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The Poing Men, 2023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통해 상당히 많은 것을 잃었고 또 그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게 전쟁이 끝난 뒤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꽤 많이 나오게 되었는데, 람보 시리즈나 올리버 스톤의 전쟁 3부작을 비롯해 에로틱 장르로 이름을 더 알렸던 애드리안 라인의 야곱의 사다리와 같은 작품들은 베트남전으로 인해 상처를 겪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두고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단지 그 실패의 순간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실패의 역사를 통해 또 다른 실패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서..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 사건(이하 샘물교회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교섭은 아마 그 논란의 대상이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정작 이 영화에선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제대로 접할 수가 없다. 어쩌면 미리 계획한 내용에서 어떤 이유로 잘려 나간(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상태의 편집본을 우리가 접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그 존재를 소재로 삼은 순간 이미 망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작정하고 그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면!
납치당한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활약하는 네고시에이터의 이야기는 이미 무수히 많은 영화가 소재로 삼은 것이기에 그 안에서 특별한 것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가령 액션에 힘을 주거나 두뇌 싸움에 집중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리려는 연출방식도 존재하기는 하겠으나, 대부분의 구성은 납치 후 대치 상황에서 해결로 이어지는 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선택한 샘물교회 사건은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에는 충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에 그 중요한 내용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을 단상 위에 올려 논란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다. 아무리 미운 짓을 했다 할지라도 그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반드시 구해야만 하는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며 이 정치적 메시지는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다른 것을 말하고자 하는 억지스러운 주장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또한 이 영화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야 할 그들보다도 탈레반과의 협상을 망쳐버린 언론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즉, 그들이 방송을 통해 선교 활동에 대한 비밀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교섭은 쉽게 이뤄졌을 것임에도 언론의 잘못으로 다 이룬 교섭이 실패했고 심지어 사상자마저 발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장면들은 결국 그 최초의 잘못에 대해 따지기보다는 다른 문제들을 살펴보자는 식이라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반감을 더 사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부정적 인식이 넘치는 샘물교회 사건이 아니었다면 모를까!
물론 그것과 관계없이 영화의 재미만을 놓고 보더라도 이 작품은 무난한 흐름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하긴 어려운 작품이다. 익숙한 이미지를 지닌 배우들의 재탕과 불필요한 액션의 삽입, 가령 이 영화에 박대식(현빈)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은 오직 사기당한 돈을 되찾기 위함이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기에 그의 존재는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더군다나 마지막 교섭 상황에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갑이 되어버린 정재호(황정민)의 모습은 매우 비현실적이었으며 이에 맞선 탈레반의 반응 또한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모든 국민을 보호하고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고자 했다면, 차라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닌 탈레반에 납치당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어느 연쇄살인마(혹은 강간범?)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이야기로 그려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연쇄살인마는 차라리 샘물교회 사건의 그들보다 더 다루기 쉽고 흥미를 유발할만한 요소도 갖추고 있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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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물교회 피랍사건을 기억하고자 한다면..
배우 황정민을 좋아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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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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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임순례배우: 황정민, 현빈, 강기영장르: 드라마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08분 개봉: 1월 18일 간단평 분쟁지역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들이 탈레반에게 납치되는 피랍사건이 발생한다. 교섭 전문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처음인 외교관 ‘재호’(황정민)가 현지로 향하고, 국정원 요원 ‘대식’(현빈)을 만난다. 원칙이 뚜렷한 외교관과 현지 사정에 능통한 국정원 요원. 입장도 방법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인질을 살려야 한다는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간다. 지난 2007년 전쟁이 한창인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23명의 샘물교회 선교단이 탈레반에 납치된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한국군이 즉각 철군할 것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수감한 탈레반 인원을 전원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제보자>(2014), <리틀 포레스트>(2017) 임순례 감독의 신작 <교섭>은 16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른바 샘물교회 피랍 사건을 모티프로 한다.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실제 사건을 크게 벗어나지 않되 인질 대신 ‘재호’와 ‘대식’이라는 허구의 인물을 주축 삼아 논란의 여지를 부드럽게 우회한다. 국민을 지켜야한다는 신념만으로 목숨을 내건 외교관 ‘재호’와 트라우마를 지닌 만능 국정원 요원 ‘대식’이 펼치는 브로맨스, 이 두 역을 맡은 황정민과 현빈의 안정적이지만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연기, 적당한 액션과 신파, 신스틸러 조연 ‘카심’(강기영)의 활약까지 영화는 전형적인 흥행 공식을 따른다. 안전한 길을 택했지만 그 탓에 이제껏 많이 봐온 상업영화들과의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요르단의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특별 허가를 받아 한국과 요르단을 오가며 촬영했다.
2023년 1월 18일 수요일 | 글_이금용 기자 (geumyong@movi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