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권
The Therapist: Fist of Tae-baek,2020

태백권이라는 이름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것이 과연 실존하는 무술인가에 대한 의문도 들고 태백권이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진 무술인지조차 알 방법이 없으니, 그저 태초에 존재하는 어떤 비기와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편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태극권과 유사한 무술이라 생각해도 큰 차이가 나진 않을 것이니 그냥 그렇게 넘겨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미리 말하지만 태백권은 무술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화려한 액션을 보고자 한다면 차라리 다른 영화를 추천하는 바이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사용하고 있는 액션은 오직 사건을 일으키고 종결짓기 위한 장치에 불과할 뿐이며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 이유는 태백권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과도 엇물리며 그것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태백권은 의외로 코믹한 영화다. 물론 코미디에만 집중해서 이 영화를 본다면 크게 실망할 수도 있겠으나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있으면 그래도 나름 웃기긴 웃긴 영화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 때문도 아니고 재미있는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고 있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태백권을 계승하지 못한 채 속세로 내려온 성준(오지호)의 처량한 상황이 그런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즐길만한 요소는 성준을 중심으로 한 몇 개의 에피소드가 전부일 것이다.

태백권 계승자가 돈을 벌기 위해 지압원에서 일하는 모습을 처량하다고 표현했지만 이는 오히려 그가 가진 실제 능력과 비교되며 상승효과를 가져온다. 약한 아버지는 사실 강한 아버지였고 무서운 사채업자들 역시도 그 앞에서는 그저 성난 고양이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는 오직 자신의 힘을 숨긴 채 평범한 가장을 연기할 뿐이고 아내 보미(신소율)에게는 한심한 남편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런 그의 재능이 밝혀지면서 뭔가 변화가 생길 것처럼 그려지지만 이 역시 백두권의 계승자와의 싸움으로 이어지며 끊어지고 만다.

태백산에서 이름을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태백권처럼 백두권 역시도 백두산에서 그 이름을 가져온 것처럼 보이는데, 무시무시한 싸움 실력을 가진 장만웅(장동)의 현실은 오히려 성준보다도 비참하기 그지없다. 그는 납치된 가족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결사 노릇을 하며 성준과 대결을 벌이는데, 이 상황이 금강권의 계승자라 불리는 한 여인(배민정) 의해 처리되는 모습은 이전의 과정들을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로 허무하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남는 것은 배우 오지호와 신소율의 관계가 보여주는 결혼의 현실적인 모습이랄까.

게다가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보미에 의해 시작지고 성준에 의해 해결된다. 그들의 만남이 보미가 계획한 상황은 당연히 아니었겠지만 그녀를 도우면서 벌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거기서 결혼의 원인이 된 사건이 벌어진 것 역시도 보미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또한 사채를 쓰고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 역시도 보미가 만든 것이 아닌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상황이다. 그럼에도 보미는 사건을 일으키는 여인처럼 보이고 성준은 사건을 수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그들은 함께 손을 잡고 해결해야하는 부부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미인이라는 영화를 통해 영화계에 발을 들였던 배우 오지호의 최근 모습은 어쩌면 코믹으로 굳어져가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이는 좀 더 편안한 모습이 어필되는 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연기력 또한 그때에 비하면 어마어마할 정도로 발전했고 이젠 여유로움마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좋은 영화를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뭔가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엔 더 좋은 작품에서 그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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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즐길만한 코미디를 원한다면.
오지호의 코믹액션 영화가 보고싶은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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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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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최상훈배우: 오지호, 신소율, 정의욱장르: 코미디, 액션등급: 15세 관람가시간: 104분 개봉: 8월 20일 간단평사찰에서 자란 두 남자(오지호, 정의욱)는 한국의 3대 정통 무술 중 하나인 태백권을 수련한다. <태백권> 초반부 등장하는 두 사람의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대결 구도는 결정적인 순간 이 영화가 확실하고 시원한 무협 시퀀스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러나 <태백권> 대부분의 분량은 하산 후 지압원을 운영하는 주인공 부부(오지호, 신소율)의 ‘먹고사니즘’과 관련된 크고 작은 코믹 에피소드다. 여기에 마을 재개발 세력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드라마를 더했다. 사채업자, 방송국 PD 등 중요한 주변 캐릭터가 설득력 없이 사용되고 순식간에 휘발되는 까닭에 매력적으로 느끼기는 어려운 전개다. 다만 그런 중간중간 한국형 무협 장르로서 확실한 만족감만 줬다면, 여러 아쉬움은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초반 설정이 안기는 기대감만큼은 분명한 편인데, 안타깝게도 본 내용의 무협 분량 자체가 너무 적고 일부 액션 신에서도 <태백권>만의 어떤 색채를 확보하지는 못한다. 결과적으로는 코믹, 드라마, 무협 액션 어느 쪽으로도 관객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만듦새다. 공포영화 <속닥속닥>(2018)을 연출한 최상훈 감독의 신작이다.
2020년 8월 19일 수요일 | 글_박꽃 기자 (got.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