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히어
#jesuisla, #Iamhere,2019

SNS는 나와 타인을 이어주는 도구이자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세계이다. 하지만 그 속에 진짜 내가 존재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거기엔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되고자 하는 가상의 인물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면을 쓴 또 다른 나는 멋지고 특별한 존재처럼 보이기를 바라며 모두의 관심을 받고자 거짓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허위와 가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 역시 거짓으로 행동하면 진짜 나는 사라지고 가상의 존재만이 남게 된다. 그렇게 비현실세계 속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아이엠히어는 마치 유아인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현재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설정된 제목처럼 보이는데, 그렇다고 그 메시지가 동일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저 자신이 이곳에 있음을 확인시키는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닌, 마치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려 제발 나를 봐주기를 바라는 관심의 바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SNS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또한 SNS 세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경험하는 하나의 증상(신드롬)이 아닐까 싶다.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중년의 아저씨 스테판(알랭 샤바)에게 SNS는 소통의 도구이자 새로운 만남을 꿈꾸게 하는 기회의 장이 된다. 그가 한국에 사는 수(배두나)에게 보통 이상의 감정을 품는다는 사실은 어쩌면 늙은이의 주책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런 것만으로 그들이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스테판이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현실세계에서의 무료함과 그가 경험하지 못한, 혹은 경험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가 전해주는 판타지가 엇물리며 일탈을 꿈꾸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이를 몸소 실천하기로 한다.

톰 행크스가 터미널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스테판이 인천공항에서 유사하게 보여주며 그는 순식간에 유명인이 된다. 그가 바라던 바는 아니었겠지만 수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오히려 올라갔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테판의 입장에서 볼 때 재미있는 이야기일 뿐이다. 영화 내내 보이지 않던 수가 스테판을 보고 기겁을 하며 도망치는 첫 등장씬을 통해 우린 드디어 수의 입장을 알게 된다. 그와 그녀가 이런 식으로 현실세계에서 만나는 장면은 그녀가 바라던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을.

결국 스테판은 수에게 눈치 없는 사람으로 불리고 그녀와 짧은 시간을 보낸 뒤 이별한다. 벚꽃데이트를 꿈꾸던 스테판의 이야기는 벚꽃엔딩처럼 끝나버리고 말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관계가 완전히 어그러진 것은 아니다. 그저 다시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갔을 뿐이고 그들의 관계 역시 이전처럼 가상의 세계에서 연결되어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들이 현실에서 조우한 사이라는 사실이다. 모르던 존재와 알게 된 존재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며 이는 머릿속으로 그렸던 가상의 이미지마저 깨져버리는 계기가 된다. 아마도 스테판에게 수는 더 이상 환상의 존재로 남아있지 못할 것이다.

k-pop을 좋아하는 소녀가 아닌 중년남성 스테판을 통해 한국을 드러낸 점은 꽤나 독특했다고 본다. 만일 어린 소녀가 한국 문화를 꿈꾸며 무작정 날아와 도전하는 식의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이는 우리의 상상대로 식상하게 흘러가다가 매우 단조로운 장면만을 활용한 채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남산을 오르거나 전통시장에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오히려 젊은이들의 문화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화려한 것 위주로 다뤘을 것이다. 물론 그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장면들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한국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장면들 또한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눈치라는 단어를 이용해 한국인을 표현한 장면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타인을 배려하고 행동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반대로 솔직함과는 거리가 있다. 나를 솔직히 표현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 그래서 SNS에도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과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적어도 그 차이가 이 영화 속 스테판과 수의 차이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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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 좋아하는 사람
한국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 영화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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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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