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펜서
SPENCER,2021
다이애나, 당신의 무기는 당신 자신이에요...
21세기가 시작된지도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아직까지 왕실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으로 느껴지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딘지 모를 괴리감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지구상 왕정 국가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할 수 있지만 영국을 포함, 왕실이 아직 살아있는 곳들이 여럿 있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스펜서의 주인공인 다이애나 스펜서 또한 영국 왕실의 일원 중 한명입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영화의 주인공인 다이애나 비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간단히 정리해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스펜서 백작 가문의 셋째 딸로 태어난 다이애나 비는 1981년 현대판 신데렐라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왕실의 일원이 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결국 92년 별거를 시작, 1996년 이혼하게 됩니다.
이혼한 이듬해인 1997년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는데요 당시 애인 도디 알 파예드와 파리 리츠 호텔에서 알 파예드의 아파트로 향하던 중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속도를 내던 중 교통 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이혼한 다음 해 애인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점 때문에 평소 다애이나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영국 왕실이 배후에서 다이애나비를 암살했다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 영국 비밀 요원들이 다이애나를 암살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요 다이애나비가 애인인 도디 알 파예드와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왕실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는 등의 설이 돌았던 것이죠.
사고 당시 다이애나 등은 아직 사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파파라치들은 사고 현장을 사진에 담기 바빴을 뿐 누구 하나 그들을 구조하고자 하는 시도 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배후설이 더 힘을 얻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설이 나온 것만 보더라도 평소 다이애나와 왕실의 관계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화 스펜서의 극 중 배경은 1991년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다이애나가 찰스 왕세자와의 별거를 고민하던 시기입니다. 결혼 당시 이미 다른 사람과 교제 중이었던 찰스는 왕족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사랑을 선택하는 대신 왕족의 지위와 사랑 모두를 선택하게 됩니다. 다애이나비와의 결혼 후 애인인 카밀라 파커 볼스와의 관계를 유지했고 카밀라 파커 볼스 또한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한 것은 유명하죠.
왕실에서는 찰스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다이애나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포지션을 취했는데요 영화는 마치 꼭두각시 같이 왕실의 마스코트 역할만을 강요당하던 다이애나의 불안과 좌절, 고통 등을 3시간 동안 집요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작 재키에서 실존 인물에 대한 내면의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보였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왕실의 일원인 다이애나비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다이애나 스펜서에 대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며 씁쓸했던 점은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운전하는 장면입니다. 영화는 다이애나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차를 몰고 별장에 도착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늦었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라는 말 등으로 다이애나에게 끝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죠.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다이애나는 본인이 직접 운전하고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를 끝냅니다. 실제 그 다음 해 찰스 왕세자와 별거에 들어갔고 이혼한 뒤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에 걸맞게 많은 선행을 선보이며 이혼 후에도 영국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죠.
하지만 이혼 후 그 다음 해 결국 자동차 사고로 죽게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마지막 장면은 결국 자동차 사고로 죽게되는 그녀의 삶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 외에 영화는 많은 장면에서 수많은 단서와 암시를 던지고 있습니다.
포스터에도 나오는, 그녀가 하고있던 진주 목걸이는 찰스 왕세자가 자신의 내연녀인 카밀라 파커 볼스에게 선물한 것과 같은 디자인이었고 극 중 등장하는 앤 불린이라는 인물은 마치 다이애나의 비극적 운명을 미리 알려주는 것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죠.
이렇듯 다이애나라는 인물에 대해 입체적으로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영화이지만 반대로 너무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보니 사전 정보가 없는 분들에게는 각각의 장면들을 따라가기에 다소 버거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냥 혼자 히스테리 부리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느껴질테니 말이죠. 당시 다이애나의 상황을 아는 분들이라면 영화가,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배우가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잘 그려내고 있는지 금방 느끼실 듯 합니다.
영화 속 의상들이 실제 다이애나비가 입었던 의상들을 최대한 재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배우는 영화 속에서 다이애나비 그 자체로 분합니다. 다이애나 스펜서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더라도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배우의 연기 하나만을 보기 위해서라도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입니다.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꼭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당시 왕실의 역사에 대한 부분은 금방 찾아볼 수 있으니 다이애나비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알아보시고 영화를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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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희나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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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파블로 라라인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잭 파딩, 잭 닐런, 프레디 스프라이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6분 개봉: 3월 16일 간단평 아름답지만 핼쑥한 얼굴, 종잇장처럼 창백한 피부와 여윈 팔다리, 불안한 눈동자와 호흡. 그간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퇴폐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연약함과 아슬아슬함은 2시간 남짓의 러닝타임동안 관객의 시선을 완전히 옭아맨다. 미국 퍼스트레이디 재클린 케네디,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등 실존 인물을 스크린에 담아온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신작 <스펜서>는 1990년대 초 샌드링엄 별장에서 열린 왕실 가족의 크리스마스 모임 행사에 참석한 다이애나 스펜서 영국 전 왕세자비의 사흘을 따라간다. 영화는 남편 찰스 왕세자의 불륜과 이혼, 의문에 쌓인 죽음 등 극적인 다이애나의 삶이 아니라 오랜 시간 외로움과 사투해야했던 그의 마음을 내밀하게 포착한다. 자유분방한 패션 아이콘 다이애나가 영국 로열패밀리에 입성한 후 겪은 간극과 불균형, 그 결과 생겨난 짙은 우울감은 영화 전체를 무겁게 내리누른다. 다이애나의 불안한 심리를 보여주듯 재즈와 바로크, 파이프 오르간과 하프시코드 등이 뒤섞인 불협화음은 날카롭게 신경을 자극한다. 이와 맞물려 절정으로 치닫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는 과연 그의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연기라 불릴 만 하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놀라운 연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한 폭의 그림 같은 화면이다. <안나 카레니나>(2012), <작은 아씨들>(2019)로 아카데미 2회 수상에 빛나는 의상 감독 재클린 듀런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의 클레어 마통 촬영 감독은 영화를 살아 움직이는 수채화처럼 보이게 만든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이번 작품으로 전 세계 여우주연상 27개를 거머쥐었으며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등에 후보로 선정됐다.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 ( geumyong@movis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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