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싱
Vanishing On 7th Street , 2010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베니싱 현상’은 버뮤다 삼각지대나 항공기 실종사건, 몇시간만에 선박 안의 사람들이 백발미라가 돼서 나타났다더라 같은 카더라와 일맥상통합니다. 미스터리로 남겨진 상황들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란 걸 미리 알고 보신다면 조금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결과에 대한 원인을 설명해주는 친절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저 어둠이 사람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죠. 첫 장면에서 ‘폴’이 읽고 있던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책은 어둠의 정체에 대해 그다지 별 도움이 되는 증거를 주지 못합니다. 그저 앞으로의 일어날 일에 대해서 스쳐지나가듯 맛보여줄 뿐이죠. 따라서 명확한 원인과 결과를 기대하시는 분은 절대로 보시면 안될 것 같습니다.
특이하고 생소한 줄거리를 취하고 있지만, 베니싱은 성공적인 상업영화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영화의 초반부를 정적인 상황설명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초반 집중력을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타인과 대화하는 내용 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어둠속을 걸어가는 모습을 초반 10분에 배치한 점, 인물들간의 뚜렷한 개성이 없고 뚜렷한 갈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은 보는 사람들을 지루하게 합니다.

영화가 거의 중반을 넘어서면 그래도 꽤 이목을 끌기 시작하는데요 의지하고 있는 ‘빛’이 생명을 다해가면서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인영을 띈 어둠은 한 사람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사람들을 환각,환청을 통해 어둠속으로 현혹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긴박한 상황이 많이 연출합니다.
하지만 어둠의 절대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빛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둠이 거리를 좁혀오는 장면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또 같은 공간에 있어서 똑같이 어둠과 빛에 노출되어 있어야 하는데, 수술대 위에 환자는 살아있고 의사들만 옷가지를 늘여놓고 사라지는게 가능한가도 의문이고요... 명확한 기준이라던가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없기 때문에 정말 불친절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임의대로 생각을 해보자면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라기보단 뭔가 숨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남겨진 아이들의 모습은 영화에서 흔히 ‘아담과 이브’ 혹은 ‘아직 희망은 있다’같은 메시지를 의미하는데요...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예수상의 모습까지 합하면 종교적 의미쪽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워낙 뚜렷이 알려주는 영화가 아니기에 추측일 뿐이며, 딱히 영화 전반적으로 종교영화의 면모를 느끼지는 못했지만요.
개인적으로 기발한 소재에 비해 흥미로운 전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혼이나 사람 이외의 대상에게 공포를 부여했다는 점은 굉장히 기발한 발상이라고 느껴집니다.
 |
|
 |
신선한 소재를 찾는 분 |
|
| 글: 혜경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 <저작권자 ⓒ 원하는 모든것 파일조 filejo.com> |
|
아침에 눈을 떴는데, 도시에 사람들이 사라진 상태라면 어떤 느낌이 들까? 지역 TV 리포터 루크(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이 거짓말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들이 입고 있었던 옷만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다. 방송국에 도착한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이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영상을 보게 되고, 밝은 빛이 있으면 안전하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랜턴과 라이터를 이용해 72시간을 연명하던 루크는, 검은빛으로 물든 도시 한 가운데에서 보조 동력으로 빛을 밝히고 있는 술집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 혼자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 제임스(제이콥 라티모어), 물리치료사 로즈마리(탠디 뉴튼), 영사기사 폴(존 레귀자모)을 만난다. 그리고 이 지옥 같은 도시를 벗어날 방법을 강구한다. <베니싱>은 등장인물이 적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스릴러의 모양새를 띤다. 공포의 근원인 어둠은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인물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스릴러는 외피일 뿐, 영화는 윌 스미스의 <나는 전설이다>와 니콜라스 케이지의 <노잉>처럼 인류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이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폐허로 변해버린 생기 잃은 도시는 자연스럽게 묵시록적인 느낌을 들게 한다. <머시니스트>에서 범죄를 저지른 한 인간의 죄의식과 구원의 과정을 면밀히 보여줬던 브래드 앤더슨 감독은 이번에도 죽음과 삶의 기로에 선 인물들에게 집중한다. 그는 네 인물들을 통해 인류 종말로 치닫는 광경을 묵묵히 담아내고, 인류 종말이 또 다른 생명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드러낸다. 하지만 차별화된 묵시록을 만들기 이전에 감독의 아니한 선택이 큰 화를 부른다. 그 화의 근원은, 실체가 불분명한 ‘어둠’이라는 존재. <베니싱>은 주인공을 추격하는 존재가 외계인이라는 것을 밝힌 <노잉>과 다르게, 원인불명의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설명 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디에서 왔고, 왜 사람들을 사라지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니, 허망함이 밀려올 뿐이다. 행여나 추상적인 의미만 던지는 감독의 불친절한 연출력에 관객들의 얼굴이 흑빛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 된다.
2011년 4월 1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 (zzack08@mov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