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
The Blue Skies at Your Feet, 2022

한국 영화가 주춤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놀랍게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는 작품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일반 극영화가 아닌 슬램덩크를 비롯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MZ의 최상층(혹은 끝자락)에 걸친 세대가 즐겨봤던 바로 그 만화에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할 것이라곤 쉽게 예상할 수 없었겠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뒤이어 흥행을 이어간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어쩌면 애니메이션이라는 틀에만 묶이는 것이 아닌 위대한 영화감독,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를만한 힘을 지닌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네가 떨어뜨린 푸른 하늘이라는 순정만화 느낌의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달달한 청춘 로맨스를 예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며, 그래서 아마도 이 작품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나오진 않았을까 싶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동명의 애니메이션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이 영화 또한 처음 생각했던 그런 느낌의 작품은 아니었다. 보통의 로맨스 영화가 사랑하고 고백하기까지 적당히 긴 시간을 소모하는 것에 비해 이 영화는 그런 작업을 매우 짧게 담아내고 있기에 말이다.
사랑에 빠진 소녀 미유(후쿠모토 리코)와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슈야(마츠다 겐타)의 러브스토리는 오히려 주변 친구들과의 시간보다 더 짧게 그려지며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이는 매달 1일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약속을 슈야가 깨면서 더 크게 번지기 시작하고, 이어지는 슈야의 죽음을 통해 우리가 아는 로맨스의 느낌은 사라지고 만다. 만일 이 작품의 장르가 일반적인 멜로 로맨스가 아닌 SF 판타지 요소가 첨가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더 많이 놀랐을 것이다.
어쨌거나 슈야의 죽음은 미유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사랑의 블랙홀(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1993년 영화)에 갇힌 그녀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게 된다. 바로 슈야가 죽던 그 순간을 되풀이하게 만들며! 그래서 영화는 그녀에게 그날의 진실을 알리려 노력하고 슈야의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리고 여기엔 그녀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비밀이 감춰져 있는데 그것은 바로 평소 장난을 주고받던 절친 유우토(이타가키 미즈키)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의 고백이 그녀에게 푸른 하늘까지 선물하진 못했지만 그들의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다만 반복되는 시간여행은 그 사실을 오직 미유의 기억에만 남게 만들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며, 이는 계속해서 미유를 견제하고 슈야를 몰래 흠모하는 토모카(요코타 마유)의 행동을 통해서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비록 그녀의 행동은 단 한 번의 작용이지만 미유에겐 계속해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행위로 느껴지고 있다. 그래서 그 사실은 미유에게도 그리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사실은 미유의 꿈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토모카와 슈야의 관계를 의심했던 현실의 순간부터 슈야의 진심을 알게 된 마지막 꿈의 순간까지 이 모든 과정의 이야기들은 결과적으로 미유의 기억에 의존해 만들어진 가상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또한 슈야가 코마 상태가 된 것이 미유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며 그녀에 대한 호감도 또한 급격히 사라지고 만다. 미유의 꿈은 그저 본인의 잘못을 가리고 변명하기 위한 수단처럼 보이기까지 하니.
비가 내리는 푸른 하늘의 풍경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그래서 애니메이션 느낌이 물씬 들었으며 그 내용조차도 애니메이션에 잘 어울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좀 더 신경 써서 이야기를 채웠더라면 후반부의 찝찝함은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하고 봐서 그런지 이 영화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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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청춘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
타임 루프를 소재로 한 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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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espoirvert (파일조 무비스토리 패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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