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백
Flashback,2020

우린 모두 현재를 살아가고 기억에 존재하는 것은 오직 과거로부터 온다. 그래서 미래를 기억한다는 말은 당연히 틀린 소리며 과거로 돌아가는 것 또한 현재로서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린 오직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영화적 상상력은 이런 한계를 부수는 것을 좋아하며 우릴 과거 또는 미래로 이동시킨다. 과거엔 실제로 존재했던 기억의 흔적과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미래엔 오직 후자만이 존재하며 우린 이것을 현재에서도 간접적으로 경험하곤 한다. 바로 꿈과 상상을 통해..

시간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고 보게 된 영화 플래시백은 오히려 마약에 취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보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영화는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처럼 꾸며지고 있음에도 사실은 별 것 아닌 내용을 담고 있는.. 어쩌면 그것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어려운 선택이었기에, 그래서 좀 더 화려하고 어지럽고 복잡한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만 대부분의 장면들은 마치 마약에 취한 인간이 바라보는 비현실의 세계이기에, 그것을 걷어내면 실제로 남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영화는 프레드(딜런 오브라이언)의 어머니 에블린(아만다 브루겔)의 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그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형태로 이어질 여지도 있지만 그녀는 오직 영화를 열고 닫기 위해 존재하는 매개체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에블린은 프레드의 선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봤을 때 그렇게 많은 활약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도 비중만 놓고 본다면 오손 웰스의 영화 시민케인의 상징적인 로즈버드가 그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기억의 문제는 에블린이 아닌 프레드의 것으로 이어지며 그가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것으로 영화의 대부분이 채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존재하는 신디(마이카 먼로)라는 인물의 정체를 찾는 과정을 통해 그의 과거는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프레드의 어린 시절 모습과 함께 그곳에 함께 있던 세바스찬(에모리 코헨), 안드레(키어 길크리스)의 존재까지도.. 그들을 통해 신디와의 기억도 연결이 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내용은 같이 마약을 했던 것 말고는 딱히 이렇다 할 것도 없다.

그렇게 영화는 그 순간을 매우 특별한 것으로 둔갑시키며 마약에 취한 프레드에게 그의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선택을 하게 만든다. 마치 행복한 꿈의 세계와 불안한 현실의 세계를 골라야만 하는 것처럼, 마약에 취해 행복에 빠진 그 순간을 즐기며 평생 신디와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시험을 보는 학생과 발표를 앞둔 직장인의 현실을 살아가는 프레드로 살 것인지를 묻는다. 물론 답은 이미 정해져있지만 영화는 계속 관객들이 그 답을 알지 못하게 만들며 마약에 취한 영상을 계속 만들어낸다. 이미 엄마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그것은 깨질 것이 분명했음에도..

물론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는 실재의 것, 즉 과거를 상상하는 현재의 기억이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인간의 그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도 말하고 있다. 프레드가 보는 것들이 과거의 경험이면서도 동시에 현재 경험하고 있는 현실처럼 그려지며 관객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결말은 이미 나와 있었고, 그렇기에 그의 선택이 신디가 아니었음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그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그가 어릴 때 깨트린 엄마의 물건이었지만.

이 영화는 마약에 취해 위험한 순간을 즐겼던 한 인간의 과거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현재를 동일한 시간에 두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마약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포장지를 걷어내면 그 안엔 프레드의 추억과 현실만이 남는다. 결국 이 영화는 단순한 것을 매우 어지럽게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술에 취해 자신의 추억 이야기를 과장되게 떠들어대는 누군가의 모습처럼..
 |
|
 |
딜런 오브라이언을 좋아하는 사람.
마약의 위험성을 알고 싶다면. |
|
|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