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유령, 자유인
Blessedness: Monsters and Specters,2020

태초의 영화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을 찍어낸 그 영상은 카메라의 발전적 방향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영화라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는 차라리 기술적인 의미에서의 진보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낫다고 보며 진정한 영화는 오히려 멜리에스와 그리피스 같은 이들에 의해 구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 역시도 사실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의 차이를 통해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이야기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이야기는 보는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아는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하는 반면, 결코 알 수 없을만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기도 한다. 마블 시리즈의 오락영화는 이 두 가지를 아주 적절하게 결합시키며 인간의 상상력을 계속해서 자극해왔다. 하지만 이와는 또 다른 스타일로 비현실을 다루는 영화들이 있었으니,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초현실주의 영화다. 살바도르 달리와 루이스 브뉘엘의 안달루시아의 개에서 데이빗 린치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괴물, 유령, 자유인이라는 조금은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조합을 갖추고 있는 이 영화는 그런 유형의 영화와 많이 닮아있지만, 오히려 그 스타일은 장 콕토의 영화와 많이 흡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대부분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이를 표현하기 위해 대부분은 인간의 꿈과 내면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불안을 겪는 인간의 모습을 무서운 꿈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식 중의 하나이며, 그렇기에 이를 표현함에 있어서 한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자유로움 덕분에 감독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껏 마음대로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이고 설령 그것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다른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그 또한 포괄적인 의미에서 함께 할 수 있다고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사과가 지니고 있는 선악과의 금단의 의미와 백설공주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죽음의 의미, 그리고 스피노자를 통해 새롭게 구현된 희망적인 의미까지 담고 있기에 이 영화에선 이를 좋은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계속해서 사과를 등장시키며!

그렇게 영화는 괴물로 표현된 동성애자의 이야기와 유령으로 그려지고 있는 고뇌에 빠진 인간, 그리고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온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까지 차례대로 다루며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물론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혹은 불편하게 느낄 것이며 아무런 감흥조차도 얻지 못할 것이다. 성심(엄태나)과 은수(윤해신)의 키스 장면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도 알 수 없을 것이며 죽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성철(권기하)의 모습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음악적인 요소가 더 강하게 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드윅이 이 영화보다 더 메시지를 제대로 전하고 있는 것은 단지 그 영화가 지니고 있는 재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표현방식의 차이 또한 그 접근성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 있기에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반드시 해석이 필요한 상징들로 가득한 영화는 그만큼 다양한 의견을 자아내고 있기에..

터널을 지나고 거울 속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장면들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선택에 의함이고 우리 스스로가 정해야 할 몫이다.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얻기 위한 우리들의 노력은 과연 정당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그 노력에 의해 다른 이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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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가 보고 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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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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