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The Fighter , 2010
파이터는 실제 복싱 선수 미키 워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여느 복싱영화와 다름 없이 림 위에서의 박진감 넘치는 촬영과 짜릿한 승리는, 보는 이들을 짜릿하게 만든다. 하지만 단순히 복싱에 관한 영화였다면 이것은 액션영화였을 것이다.
파이터는 아카데미에서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만큼 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주인공 미키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간의 갈등을 보여주며, 점차 변화하는 인물들을 통해서 우리는 적지않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처음 시작은 미키(마크 월버그)와 디키(크리스천 베일)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HBO에서 디키를 찍으러 나온 설정인데, 디키는 자신의 복귀전에 대해서 찍는 걸로 알지만, 후에 그의 마약 중독의 실태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티브이에 방영된다. 영화 속 또 하나의 이야기로써의 플롯이 있기에 지루하지 않은 전개를 해 나간다. 처음 디키의 모습은 슈가 레이를 이긴 자신의 과거에만 취해, 현재는 하루하루 마약에 빠져서 살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동생 미키와의 훈련에서 많은 갈등을 빚게 된다.
미키는 '징검다리' 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다른 선수가 거쳐가는 정도의 파이터로 여김받는다. 경기에 계속 지면서 자신의 경기를 잡아주는 디키와 부모님을 점점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여자친구 셀린을 만나게 되면서 미키는 새로운 출발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동생인 미키를 굳이 도와주려던 디키가 경찰에 잡혀 감옥에 가게 되면서, 미키와 가족들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미키를 도와주고 있지만 미키가 진짜 '자신의 경기'를 뛰지 못하도록 가족들이 방해물이 되는 것만 같은 이야기 구조로, 가족과 인물 사이의 복잡한 감정의 양상이 많이 등장한다.
미키는 형이 감옥에 있는 동안 가족들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경기에 출전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옥을 찾아가 디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에서 완벽한 단절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나간 경기에서 미키는 승리를 거두게 되고, 디키 또한 감옥에 있을 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
디키가 감옥에서 나와 훈련중인 미키에게 찾아온 이 장면은 어쩌면 가족들의 갈등의 절정을 보여주는 지도 모르겠다. 림 위에서 마주한 엄마와 두 형제. 미키는 자신에게 디키가 필요하고, 가족의 힘이 필요한 건 알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신뢰도를 잃은 그들과 함께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인물들은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비하 발언까지 하며, 때로는 엇나가기도 하고, 등을 돌리며 피하기도 한다. 미키와 디키처럼 아예 림 위에서 한 판 붙으며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미키의 여자친구 셀린과도, 마약과 술에 취한 디키의 가족들은 계속 갈등만 빚지만, 어쩌면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는 그들 스스로를 직시하게 되며 협력하게 된다.
미키 주위의 사람들은 때로는 미키에게 걸림돌이 되고, 때로는 힘을 주는 사람이기도 하다. 영화 속의 배우들이 숨쉬는 것 같이 느껴지는 이유는, 이렇듯 단편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고, 영화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그들 자신의 문제에 따라 다르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미키 주변에서 걸림돌이 되고, 도움을 주기도 하는 사람들이 서로 하나가 될 때, 미키 또한 자신만의 경기를 림 위에서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림 위에서 미키의 최종승리는, 인물들이 서로 하나가 되었을 때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다시 형제의 인터뷰 장면이 등장한다. 처음 인터뷰 때와 달리 엄청난 변화를 이루어 낸 두 형제. 처음과 끝에 이렇게 인터뷰 씬을 배치하면서 이야기의 극적인 요소를 더 강조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이러한 전략이 더 의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엔딩 크레딧을 주목하시라!
개인적인 느낌을 더하자면, 치밀한 플롯구조와 캐릭터설정으로 인해, 자칫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복싱영화를 끝까지 긴장하며 볼 수 있게 해준다는 게 바로 이 영화의 묘미라는 것이다. 미키가 림 위에서 어떤 경기를 벌일지, 그것이 과연 어떤 결과를 이루어 낼지 알 수 없다. 그는 승승장구하며 이길 것 같다거나, 질 수 밖에 없는 캐릭터라던지 같은 단편적인 인물로 묘사되지 않는다. 크리스찬 베일의 주연급 역할과 연기는 엄청난 보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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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찬 베일을 좋아하시는 분
복싱과 같은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
액션과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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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다운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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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다시피 <파이터>는 실존인물을 다룬 영화다. ‘아이리시’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계 미국 출신 복서 미키 워드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2002년 캐나다의 복싱 스타인 아투르 가티와 펼쳤던 대결은 복싱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를 꼽을 때 빠짐없이 회자되곤 한다. 유튜브를 뒤져보면 당시 경기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10라운드 종이 울릴 때까지 서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사생결단으로 펀치를 주고받는 둘의 모습은 전율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막상 <파이터>를 보면 영화의 포커스는 미키(마크 월버그)에서 벗어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대신 그의 주변―특히 가족들에게 상당부분 맞추어져 있다. 미키의 집안은 말 그대로 ‘콩가루’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그가 자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백업선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인생에 도움 안 되는 그의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와 어머니(멜리사 레오) 때문이다. 그의 트레이너를 맡고 있는 이부형제 디키는 미키에게 복싱의 모든 것을 가르쳐준 복싱 영웅 출신이지만, 지금은 사고나 치고 다니는 마약중독자다. 매니저인 어머니는 미키가 받는 대전료에 급급해 아들에게 매번 불리한 경기를 종용한다. 그럼에도 미키는 가족을 떠나기는커녕 불평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다. 가족이란 늘 애증의 대상이고, 그 자체로 딜레마다. ‘가족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군가는 미키처럼 희생당한다.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키의 연인 샬린이다. 그녀는 가족구성원이 아닌 제3자, 외부인이다. 그렇기에 미키가 가슴 속에만 쌓아놓고 차마 가족들에게 꺼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고, 미키가 처해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샬린이 어머니와 형에게 미키의 스트레스를 직설적으로 대변하는 지점은, 갈등을 진행시키고 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역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고 흥미롭다. <파이터>의 이야기는 미키의 복싱 인생의 하이라이트, 예를 들어 서두에서 언급한 가투와의 명승부 등은 배제한 채, 그가 서른 살이 넘어 뒤늦게 처음으로 세계 챔피언이 되는 순간까지만 진행된다. 그 과정은 역경을 헤치고 밑바닥에서부터 최고의 자리에 오른 챔피언의 이야기인 동시에, 갈등과 오해 끝에 사랑을 확인하는 가족의 이야기라는 지극히 할리우드적인 패턴을 따른다. 물론 이것은 실화이고, 미키의 인생 이야기가 그 자체로 강력한 드라마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갈등이 갑자기 눈 녹듯 사라지는 엔딩은 다소 갑작스럽고 비약이 심하다. 실화의 팩트와 관계없이 클리셰로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파이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디키다. 크리스찬 베일은 디키 역을 위해 무려 14kg을 감량하며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비쩍 마른 몸, 개개 풀린 눈으로 산만하게 건들거리는 그의 언행은 마약에 찌든 밑바닥 인생 그 자체다. 신경질적이고 억척스러운 어머니 역의 멜리사 레오의 존재감 역시 막강하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와 형은 아카데미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그들이 빛나는 만큼 정작 주인공인 미키는 상대적으로 가려진다. 그게 과연 좋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관점의 차이에 맡겨야 할 듯하다.
2011년 3월 4일 금요일 | 글_최승우 ( siwoorain@movis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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