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Blind,2007
준수한 외모와는 달리 난폭한 성격의 루벤. 후천적 요인으로 시력을 잃은 루벤은 자신이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매우 폭력적으로 변한다. 루벤의 어머니는 세상과 담을 쌓고 자기만의 세계에 틀어박히는 아들을 걱정한다. 때문에 루벤에게 책을 읽어주며 그의 마음을 달래 줄 사람을 찾게 되고, 실제로 여러 사람이 고용되지만 하나같이 루벤의 포악한 성미를 견디지 못하고 달아나 버린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마리는 이전의 다른 낭독자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으로 루벤의 호기심을 산다. 엄격하면서도 단호하게 루벤의 난폭함을 제압하는 마리. 처음에는 그를 거부하던 루벤 역시 아름다운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마리에게 마음을 연다. 하지만 마리는 고용인과 피고용인 사이를 넘어서는 루벤의 감정이 반갑지 않다.
어린 시절 당한 학대로 인해 얼굴은 물론, 온몸에 흉터가 가득한 마리. 흉터 때문에 언제나 몸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을 피해 다녔던 마리는 시각장애인인 루벤 앞에서만큼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을 향한 루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지만, 언젠가부터 마리 또한 루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앞을 보지 못하는 남자와 남의 눈에 보이기 싫은 여자는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져 간다.
루벤은 마리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서, 루벤은 본래의 성격을 되찾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조금씩 고독과 외로움에서 벗어난다. 또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 요소들을 느끼고 깨닫게 되는데, 루벤은 마리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에 빠져 더욱 그를 연모하게 된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평생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갈 줄 알았던 루벤에게 희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수술을 통해서 잃어버린 시각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마리를 고용했던 루벤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마리가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거짓말을 했고, 루벤이 수술을 통해 앞을 볼 수 있게 되자 마리에게 루벤의 곁에서 떠나 달라는 요구를 한다.
마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 루벤은 극도의 불안함과 외로움, 환청에 시달린다. 어떻게 해도 마리를 잊을 수 없었던 루벤은 그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집 밖으로 나와 세상을 돌아다니며 본 것들은, 그동안 루벤이 상상하던 세상과는 몹시 다른 모습이었다. 루벤은 점차 오히려 눈이 보이지 않았던 시절이 더 행복했다고 느끼게 된다.
영화 <블라인드>는 2007년에 개봉된 작품이 시간이 흘러 2021년에 국내 영화관에서 상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극중 마리가 루벤에게 읽어주는 책 <눈의 여왕>은 덴마크 작가 한스 안데르센의 동화로, 한 소년이 눈의 여왕의 성에서 본래의 기억을 잊고 살아가다 사랑하는 소녀 게르다와 재회하여 잃어버린 봄을 찾는 이야기다. 극중 차가운 겨울과 어울리는 동화로 영화 속 인물들의 삶과도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어, 영화와 함께 즐기기에 알맞다. 시간이 흘러도 오래 사랑받는다는 점에서도 <블라인드> 와 <눈의 여왕>은 닮았다. 진정한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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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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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HMJ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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