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2021

액션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액션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엉성하게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은 영 멋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액션은 영화의 맛을 살리기 위한 하나의 양념 정도로만 생각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좋은 액션장면도 탄탄한 스토리 속에 잘 녹아들어야 범죄도시처럼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관객들을 흥분하게 만들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를 보면 그 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지도?

정혜인 주연의 액션영화 히든은 겜블 액션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음에도 겜블의 맛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도박이 지니고 있는 그 특유의 긴장감이 부족한 탓에 히든카드가 공개되는 그 결정적인 순간에도 몹시 따분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겜블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액션 장면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만들어졌는데, 안타깝게도 액션을 제외하면 크게 관심을 받을만한 요소는 없는 편이다.

도박에 놀라운 재능이 있는 최미정(유지후)이 빠르게 영화에서 사라지며 그 뒤를 정해수(정혜인)가 이어받게 되는데, 문제는 그녀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깔아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겜블을 하며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면 적어도 그녀에게 왜 그런 능력이 생기게 되었는지 관객들에게 인지시켜줬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설명 없이 그녀는 무적이고 최강인 것처럼 그리고 있다. 심지어 그녀의 주특기는 겜블보다 액션인 탓에 약점은 아예 없는 듯하다.

더군다나 정해수의 목적은 분명 최미정에 대한 복수였으며 그 분노심이야말로 그녀가 지니고 있는 최고의 감정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 초중반 최미정을 살해하는데 크게 일조한 뱀눈(조하석) 일당을 바로 눈앞에 두고도 끝내 참았던 점은 매우 의아한 장면이었다. 물론 장판수(공형진)가 말린 탓이 가장 클 것이고 최미정을 살해한 진짜 범인이 따로 존재하기에 그들을 내버려뒀다는 변명도 할 수는 있겠지만, 유독 뱀눈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만큼은 그녀의 멋짐이 크게 폭발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식당에서의 장면을 제외하면.

어찌되었든 이렇게 드러난 대립관계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진짜 빌런의 정체를 통해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은 끝까지 유지되지만, 그 숨겨진 패가 과연 이 판을 뒤집을 수 있을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이 든다. 일단 가장 잘 만들어 놓은 캐릭터인 문신녀(전희연)의 정체를 공개하는 순간은 아주 좋았다고 생각되지만 이미 정체가 발각되었던 국정원 팀장(김인권)이 가장 중요한 히든 패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그 실망감은 차라리 공형진이 했던 그 어처구니없는 농담보다도 못했다고 생각된다.

이는 결국 마지막 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가뜩이나 겜블에 대한 재미가 부족했는데 그 순간마저도 흐지부지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이 모든 과정이 마지막 액션씬을 위해 준비된 틀에 박힌 공식처럼 느껴지며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던 액션에 대한 흥미마저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액션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특히 문신녀가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지금까지 본 히든이라는 영화와는 결이 다른 느낌마저 들면서..

이미 수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겜블의 루틴은 어느 정도 정립되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색다른 방식으로 보다 나은 결과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로 겜블을 소재로 한 영화의 사명이 아닐까 싶다. 마치 타짜가 그러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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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 좋아하는 사람.
액셔니스타 정혜인의 액션 연기가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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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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