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那些年,我們一起追的女孩 , You Are the Apple of My Eye , 2011

올해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97]로 시작한 ‘첫사랑표 훈풍’은 동아시아를 잇는 흐름이었나보다. 대만에서 날아온 멜로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소재 역시 ‘첫사랑’인걸 보면 말이다. 영화가 담은 첫사랑의 배경은 1990년대,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97]과 같다. 7080이 독점하던 복고의 향수는 이제 90년대의 서태지․ HOT 세대로 넘어갔음이 명확해졌다. 1990년대와 ‘그 시절’, ‘그 시절’과 1990년대. 아직 두 단어가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세월이 그렇게 말한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날수를 채워가는 세월이 야속하지만 어쩌겠는가? 추억이라도 곱씹으며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행히 2012년 마지막에 만난 90년대 추억은 설레는 첫사랑 이야기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17살의 커징텅(가진동)에게는 못 말리는 친구들이 있다. 항상 서 있는 물건(?)을 소유한 ‘발기’ 쉬보춘과 흔한 ‘뚱보’ 아허,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머저리’ 라오차오, 4차원 유머를 구사하며 여자들에게 접근하는 ‘사타구니’ 라오잉홍까지. 커징텅을 제외한 모든 친구는 같은 반의 모범생 션자이(진연희)를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커징텅이 수업시간에 해괴망측한 사고를 친다. 선생님은 그를 꾸짖고 벌을 내린다. 벌은 모범생 션자이의 앞자리에 앉는 것. 이전까지 별일 없던 션자이와 커징텅의 관계는 앞뒤로 앉게 된 이후 급속히 가까워진다. 위기의식을 느낀 다른 친구들은 시시 때때로 자신의 매력을 션자이에게 어필하지만 소용 없는 짓. 커징텅과 션자이의 마음 속에는 이미 서로만이 존재한다. 션자이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커징텅. 하지만 그는 션자이가 어떤 대답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이 그녀를 계속 좋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5년후, 션자이의 결혼식.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 시절의 그녀를 커징텅이 바라본다. ‘그 시절, 그가 좋아했던 소녀를....’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순수하다.
틈틈이 유치하고 발가락이 말릴 정도로 오글거리지만 따뜻하고 섬세하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 영화가 담아내는 감성과 우리 추억 속 ‘첫사랑’의 감성이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영화는 ‘첫사랑’을 가장 효과적으로 일반화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구파도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점이 ‘첫사랑’을 효과적으로 일반화하는 포석이다.
감독의 실제 이야기에 기초했기 때문에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적고, 진정성은 충분히 확보된다. 감독은 일부러 이야기의 극적인 구성을 피했다. 우리 삶이 그렇게 극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노리는 사건들은 존재하지만 관계 변화를 크게 뒤흔드는 사건이 없다. 모든 사람이 경험했던 ‘첫사랑’ 이야기와 같은 플롯, 같은 감성의 이야기를 꾸려서 관객의 공감을 사는 데 최대한 주력하고 있다.
흔하디흔한 이야기를 가져와서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흔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구파도 감독은 이 부분에 굉장히 능했다. 소소한 소품들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고 주변 캐릭터를 활용해서 코믹적 요소를 채웠다. 또한 감성을 자극하는 배경을 만들고 배우들이 이 안에서 첫사랑의 세계를 충실히 구현하도록 도왔다. 남녀 주인공 역을 맡은 두 배우가 한 화면에만 잡혀도 설레게 만들었다. 마치 [늑대의 유혹]의 강동원 효과처럼 스크린 가득 커징텅과 션자이가 번갈아 잡히는 장면은 관객에게 풋풋하고 설렜던 첫사랑의 감정을 선물한다.

주변 캐릭터가 코믹적인 요소로만 활용된 것은 아쉽다. 다섯 명의 친구가 모두 한 명의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면 그 상황 안에서 에피소드와 친구들과의 관계 변화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데, 영화는 이런 부분을 소홀하게 다뤘다. 또한 이야기가 듬성듬성 비어보이는 것도 단점이다. 커징텅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션자이의 이야기에는 상대적으로 무심하다. 션자이가 어떤 계기로 다른 남자를 만나서 결혼에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중국, 홍콩, 대만 등에서 개봉해
역대 흥행 기록을 뒤엎은 화제작으로 알려져 있다.
국적과 시대를 초월하는 ‘첫사랑’ 이야기가 잘 꾸며진 결과다.
결말의 여운이 진하게 남는 첫사랑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추운 계절이 가기 전 필람하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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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영화를 한 번이라도 재밌게 본 사람!
선남선녀가 나오는 멜로 드라마에 감정이입 푹~ 하고 싶으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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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JK SOUL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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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로맨스만 주로 봐왔던 관객에게는 상당히 풋풋한 감성을 선물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좋아하는 소녀가 있기는 하지만, 그녀와 연애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커녕 자신이 겪는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유심히 들여다볼 힘조차 아직은 없는 풋내기 10대 ‘커징텅’의 감정을 담는다. 그와 함께 몰려다니는 열일곱살짜리 소년들과 똑부러진 모범생 소녀 ‘션자이’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다소 황당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오글거리기보단 즐거운 감상에 빠지게 되는 영화다. 우물처럼 깊게 한 사람만을 바라보는 연애 감정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바다처럼 너르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주고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는 싱그러운 힘이 있다. 결국 소녀는 대학에 가고, 결혼도 한다. 그녀의 짝꿍이 누구든 간에, ‘그 시절, 너를 좋아하던 내가 나도 좋다’고 말하는 ‘커징텅’의 한마디는 당신의 공감을 살 것이다. 영화는 대만과 중국에서 크게 흥행한 <나의 소녀시대>(2015)에 앞선 2011년, 대만 청춘 멜로물의 흥행 신호탄을 쏜 구파도 감독의 작품이다.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 글_박꽃 기자 (pgot@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