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미씽 발렌타인
My Missing Valentine,2020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은 동일한 시간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동일한 시간은 체감하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군대에서 보내는 하루의 시간은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하루의 시간과 같지만 다르다. 두 개의 시계를 놓고 동시에 봤을 때 분명히 똑같이 흐르는 시간임에도 우린 그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군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제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모든 순간들의 시간은 우리가 아는 시간보다 더 느리게 흘러간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난데없이 하루를 잃어버린 여인 샤오치(이패유)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의 인생은 남들의 그것과 닮았으면서도 전혀 다르다. 그녀는 마치 몇 분 후의 미래를 보던 영화 넥스트의 니콜라스 케이지처럼 앞을 보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그려진다. 다만 그것은 몇 분이 아닌 아주 찰나의 순간, 아마도 눈을 감았다 뜨는 정도의 시간이 아닐까 싶은데 그렇기에 그 능력 아닌 능력은 오히려 그녀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듯하다. 혼자만 안다고 먼저 행동하는 모습은 가끔 재수 없게 비칠 수도 있기에 말이다.

어쨌거나 그녀의 능력은 상당히 미약하고 그저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는 정도로 만족하는 것이 나을 듯 보인다. 물론 교통사고와 같은, 우리가 쉽게 예견할 수 없는 상황들이 갑작스럽게 닥친다면 그녀는 미리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타이(유관정)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마지막 순간에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미리 끌어다 쓴 시간 덕분에 하루의 시간이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자신이 지닌 능력을 좋아할 수 있을까?

샤오치와는 달리 타이는 조금은 어수룩해 보이는 남자로 그의 행동은 상당히 굼뜨고 답답하다. 그래서 샤오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전반부의 시간 동안 그의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그저 우체국에 편지를 부치러 오는 엑스트라에 불과한 정도로 그려질 뿐이다. 하지만 샤오치의 전반부 이야기가 끝난 뒤 그는 갑자기 후반부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시작한다. 그가 사실은 샤오치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으며 샤오치와의 약속(편지)을 지금까지도 지키고 있었고, 동시에 그는 샤오치와는 달리 세상을 느리게 살아온 사람이라는 사실마저 보여주면서..

세상이 정지해버린 날, 그는 공짜로 생긴 하루 동안 샤오치와 함께 자신의 비밀기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는 운전을 하면서 멈춰버린 그녀에게 고백을 한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그려지는 그 고백 장면은 그와 그녀의 스토리가 전부 담겨있고 그동안 그려졌던 모든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그들의 첫 만남부터 타이가 편지를 계속해서 부치는 이유와 그가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이 곧 그녀를 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 곁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가 뜬금없이 고마웠다고 말하는 그 순간 역시도 사실은 굉장히 슬프면서도 안타까웠던 순간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지고, 마지막에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나게 되는 순간 쏟아지던 샤오치의 눈물은 그래서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여있는 탓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 부분은 이 영화를 직접 찾아보면서 즐기면 될 것 같다.

누군가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진정한 인연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모양을 갖고 있는 두 개의 조각이 오히려 하나로 결합되는 경우도 있다. 마치 볼트와 너트의 관계처럼.. 말이 많은 두 사람보다는 말을 들어주는 한 사람의 존재가 더 나은 경우도 있을 것이니. 빠르게 가는 여자와 느리게 가는 남자의 기묘한 이야기. 마이 미씽 발렌타인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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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 좋아하는 사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껴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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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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