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무가
DAEMUGA , 2022

영화 라디오스타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은 그 이전에도 함께 영화에 출연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서로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두 배우의 연기력은 정말 놀라웠으며 그래서 그들이 다시 뭉친 사실만으로도 좋은 기삿거리가 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박성웅과 정경호의 관계도 그런 식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드라마에서 함께했던 두 콤비의 관계는 이 영화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들보다 양현민과 류경수라는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은 덜 알려진 두 배우에게 더 집중하고 있다. 박성웅은 그들을 서포트하는 조력자로, 정경호는 이 영화 최강의 악당으로 등장해 그들과 대립하는 지점에 서서 그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성장하게 만든다. 그래서 우린 이 영화를 박성웅의 영화로 볼 수도 정경호의 영화로 볼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양현민과 류경수의 영화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일정한 분량만큼 연기를 할 뿐이고 영화 전체의 흐름을 단독으로 끌고 가지도 않는다.

감독은 그들에게 각자의 파트를 분배해 그것을 소화하게 하고 마지막에 그들을 한자리에 모아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풀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은 굿판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형태로 그려지고 있는데, 이 마지막 장면에 대해선 사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종교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라기보단 신을 받아들이는 모습(형식)에서 드러나는 어색함 같은 것들, 예를 들어 자신의 인생을 마치 랩처럼 풀어내는 세 남자의 마지막 춤사위는 꼭 필요한 장면이었을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문제랄까!

아마도 그 부분을 강조하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속인에 대한 불신, 진짜 무당과 가짜 무당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누가 봐도 가짜 티가 많이 나는 신남(류경수)의 어설픈 행동을 통해 가짜 무당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며 무속인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지만 이후 신을 접하는 모습을 통해 그것의 무서움마저 강조하고 있다. 신병이 나거나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는 것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갖고 무당이 된 이들에 대한 의심! 그러한 특이점은 곧 새로운 형태의 굿판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사실 무당이 굿을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주된 내용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부동산 재개발과 투기에 엮인 인간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단지 굿이라는 형태를 빌어 범인 찾기와 문서의 행방을 밝히는 것에만 도움을 줄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오히려 무당이 아닌 인간 신남과 청담도령(양현민), 그리고 마성준(박성웅)의 과거사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마지막 굿이 완성되기도 한다. 그 진실한 가사가 진정한 힘을 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중반까지 상당히 매력적인 톤을 유지한 채 코믹한 장면 없이도 흥미롭게 전개되는 듯 보이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그 흐름을 유지하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다. 이미 사건의 실마리가 전부 드러나며 결말을 향해 진지하게 이어지던 내용들이 유치한 환상과 함께 사라지고 남은 것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굿판이다. 권선징악의 결과를 위해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며, 그들이 내뱉던 자기소개와 같은 중얼거림은 이미 한 번으로도 충분했다고 본다.

박성웅과 정경호의 영화라 생각하고 봤던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띈 배우는 바로 청담도령 양현민이었다. 악역에 잘 어울리는 마스크를 지닌 그가 눈빛에서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이용해 펼친 압도적인 무당연기는 정말 놀라웠다고 생각되며, 그가 단지 악역에만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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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
배우 양현민의 놀라운 연기력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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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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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한종배우: 박성웅, 양현민, 류경수, 서지유, 정경호장르: 드라마, 코미디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시간: 107분개봉: 10월 12일간단평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는 신남(류경수)은 취준계의 블루오션을 찾아 무당학원에 덜컥 등록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크게 떡잎을 보이지 못한 신남은 어영부영 개업해 손님을 맞기 시작한다. 학원에서부터 빼어난 자질을 보였던 청담도령(양현민)이 승승장구하는 것과는 달리 접신의 길은 멀기만 하다. 어느 날 죽은 아버지를 꼭 만나게 해달라는 한 여성(서지유)이 찾아오고, 신남은 봉잡았다는 생각에 쾌재를 외친다.<대무가>는 무당과 굿이라는 전통적이면서도 서브컬처로 치부되는 소재와 이를 B급과 힙함을 믹스해 풀어낸 시도가 무엇보다 돋보이는 활극이다. 시스템에 의해 기획되고 완성된 근래의 상업영화에 식상해진 분에게 확실하게 새로운 맛을 보장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코믹과 진지, 그리고 누아르를 요리조리 오가며 특유의 경쾌하고 힙한 무드를 조성해 나가는 데 이를 주효하게 이끄는 건 배우들의 연기합이다. 20대, 30대, 40대 무당으로 분한 류경수, 양현민, 박성웅을 비롯해 비디오 영상 속 스승으로 출연한 윤경호까지 주연과 조단역의 연기가 극에 착착 감긴다. 여기에 사연 있는 빌런으로 분한 정경호는 극에 화룡점정이다. 스타일부터 포지션까지 홀로 이질적인 캐릭터인데 묘하게 극에 녹아든다. 찰지게 패는 그의 주먹질에서 혼신의 힘이 느껴질 정도다. 자신이 만든 동명의 단편영화를 확장한 이한종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다. 영화의 OST ‘대무가’는 넉살, 타이거JK, MC메타까지 세대별 대표 힙합 뮤지션이 참여해 함께 완성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2022년 10월 1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