사랑의 형태가 모두 같다거나 완전한 것은 아닐지라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문과 해효가 순이를 사랑했던 것처럼, 윤동주가 자신의 시에 사랑을 표현했던 것처럼.. 그들은 그렇게 순이를 기억하며 순이가 좋아하던 것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우리 또한 그들처럼 누군가를 마음에 담고 살아가고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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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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