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구하지 마세요
Please Don’t Save Me,2019

만일 우리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있다면, 그래서 수저의 선택권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상태가 아닌 이상 삶에 허덕이는 부모를 고르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운명의 돌림판은 랜덤이며 그것은 잔인하게도 우릴 처음부터 시험에 빠트리고 있다. 누군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살아가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며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끊임없이 허우적댄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스타트라인의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버지의 자살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그래서 선유(조서연)의 미래조차 쉽게 예측이 된다. 그녀의 불행은 단지 아버지의 자살에서부터 출발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안에 담긴 모든 사연의 결말은 죽음으로 귀결된다. 나를 구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곧 나를 도와달라는 외침처럼 보이면서도 진정 죽음을 선택한 자의 마지막 고백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이 메시지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 또한 공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무엇이든 경험해본 자와 경험하지 못한 자의 차이는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선유를 둘러싼 친구들의 반응 역시도 그러할 수밖에는 없다. 선유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알고 난 뒤 친구들은 아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도 민감해한다. 선유 앞에서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괜히 미안한 마음조차 들게 된다. 그것은 결코 선유가 바라는 것이 아님에도 그들은 알아서 절제하고 차단한다. 물론 그 마음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설령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 할지라도, 어른들 또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중하기 마련이다. 우린 마치 그렇게 배워왔던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곤 한다.

다만 정국(최로운)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선유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고 그 마음이 결국 좋아하는 감정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그녀를 대하는 방식은 좋아하는 사람을 더욱 귀찮게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처럼 그려지기도 하고, 항상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고자 하는 보통의 연인들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선유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고, 그는 유일하게 선유의 마음에 이어진 생명의 원동력 같은 것이 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그 이전에 삶의 원동력이 되어준 것은 그녀의 가족이다. 자살한 아버지는 어쩌면 엄마(양소민)보다 더 가깝고 애틋한 사이였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엄마 역시도 남겨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최선의 선택을 해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무용지물로 돌아가며 그들이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은 고스란히 선유의 어깨 위에도 내려앉고 만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고통을 함께 분담하게 된 선유의 선택은 결국 부모의 고통을 함께 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녀가 마지막까지 엄마의 손을 잡았던 것 역시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영화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선유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정국의 외침에 엄마는 선유의 마음, 죽고 싶지 않은 간절한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녀를 구하며 이야기를 마친다. 그리고 그들에게 없었을지도 모를 미래를 간략하게 그리며 영화를 끝내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모녀는 살아나지 못했고 그 누구도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 마치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기기 위한 선택처럼 보이는 이 결말은 그럼에도 그 모녀를 살려내지는 못했다. 결국 이 영화는 과거를 바라보는 영화가 아닌 현재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한..

우린 이미 뉴스를 통해 많은 사실들을 보아왔다. 아이와 함께 죽음을 선택하는 부모의 심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것은 아이의 선택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살고 싶어도 삶을 계속 이어나갈 수 없는 상황은 매우 끔찍하면서도 비참한 현실이 아닐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선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진정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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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현실을 그린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조서연, 최로운을 비롯한 아역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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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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